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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비의 소소한 창작이야기1-수학이야기-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범인은 누구일까? -저자 하늘나비 본문

화이트 킬러 white killer 이야기.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범인은 누구일까? -저자 하늘나비

jun.DK 2019. 5. 29. 21:56

 

#100 F. I 비좁은 골목 앞. 밤비

 

택시가 다가오더니 이내 멈춘다.

애진, 20대 중반 빨강우산을 펼치며 택시에서 내린다.

어디선가 애진을 보고 있는 듯한 카메라 포커스

애진, 묘호한 느낌을 받았는지 주위를 쓰윽 살핀다.

카메라 애진의 시점으로 주위를 쓰윽 돌아보지만 그 어디서도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택시는 이내 출발하고 애진도 골목으로 발걸음을 움직인다.

누군가가 애진을 미행하듯 카메라는 애진 뒤편에서 따라 움직인.

애진,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제삼의 포커스도 점점 빨라진다.

남자구둣발과 애진의 구둣발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남자의 손이 애진의 어깨위로 쓰윽 날아 들어온다.

남자의 손이 애진의 어깨를 낚아채자.

애진, 질겁하며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주저앉는다.

 

아치(30대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왜 그래?

 

애진,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아치를 본다.

아치, 씨익 장난어린 미소로 애진을 내려다보고 있다.

애진, 아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쉰다.

 

애진 :(눈물을 글썽거리며) 정말 놀랬잖아.

아치 :(좋아라 낄낄거리며) 왜 살인마라도 따라왔을까 봐.

 

애진, 아치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애진 :요새 길가에서 사람들이 여러 명이 죽었어.

아치 :그러게 밤늦게 다니지 말라구 했잖아.

애진 :그게 내 마음대로 돼. 오늘은 회식이라구.

 

그들에게서 카메라는 빠르게 빠지면서 우연히 벽에 숨어있는 검은 우비를 찾아낸다. 아치의 핸드폰 벨이 울리고 아치는 무뚝뚝하게 핸드폰을 받는다.

 

아치 :, ? (웃음기가 사라지며) 그래. 알았어. 금방 들어갈게.

애진 :(전화를 끊자) 왜 그래.

아치 :가게에서 급하게 찾네.

애진 :무슨 일로?

아치 :술 처먹은 손님새끼 하나가 깽판을 치는 모양이야.

애진 :남자 종업원들이 있잖아.

아치 :(자신의 주먹을 쥐어 보이며 자랑하듯) 내가 한주먹 하잖아.

애진 :(섭섭하듯) 그럼 들어가 봐야 하는 거야.

아치 :(미안하듯) 어쩔 수 없잖아.

 

아치, 애진만 놔두고 돌아가기가 꺼림칙하듯 머뭇거린다.

 

아치 :요새 살인마 새끼가 설치고 다녀서 불안한대. 내가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갈게.

애진 :이제 금방 집인데. 설마 별 일이라도 있겠어.

아치 :그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

애진 :알았어. 자기나 조심해.

 

아치, 애진의 볼에다가 뽀뽀하고 돌아서서 자신의 차가 있는 큰길가로 뛰어 내려간다. 애진, 자신의 시야에서 아치가 사라지자 돌아서는 순간 바로 앞에 검은 우비가 떡하니 칼을 들고 서 있다. 처키처럼. 애진, 비명을 내지르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빨강우산 땅에 떨어지고 빨강우산 주위로 붉어지는 빗물이 흐른다.

기괴한 음성 귓속말처럼. ‘죽여... 죽여

경찰차 오색 경광등만 반짝이며 골목 밖 큰길가로 지나간다.

 

#101 살인현장 길가. 새벽

 

빨강우산 위로 비는 거세게 쏟아져 내리고,

골목주위로 폴리스라인이 만들어져있다.

폴리스라인 밖으로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폴리스라인 안으로 경찰이란 마크가 찍혀있는 우비를 입은 경찰들과 감식반들이 들어오는 가운데 얼핏 들어나는 애진의 변사체.

감식반, 변사체를 꼼꼼히 살피고 있는 가운데 김팀장이 감식반1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김팀장, 우비는 검정색이다.

 

김팀장 :(변사체를 확인하며) 단서 될 만한 거라도 나왔나.

감식반 :(슬쩍 반장을 보더니) 아니 전혀. (반장을 보며)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살인범이 자네들을 갖고 놀려는 수법 같아. 왜 미치광이 살인마 영화들을 보면 가끔 그렇잖아. 보란 듯이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잖아. 그렇듯 이 살인사건도 보란 듯이 길가에서 빨강우산을 들고 다니는 부녀자들만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김팀장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내가 사이코 영화광이란 것은 알고 있지.

감식반 :.......

김팀장 :내가 왜 그렇게 사이코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느냐면, 이런 미스터리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을 풀기 위해서지.

감식반 :그래 그래서 자네 생각은 어떻다는 거지?

김팀장 :영화와 현실의 다른 점이 뭔지 알아.

감식반 :그거야 현실과 가상이란 점이겠지.

김팀장 :(고개를 저으며) 아냐, 영화에선 의도가 존재해 그리고 그 이도에 따라 범인을 추리할 수 있게끔 만들어. 그런데 현실에선 어떤 의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감식반 :그럼 빨강우산은 어떻게 설명하지?

 

김팀장,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빨강우산으로 향한다.

기자들은 폴리스라인 밖에서 경찰들의 저지를 받으며 사진 플래시를 터트리느라 분주하다.

 

#102 경찰서 현관. 아침

 

기자들이 진을 치듯 경찰서 현관으로 몰려와 있다.

 

기자1 :서장님, 벌써 여섯 명 째 부녀자들이 살해당하였는데 범인의 윤곽이라도 잡으셨습니까?

서장 :.......

기자2 :서장님, 이번 살인사건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서장 :아직 범인을 검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코패스인지 사이코인지 우발 범인지 원한인지 얘기할 단계가 아닙니다.

기자3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빨강우산을 들고 있는 부녀자들만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까? , 경찰들은 뭣하고 있었기에 길가에서 계속해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서장 :(기자들의 공세에 난감하듯 경찰들에게 신경질조로) 뭣들 보고만 있어. 길을 열지 않고.

 

경찰들, 기자들 사이로 길을 내자 서장은 도망치듯 황급히 자신의 차로 향한다.

기자들, 그런 서장을 놓칠세라 바짝 따라붙으며.

 

기자1 :서장님, 지금 살인사건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시고 가십시오. 어떤 유형의 살인사건인지라도 혹 00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도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서장, 차로 올라타고 차는 경찰서를 빠져나간다.

기자들, 차에 달려붙으며 집요하게 계속 묻는다.

 

#103 이미지 컷

 

tv, 인터넷, 유튜버 등 다양하게 영상 위로 각종 헤드라인.

 

충격! 빨강우산 연쇄살인!’

빨강우산과 길거리 연쇄살인!’

왜 빨강우산을 들고 있는 여성들만 살해당하는 것일까!’

빨강우산 길거리 9명이 살해당하다! 범인은 누구인가?’

빨강우산 살인 경찰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104 차안 잠복. 밤비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는 가운데 순찰차가 경광등을 반짝거리며 지나간다.

잠복하고 있는 차 앞으로 빨강우산 쓴 여장형사는 힐끗 김팀장을 쳐다보고 지나간다.

 

안형사 :과연 살인마가 걸려들까요.

김팀장 :빨강우산을 살인매개체로 삼고 있으니까 걸려들 가능성이 높아.

 

#105 상황실. 이른 아침

 

형사 대여섯 명이 구석에서 곯아떨어져 있다.

박검사와 김팀장만 곯아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박검사 :아홉 명 째인데. (고개를 도리질하며) 증거물은커녕 목격자 한 명도 없다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김팀장 :86년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알고 계시죠.

박검사 :그 사건과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다는 거죠.

김팀장 :그 사건이 왜 미제 연쇄살인 사건으로 종결되었는지 아십니까?

박검사 :그거야 무능한 수사관들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김팀장 :아닙니다. 살인을 멈추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 상황으로만 놓고 봤을 때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단 하나의 증거품이나 목격자도 없는 상태이니까요.

박검사 :살인마들은 어떻게든 잡아야죠.

김팀장 :물론 그래야죠.

박검사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86년 화성살인사건 왜 갑자기 살인을 멈춘 걸까요?

김팀장 :살인마는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영화 식스센스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영혼이란 것을 모르듯 말입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자신의 살인을 인지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인지하는 순간 억제가 가능하게 되면서 살인이 멈추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검사 :그럼 지금 연쇄살인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건가요.

김팀장 :, 제가 볼 때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 살인사건에서 빨강우산이란 매개체가 존재합니다. 그 빨강우산이 사라지면 살인은 자연스럽게 멈출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합니다.

 

#106 휴게실.

 

미숙,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화자에게 넘기고, 다시 자신의 커피를 뽑고 창가로 가서 창가 밑을 내다보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린다.

미숙, 무심코 전화를 받는다.

 

미숙 :여보세요.

소리 :......

미숙 :여보세요. 전화를 걸었으면 무슨 말씀을 하셔야죠.

소리 :(음성변조) 나야.

 

미숙, 깜짝 놀라며 전화를 떨어뜨린다.

 

화자 :언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미숙,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 폰을 응시할 뿐이다.

 

#107 미숙 아파트.

 

나교수, 미숙의 침실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품을 열고

화장품 향을 맡는다. 약에 취하듯 얼굴이 몽롱해진다.

 

나교수 :넌 내꺼야. 그 누구도 너를 가질 수 없어!!

 

광기가 느껴진다.

 

#108 경찰서. 저녁

 

미숙, 초조하듯 자신의 손만 만지작거리며 여경 앞에 앉아있다.

 

여경 :증거는 있나요.

미숙 :(난감하다) 그게 증거가 없는데. 그 대신 증언해줄 친구는 있어요.

여경 :증언으로만 스토커를 잡아놓기엔 힘들어요. 그러지 말고 스토커가 집안으로 침입한다고 하셨잖아요.

미숙 :.

여경 :그럼 몰래카메라도 설치해서 범인을 찍어보세요. 그럼 그게 훨씬 법원에서 큰 힘으로 발휘할 수가 있거든요. 최소한 가택침입으로도 엮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미숙 :......

 

#109 미숙의 집.

 

거실은 각종 물품들로 어지럽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카메라,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이동한다.

미숙, 거실 안을 잘 들어나는 곳을 찾아 소형 디지털카메라 자동차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다.

 

#110 나교수 방.

 

나교수, 노트북 화면으로 미숙의 행동이 낱낱이 드러난다.

 

나교수 :그런 쥐덫을 놓고 나를 잡아보시겠다. 너의 그 머리로 나를 잡아보시겠다. 으흐흐..

 

#111 상황실.

 

녹화된 cctv비디오판독하고 있는 김팀장.

화면에 아치의 모습이 들어온다.

아치를 클로즈업시키는 가운데 박검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검사 :뭐라도 찾으셨습니까?

김팀장 :(아치를 지목하며) 삼 년 전쯤에 강간치사혐의로 잠시 제가 맡았던 놈입니다. 그리고 아홉 번째 살해당한 여자의 애인이기도 하구요.

박검사 :강간범이라면 일단 잡아와서 확인하죠.

 

#112 당구장.

 

양아치들로 보이는 남자들과 아치가 당구를 치고, 그 뒤편으로 김팀장이 아치에게 다가간다. 공을 치기 위해 당구깃대를 들어 올리자. 김팀장, 뒤편에서 당구깃대를 잡아버린다. 아치, 가진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본다.

 

아치 :감히 어떤 놈의 새끼가 내 큐대를 잡고 지랄이야!

김팀장 :(빙그레 웃는다)

아치 :김팀장님께서 이곳까지 어쩐 일입니까?

김반장 :일단 서로 가서 얘기하자.

아치 :서라뇨? 제가 서로 가도 증언할 게 없을 텐데.

 

#113 취조실.

 

조서를 꾸미고 있는 아치.

박검사,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검사 :뭐라도 알아내셨습니까?

김팀장 :(고개만 도리질하며) 아뇨.

아치 :(광분하며) 젠장, 술에 취해 실수로 강간치사 딱지를 달고 있다고 사람을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닙니까?

박검사 :아가리 닥쳐 새꺄! 강간한 게 뭐 자랑이라고 시부랑 거리고 지랄이야.

아치 :젠장, 내가 무슨 봉이라도 되는 겁니까? 무슨 사건만 터지면 이렇게 일순위로 잡아다놓고 족치는 것도 부족해서 이젠 자신의 애인까지 죽인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시니. (기가 막히다) 어이가 없어서. 나 원 참.

박검사 :그러니까 이런 대우받고 싶지가 않으면 애당초 죄를 짓지 말았어야지. (듣는 아치 기분 나쁘게 한 글자씩 또박또박 악센트를 놓고)강간범새꺄!

 

박검사, 책상에 있는 서류철을 들더니 이내 아치의 머리통을 갈겨버린다.

 

아치 :(오버 바닥에 떨어져 내둥글며) 아이고 아이고.. 검사새끼가 사람을 잡네.

 

박검사, 바닥에 나둥그는 아치에게 다가가더니 구둣발로 짓밟아버린다.

 

박검사 :(씩씩거리며) 이런 개새끼보다 못한 강간범주제에 감히 누굴 보고 젠장, 이 새끼 오늘 너 여기서 죽었어.

김팀장 :(박검사의 행동에 당황하며) 박검사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박검사, 김팀장이 말리는 가운데에도 계속 아치를 짓밟는다.

김팀장, 힘겹게 박검사를 아치에게서 때어놓는다.

아치, 고개를 힘겹게 들어 발광하는 박검사를 본다.

 

박검사 :강간범새끼 눈깔이 안 까라! 새꺄!!

 

아치, 박검사의 모습에 완전히 기가 꺾인 듯 고개를 숙인다.

 

박검사 :일어나서 빨리 자리에 앉아. 강간범새꺄!

 

아치, 일어나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박검사 :이런 개새끼보다 못한 너희 범죄자들은 말보다 주먹이 약이야. 안 그래? 강간범.

아치 :아무리 제가 실수로 술에 취해 동창을 강간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박검사 :뭐 새꺄! 너에게 강간당한 여자의 심정을 단한번이라도 생각해봤어.

아치 :... 글쎄, 강간하지 않았다니까요.

박검사 :강간치사나 강간이나 그게 그거지 새꺄.

김팀장 :박검사님, 현재 이친구가 범인이란 단서도 없습니다. 단지 참고인 조사 중입니다.

박검사 :(김팀장을 무섭게 노려보며) 그래서 김팀장님은 이런 쓰레기 범자들한테도 인권적으로 대하여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김팀장 :,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박검사 :죄는 사람들이 짓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죄를 미워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원래 사람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애당초 죄를 미워할 일 따위는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

김팀장 :비약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박검사 :우리들의 눈엔 범죄자들은 모두다 개돼지보다 못한 놈들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범죄자들에게 인권을 주고 잘 대해주게 되면 이 새끼들은 자기들이 무슨 큰일이라도 하고 들어온 줄 착각하고 거만하게 나온다는 사실도 알고 계셔야죠. 그래서 제가 정경제인 특검을 맡지 않는 이윱니다. 그들도 똑같은 범죄자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특권을 행사하죠. 더러운 돈과 권력을 사용해서...

 

문을 열고 서장이 들어온다.

서장, 아치를 보고 인상이 일그러지며 무섭게 김팀장에게.

 

서장 :김팀장, 자네가 또 이런 거야.

김팀장 :......

서장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데. 단지, 용의자 심문도 아닌 단순 참고인을 이렇게 묵사발로 만들어놓으면 어떡하자는 거야. 인권단체라도 알아봐 얼마나 시끄러워지겠어. 그러지 않아도 연쇄살인사건 때문에 기자들이 눈이 시뻘겋게 우리 서를 지키고 있는데 말이야.

박검사 :(어떤 죄책감도 못 느끼듯 오히려 당당하게) 제가 한 겁니다. 이런 개돼지새끼들보다 못한 놈들에게 약간의 교육차원에서.

서장 :(검사의 말에 저자세로 돌변하며 팀장에게) 잠시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구.

 

서장,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자.

김팀장과 박검사, 서장을 따라서 밖으로 나간다.

 

#114 취조실 밖 복도.

 

서장 :(김팀장에게) 알리바이가 확실한데, 왜 아직도 잡아놓고 있는 거야.

박검사 :무슨 소리십니까? 지금 언론이 시끄러운데. 저 녀석을 이용해서 일단 기자들의 입이라도 단속해야죠.

김팀장 :기자들의 입을 단속하다니요?

박검사 :일단 주민들의 불안을 최소화시키면서, 연쇄살인범을 자극시키자는 겁니다.

서장 :자극을 시키다니요?

박검사 :김팀장님께서도 이번 살인사건을 사이코 연쇄살인으로 보시는 것 같던데.

김팀장 :....

서장 :박검사님, 무슨 말씀인지. 좀 쉽게 얘기해주시겠습니까?

박검사 :사이코,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의 존재성을 살인이나 혹은 폭력으로 알리고자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렇듯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살인귀는 자신의 존재성이 사라지므로 다시 자신의 존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길가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때 살인귀를 잡는 것입니다.

김팀장 :박검사님, 그래도 그건 너무 무모한 발상이지 않습니까?

박검사 :김팀장님께서도 얘기했듯 빨강우산이란 매개체가 사라지면 살인이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각종 방송, 인터넷에서 빨강우산이 매개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미친년이 빨강우산을 쓰겠습니까. 그렇듯 86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처럼 이 사건 역시 영원히 미궁 속에 남아버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럼 무능력한 경찰들 탓이 되겠죠. (서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서장님의 거처도 장담 받을 수 없게 되겠죠.

 

난감해진 서장 얼굴이 O. L.

 

#115 F. I 취조실.

 

탕수육이며 자장면 등이 아치 앞에 차려져 있다.

 

아치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무슨 일인지 말씀부터 해주세요. 갑자기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주시니까. 더 불안해지지 않습니까?

김팀장 :일단 먹어.

아치 :(신경질조로) 무슨 이유인지 얘기해줘야 먹든 말든 할 게 아닙니까?

김팀장 :여기서 좀 있어줘야겠어.

아치 :(벌떡 일어나며) 무슨 소립니까! 여기에 있어달라니요.

 

문이 열리고 박검사가 들어온다.

아치, 박검사를 보더니 꼬리를 내리듯 다시 자리에 앉으며.

 

아치 :(저자세로) 알리바이가 일치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이유 없이 무턱대고 잡아놓으시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박검사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책상을 쾅하고 내리치며) 강간범새꺄!

아치 :변호사를 불러주십시오. 인권 탄압하는 것도 어느 정도야 참죠.

박검사 :이 강간범새끼 말하는 것 좀 보소. 우리들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니. 너 같은 강간범새끼에게도 인권이 존재하는 줄 알아. 새꺄!

아치 :그래도 변호사 선임할 권리는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변호사를 불러주십시오.

박검사 :좋아, 그럼 강간범 네가 운영하고 있는 단란주점에서 아가씨들을 이차 보낸다고 하던데. 그건 매춘알선법 위반이란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테고, 또 무자료 술을 받는다는 것은 세금포탈혐의란 것을 모를 리도 없을 텐데.

아치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절 겁주려는 것입니까?

박검사 :(장부를 아치 앞으로 내던지며) 그럴 줄 알고 여기 비밀장부들을 갖고 왔지.

아치 :(장부를 보더니 고개를 떨어뜨리며) 좋습니다. 저에게 원하시는 게 뭡니까?

박검사 :너한테 원하는 것은 없어. 단지 이곳에서 잠시만 있다가 나가주면 돼. 그럼 이것들 모두 눈감아주지. 싫다면 어쩔 수 없이 법대로 매춘알선죄와 세금포탈혐의로 한 십년 빵에서 푹 썩게 해줄 테니까 알아서 해.

아치 :(길게 한숨) 담배 한 개비만 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팀장, 담배를 꺼내 아치에게 건네자 아치는 담배를 받아 피운다.

 

아치 :(연기를 한숨과 같이 내뿜으며) 검사님 말씀대로 이곳에 잠시 동안만 있으면, 정말 모든 것을 눈감아주시는 것입니까?

박검사 :내가 거짓말할 것처럼 보여. 강간범새꺄!

아치 :아닙니다. 검사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116 도서관 앞 현관.

 

화자, 핸드백에서 우산을 꺼낸다. 분홍색이다.

 

화자 :(한참을 분홍우산을 보다가) 설마 분홍우산인데 별일이 있겠어.

 

우산을 펼치고 앞으로 걸어간다.

 

#117 버스 정류장.

 

버스가 버스정류장에 멈추자 여자5(40) 내린다.

여자5, 버스정류장 주위를 쓰윽 돌아본다.

자신을 마중 나온 남편이라도 찾듯 그러나 그 어디서도 버스정류장 편으로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여자5,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랐는지 불안해 보인다. 여자5, 빨강우산을 펼치고 버스정류장에서 벗어난다.

여자5, 불안해서 뒤도 돌아보지만 그 어디서도 사람의 모습은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 경과.

잠복차량 앞으로 여자5 지나가고 있고 뒤론 검은 우비의 구둣발이 드러난다.

검은 우비의 구둣발이 점점 빠르게 여자5에게 다가간다.

여자5, 뒤로 힐끗거리다가 질겁하며 앞으로 뛰어나간다.

검은 우비 발도 같이 뛰기 시작한다.

 

남편(40대중반) :자기야 같이 가.

 

여자5, 낯익은 목소리에 뛰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남편, 헐떡거리며 여자5 곁으로 다가와 멈춘다.

 

여자5 :언제부터 뒤따라온 거야.

남편 :정류장부터. (아쉬워하며) 놀려주려고 했는데. (우산 색을 확인하더니, 화를 낸다) 자기 근데 왜 빨강우산이야!!

여자5 :, 그게... 오늘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서. 사무실에 남는 우산이 이거 밖에 없어서.

남편 :길거리에서 살해당하고 싶어서 그래. (하며, 빨강우산을 뺏어서 길가에 신경질적으로 내던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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