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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비의 소소한 창작이야기1-수학이야기-

영원한 이별-Eternal farewell- 본문

구슬픈 사랑이야기(love time)

영원한 이별-Eternal farewell-

jun.DK 2019. 6. 15. 20:18

 

영원한 이별-Eternal farewell-

 

#116 몽타주

 

고속도로. 아침

도로를 제외하고 하얗게 변해버린 산과 들 위로 달리고 있는 고속버스.

 

dissolve

읍내.

가영은 작은 마을버스로 옮겨 타고 있다.

 

dissolve

산골마을 입구. 저녁

마을버스는 신당이 있는 고목 아래에서 멈춘다.

가영은 버스에서 내린다.

띄엄띄엄 열 가구정도가 보이는 작은 마을이 들어온다.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사람의 통행이 없었는지 새하얗다.

그나마 굴뚝에서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새하얀 길가에 가영의 발자국과 뽀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들려온다.

 

dissolve

눈으로 새하얗게 덮어진 작은 가옥. 가옥 뒤편엔 감나무에는 눈꽃이 피어있다.

한 폭에 그림으로 다가온다.

가영은 하얀 도야지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작은 가옥으로 걸어간다.

카메라 롱숏으로 한 폭에 그림으로 담는다.

 

#117 가옥 마당. 저녁

 

가영은 마당 안으로 들어가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 앞으로 다가가 멈추고 짧게 심호흡한다.

 

가영 :계세요.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안에서는 콜록콜록 거리는 기침소리와 함께 문이 빠끔히 열린다. 죽음의 가까워서인지 동주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동주 :누구세요.

 

가영은 자신 바로 앞으로 들어나는 동주의 몰골에 놀란다. 미라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몰골 사람의 몰골이 아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느낌이 들어오며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동주는 병마로 시력까지 떨어졌는지 찬찬히 가영을 확인한다. 가영을 알아보고는 방문을 거칠게 다시 닫아버린다.

가영은 마음을 다져 먹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방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인다. 겨우 5m 거리인데 가영은 다리의 힘이 풀려서인지 몇 번이고 주저앉고서야 겨우 툇마루까지 도달하고 문을 당겨본다. 그러나 안에서 문을 잠기었는지 좀처럼 열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영 :(문고리를 잡고 스르륵 툇마루에 주저앉으며 애절하게)자기야! 자기야!

 

이중분할화면

가영은 문고리를 잡고 애달프게 동주를 부르지만 동주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동주 :! 가란 말이야. 제발 가란 말이야!

가영 :(울음 섞인 목소리로) 자기야... 제발 이 문 좀 열어줘.. 제발..

 

동주는 가영이 애절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감정 선이 끝내 무너져 눈물을 흘러내린다.

 

동주 ;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은 죽었어. 그러니까 그만 돌아가.

가영 :제발 이문 좀 열어줘. 동주야 제발....

동주 :제발 나를 괴롭히지 말고 돌아가 제발... 나를 괴롭히지 말고....

가영 :자기가.. 자기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다구 그래.

 

가영은 말을 잊지 못하고 끝내 서럽게 엉엉 울어버린다.

동주는 문고리를 잡았던 손이 힘없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진다.

 

동주 :바보야... 이 바보야.. 너에게만큼은 이런 내 몰골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 이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그러니까 제발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가영아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이렇게 절실히 빌게..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 ...

 

시간이 흘러 밤이 된다.

동주는 문을 슬그머니 연다.

가영은 문이 열리자 안으로 달려 들어가 동주를 껴안고 서글프게 통곡한다.

카메라 그들에게서 빠져나와 마당입구를 잡는다. 민석이 서 있다. 민석의 눈가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매쳐있다. 민석은 눈가에 매쳐있는 눈물을 쓰윽 닦고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뒤로 사람들이 식용품 등을 들고 들어온다. 민석은 마루에다가 물품들을 내려놓으라고 지시하자. 사람들은 물품들을 내려놓더니 자신들이 들어왔던 길로 다시나간다. 민석은 사람들이 마당 밖으로 사라지자. 툇마루에 잠시 앉아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엿듣는다.

 

가영e :이제는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

동주e :미안해.. 내게 남은 시간이 오늘 아니면 내일이 될지도 몰라.

가영e :그럼 나도 같이 따라가면 되잖아.

 

민석은 툇마루에서 일어나다가 가영의 말에 멈칫한다.

 

동주e :그럼 나를 두 번 죽이는 거야. 자기는 늙어서 할머니가 돼서 하늘나라로 와야 해.

가영e :싫어 자기가 없는데 어떻게 이 하늘아래 나 혼자 살아갈 수가 있겠어.

동주e :자기야...

가영e :.......

동주e :나를 위해서라도 너는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해줘.

가영e :미안해 난 그런 약속할 수가 없어.

동주 :네가 그렇게 생떼를 쓰면 나는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

 

가영은 대답이 없자. 민석은 그제야 마당 밖으로 향한다.

민석의 어깨는 축 쳐져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것만 같다.

 

#118 방안.

 

동주는 벽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려 하자.

가영은 동주의 팔을 잡고 부축한다.

 

가영 :지금 어디 가려구.

동주 :여기 오느라 점심도 굶었을 텐데. 내가 밥이라도 차려 줘야하지.

가영 :내가 차릴게 그러니까 자기는 그냥 있어.

동주 :그래도...

가영 :(눈시울을 쓰윽 닦아내며) 내 손으로 따듯한 밥한 끼 해먹이고 싶었어.

 

가영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얘기하자 동주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는다.

 

동주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그럼 우리 천사가 해준 밥을 먹어볼까?

가영 :(밖으로 나가며) 금방 맛있는 밥해줄게.

 

동주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119 툇마루, 부엌.

 

가영은 툇마루에 있는 용품들 위로 쪽지 한 장을 발견하고 쪽지를 읽는다.

 

가영 :(쪽지를 읽고) 오빠, 고마워요.

 

작은 전기난로, 전기밥통, 식기류, 냄비, 밥그릇, 수저, 휴대용가스렌즈, 오리털이불 그리고 식용품들 대부분은 즉석식품이다.

가영은 물품들 사이에서 일회용 가스렌즈와 냄비를 꺼내고 부엌으로 향한다.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집혀져 있다. 아궁이 위로 무쇠가마솥이 있고, 무쇠가마솥을 열자 뜨거운 수중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가영은 가스렌즈에 즉석식품 국을 올려놓고, 밥통엔 밥을 안쳐야 하는데 전기코드를 찾아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밥통을 들고 나와 마루에 있는 전기코드에 꼽고 부엌으로 돌아온다.

즉석음식들이지만 그래도 보기엔 먹음직스럽게 차려지는 음식들이 작은 상위에 가득차려진다.

 

동주 :(지팡이용 몽둥이를 짚고 부엌으로 들어와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이젠 정말 시집가도 되겠다. 음식도 이렇게 고잘 하는 걸 보면.

가영 :(즉석식품봉지들을 뒤로 감추며) 그럼 나도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동주는 일회용 봉지를 뒤로 감추는 가영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배시시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동주는 상 쪽으로 다가가 몽둥이를 버리고 상을 들으려고 하자, 가영은 그런 동주를 저지한다.

 

가영 :놔둬, 내가 들고 들어갈게.

동주 :아냐, 이런 무거운 것을 자기가 들 수 있겠어.

 

쇄약해진 동주는 상을 들어 올리려고 해보지만 상은 끔쩍도 하지 않는다.

가영은 그런 동주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고, 환하게 웃으며 동주의 옆으로 다가가 상을 가뿐하게 들어 올린다.

 

가영 :(가식적으로 더욱 환하게 웃으며) 내가 자기에게 여신일지라도 자기가 없으면 보통 사람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 나는 자기를 사랑하는 한 여자일 뿐이야.

 

가영은 상을 들고 부엌 입구로 향한다.

동주는 그런 가영의 뒷모습을 뻘쭉해 잠시 바라보다가 따라 움직인다.

 

#120 방안.

 

두 사람은 밥을 먹고 있다.

가영은 동주에게 밑반찬을 올려준다.

그러나 환자인 동주가 밥알을 씹는 자체가 힘겨워 보인다.

 

가영 :죽을 쓸 걸 잘못했네...

동주 :아냐, 오늘 이 식사가 내가 태어나서 제일 맛있고 최고의 음식이야.

가영 :고마워..

동주 :? 뭐가?

가영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동주 :아냐 정말 맛이 있어.

 

가영은 밥을 다 먹고 상을 치우려고 일어나자

동주는 가영의 팔을 잡아끈다.

 

동주 :추운데 내일 치워.

가영 :냄새 나잖아.

동주 :냄새가 좀 나면 어때서 그래. 우리들이 먹었던 건데 그러니까 내일 치워.

가영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데.

동주 :그럼 문밖에 내놓고 내일 치워. 정말 일초라도 더 자기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래.

 

가영은 상을 문 밖에 내놓고 들어와 이부자리를 피고 나란히 눕는다.

동주는 가영의 손을 놓칠세라 꼭 잡고, 그들은 서로 마주 돌아누워 자신들의 얼굴을 더듬는다.

 

동주 :무슨 생각해.

가영 :생각할 여유가 없어.

동주 :?

가영 :지금 내 머릿속에는 자기 얼굴을 영원토록 기억해야 하거든 그래서 아무런 생각도 해서는 안 돼. 오로지 자기 얼굴만을 기억해야 해. 그래야 저승에서 자기를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왠지 모르게 눈만 감아도 자기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아. 그래서... 그래서....

 

가영의 뺨으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동주는 앙상해진 손으로 가영의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낸다.

 

동주 :어이고, 우리 울보공주님.

 

시간 경과 새벽녘

가영은 그동안 심신이 힘들었던 것이 동주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풀려오며 피곤이 엄숙해져온다. 가영은 졸음이 쏟아져 하품을 크게 하고, 눈꺼풀이 풀려 눈 밑으로 감겨온다.

 

가영 :자고 싶지가 않은데.. 왜 이렇게 눈이 감기는 거지. 자기를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이 밤을 새고 또 지새워도 부족한 시간인대. 이상하게 졸리네.

 

가영은 눈이 스르륵 감긴다.

 

동주 :(애틋하게 가영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자기는 꼭 내 인생까지 두 배로 열심히 아니 열배 즐겁게 살아야 해.

 

동주는 그런 가영을 말없이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일어나 불을 끄자. 방안은 사악한 악마의 정영들이 정복해버리듯 깜깜해진다. 바람소리만 구슬픈 정영들의 울음소리와 같다. ‘~! ~!’

 

F. O/ F. I

 

아침,

가영은 눈을 뜨고 곤히 잠들어 있는 동주를 바라보다가 가영은 동주의 심장소리가 듣고 싶어 자신의 귀를 동주 가슴으로 가져다댄다.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소리를 듣는다는 자체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설레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귀를 동주의 심장 쪽으로 가져다댄다. 심장 뛰는 음률이 들려와야 하는데 가영의 귀전으로 고요한 적막만 흐른다. 동주가 죽은 것이다. 심장소리가 뛰지 않는다는 것은 죽은 것이다. 가영은 거친 숨소리만 헉헉 내뱉는다. 큰 눈이 더욱 둥그레지며 눈망울만 멀뚱멀뚱 거린다. 순간적 강한 충격을 받게 되면 보이는 일시적인현상이다. 잠시 , 동주의 몸이 꿈틀거리더니 눈을 뜨고 일어나 가영을 본다.

 

동주 :(넋을 놓고 있는 모습에) 가영아.

 

가영은 동주가 자신의 양어깨를 잡고 흔들어서야 그제야 정신이 들어오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동주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가영을 보며)악몽이라도 꾸기라도 한 거야.

가영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며 숨을 꿀꺽꿀꺽 들이 삼키며) 자기 심장이 자기 심장 소리가 멈춰있었어.

 

동주는 그제야 안심하며 가영의 귀에서 솜을 뽑아낸다.

가영은 왜 자신의 귓속에 솜이 들어있는 거지라는 눈초리로 동주를 쳐다본다.

 

동주 :으음. 이곳은 도심가 달라서 밤에 바람소리가 심해. 그래서 자기가 바람소리에 잠에서 깰까봐 내가 자기 귀에 솜을 담아놓은 거야.

 

인서트 -새벽녘-

동주는 진통이 찾아와 잠에서 깬다. 머리위로 물주전자와 알약 통이 있다. 알약 통에서 마약성분 진통제 두 알을 꺼내 먹으러하다가 자신의 곁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가영을 보고 다시금 여러 알을 손위에 털어놓고 입안으로 털어놓는다. 진통제를 먹어보지만 진통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뼈까지 녹여버리는 진통에 신음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나오자. 동주는 자신의 주먹을 입안으로 틀어막아보지만 신음소리는 주먹사이로 끙끙 새어나온다. 가영은 끙끙거리는 신음소리에 몸을 뒤척인다. 동주는 책상서랍장을 열고 솜을 꺼내 가영의 귓구멍에 솜으로 틀어막고, 구석으로 기어가 발작을 일으킨다. 얼굴에는 식은땀방울이 송골송골 매친다. 뼈를 깎아 녹이는 고통의 몸은 이리저리 비틀어댄다. 한편, 가영은 그런 동주를 의식하지 못하고 아주 달게 잠에 빠져있다. 동주의 내레이션이 오버랩이 된다.

 

동주e :(간절하다) 신이시여... 제발... 단 하루만... 아니 단 한 시간만이라

 

진통제가 들었는지 동주의 눈도 편안해진다.

 

#121 이미지 샷 새벽녘, 마당,

 

소리 없이 사르르 사르륵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122 방안. 늦은 아침

 

새벽녘에 언제 그렇게 거칠게 눈을 퍼부었느냐 듯 아침햇살마저 비추어주고 있다.

동주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차가운 바람이 쏴아 방안으로 달려들어 온.

 

동주 :찬바람을 쐬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가영은 싸늘한 찬바람에 몸을 감싸자 움츠려든다. 칼끝같이 매서운 찬바람이 온몸을 통과하는 순간 아팠던 마음도 슬펐던 기억도 모두 얼어붙는다.

 

동주 :가영아 밖을 봐봐, 온 세상이 온통 하얘졌어.

 

가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문밖 풍경을 보는 순간 그동안 아팠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륵 놓아버린다.

 

가영 :(어린아이처럼) , 정말 하얗다.

 

#123 설원, 마당.

 

동주는 힘겹게 주저앉아 눈을 엉성하게 뭉쳐놓고 가영에게 던진다. 바로 코앞에 가영이 서 있었기에 얼굴에 눈이 정통으로 맞는다.

동주가 가영의 얼굴에 눈이 정통으로 맞는 순간 거짓말처럼 마지막 선물이 내려진다. 거짓말처럼 동주는 아프기 전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다.

 

dissolve

두 사람은 어린아이들처럼 너무나도 행복해하며 각기 다른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눈사람 두 개가 만들어지자 숯으로 눈사람의 눈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팔을 달아준다. 눈사람 가슴에 각자의 상대의 이름을 적어놓는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옷과 빵모자를 씌어준다. 그리고 가영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추억을 담아놓는다.

 

dissolve

눈싸움하는 두 사람 그들에게는 그저 해맑은 미소만 흐를 뿐이다.

 

dissolve

가영은 나뭇가지로 눈 위에다가 동주 가영 영원한 사랑을 위해.’라고 쓰고 있을 때 동주는 가영의 뒤로 장난꾸러기처럼 눈뭉치를 들고와 가영의 머리통에다가 폭격해버린다. 가영은 화가 난 얼굴로 벌떡 일어나자 동주는 도망친다. 잡힐 듯 잡히지 않자 가영은 심통 난 얼굴로 멈추어 서. 동주가 달려와 가영을 안고 눈밭에 쓰러진다. 그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가영은 눈 폭탄 복수라도 하듯 눈 한주먹을 움켜쥐어 동주에게 먹인다. 동주도 가영에게 눈을 한주먹 먹이려고 하자, 가영은 까르르 웃으며 벌떡 일어나 도망친다. 가영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도망치자 동주는 멈추어 선다. 그러자 이번엔 가영이 달려와 동주에게 안긴다. 동주는 가영이 달려와 안기는 바람에 눈 위로 쓰러진다. 그들은 지구가 돌 듯 두 사람은 빙글빙글 눈밭을 돌다가 멈춘다.

 

dissolve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펑펑 내릴 듯 꾸물꾸물 거린다.

이내 눈이 한 송이 두 송이 일렁이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가영 :(너무 행복해 들뜬 목소리로) 정말 행복하다 오늘만 같으면 여한이 없겠다. 그지?

 

dissolve

기적이 사라져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건강한 동주의 모습은 사라지고, 병약한 동주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다.

 

동주 :자기는.. 꼭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다가 와야.... ... 약속.. 해줘..

 

가영은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고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려 동주를 쳐다본다.

가영은 동주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차하며 후회한다.

 

가영 :미안해.. 잠시 내가 착각했나봐.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되었나봐.

동주 :아냐... 나도... 너무나도.. 즐거웠.... 이제.. 죽어도.. 여한.... 없어. 수호신들에게... 감사해... 마지막으로... 자기와 뛸 수... 있게 해줘서...

 

동주의 눈이 힘없이 스르륵 감긴다.

 

동주 :... 행복.. 해야... ...나의... 천사... 나의... 여신...

가영 :(죽음 감지 못한 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춥지 않아 이제 그만 들어가자. 배도 조금 고프고...

 

동주의 대답도 없자. 가영은 불길해진다. 가영은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려 누워있는 동주에게 시선을 멈춘다. 동주의 입가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잠들어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보이는 눈망울로 한 참을 보다가. 천천히 동주의 심장으로 귀를 가져다 댄다. 심장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영은 자신의 귓구멍을 후빈다. 혹시 솜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마음에 그러나 솜은 없다. 가영은 다시 천천히 동주의 심장으로 향할 때 베토벤의 교향곡 오번 운명의 음률이 울리며 긴 암전

 

#124 제주도 바닷가 절벽.

 

F. I.

제주도 어느 바닷가 절벽 위로 민석. 희숙. 민수 그들의 손엔 물망초, 국화 한 송이씩 들고 서 있다.

가영은 뼛가루와 물망초(꽃말: 영원히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꽃잎과 국화(꽃말: 슬픔. 죽음을 애도함)를 뼛가루와 섞어서 절벽 밑 바닷가로 뿌린다. 뼛가루와 물망초, 국화 꽃잎이 바람에 나풀나풀 휘날리며 바닷물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가영 :(눈물) 자기야 자기가 그토록 와보고 싶어 했던.. 제주도 바닷가야.. 자기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제주도 바닷가라고.... 자기가 그토록 여행을 와보고 싶어 했던 제주도 바닷가야. 그러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봐.... 제발..

 

가영은 뼛가루를 뿌리다말고 힘없이 털썩 주저앉으며 오열을 토한다. 민석과 희숙은 주저앉아버린 가영을 부축한다. 뿌리다가 남은 뼛가루는 민수가 마저 뿌린다. 그들은 뼛가루가 다 뿌리자 자신들이 들고 있는 물망초 꽃과 하얀 국화 한 송이씩 바다에 현화한다. 꽃들은 파도를 타듯 일렁인다.

 

가영e :(에코처럼 점점 작게 소리와 함께 암전) 자기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125 에필로그

제작진 자막.

f.i

뿌연 화면 속으로 들어오는 꼬마들.

꼬마들은 원을 만들어놓고 누군가를 놀리고 있다.

그 원안으로 꼬마 한 쌍.

어린 가영과 어린 동주다.

원을 만든 꼬마들은 손가락으로 어린 가영과 동주를 가리키며 놀리고 있다.

뿌연 화면 속으로 나풀거리면 들어오는 민들레 홀씨 서서히 화면 천체에 휘날린다.

어디선가 낯익은 동요의 리듬소리가 들려온다.

그 위로 어린아이들의 장난어린 목소리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누구누구는 누구누구와 커어서 결혼한데요. 결혼한데요.“

 

어린 가영은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

그런 어린 가영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 안고 있는 어린 동주는

가영이를 놀리고 있는 아이들을 무섭게 노려본다.

dissolve

 

민들레홀씨가 휘날리는 가운데 성인으로 보이는 가영과 동주가 주저앉아 있다. 성인들은 원을 만들어 놓고, 그런 가영과 동주에게 손가락질하면 성악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영이와 동주는 사랑한데요. 사랑한데요.

동주는 가영이는 사랑한데요. 사랑한데요.

가영이와 동주는 죽어서도 사랑한데요. 사랑한데요.“

 

다시 원을 보면 동주는 간곳없이 가영이 혼자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이후 소설 정리해서 올릴까 합니다.

물론 소설에선 전체 내용은 같지만 풀이가 변하게 되며

소소한 모든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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