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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비의 소소한 창작이야기1-수학이야기-

구슬픈 사랑이야기-민들레향기2- 사랑이란 표현하는 것이다. 본문

구슬픈 사랑이야기(love time)

구슬픈 사랑이야기-민들레향기2- 사랑이란 표현하는 것이다.

jun.DK 2019. 6. 1. 15:18

#10 옥탑 방 안.

 

두 사람, 두 평 남짓한 작은 방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작은 가구들이며 책상까지 놓여 있어 실제로 그들이 누워있는 공간은 한 평도 체되지 않는 공간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공간이 더할 나이 없이 편안하다.

두 사람, 비좁은 방안에 밀착시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천장위로 제주도 관광지도가 도배되어 있다.

 

동주 :(혼잣소리) 제주도 해변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사면의 바다... 그리고 한라산에서 흘러나온 화산암들로 이루어진 절벽들이 죽인다고 하던데..

가영 :곽지 해수욕장과 삼양 해수욕장은 화산암 모래로 이루어졌어.

동주 :화산암 모래라니? 화산암 모래는 어떤 색깔이야?

가영 :검은색.

동주 :그럼 검은 모래사장이네.

가영 :, 검은 모래가 바닷물에 잠겨 햇볕에 반짝거릴 때면 정말 예뻐. 흑진주처럼.

동주 :검은 모래라고 하니까. 어떤 모래인지 정말 궁금해지네.

가영 :도민들의 말로는 검은 모래로 찜질하면 신경통이 낳는다고 하더라. 그리고 해안도로 따라서 가다보면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절벽바위들이 한 폭의 그림보다 더 아름다워.

 

동주, 가영의 설명을 들으면 짧은 탄식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동주 :(천장에 붙어있는 지도를 보며) 정말 저곳으로 떠나보고 싶다.

가영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갈까? 비행기 표는 내가 구할게.

동주 :아니 됐어.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꿈을 키워야지. 그게 내가 사는 이유이니까.

가영 :.....

동주 :미안해.. 나 같은 무능력한 놈을 만나서 제대로 된 여행도 한 번 떠나지도 못하고.

가영 :우리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가면 되잖아. 그런 이유에서 올 겨울에 결혼해버릴까?

동주 :(당황) 그게 아직은...

가영 :(환하게 웃으며) 농담이야. 농담..

동주 :정말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괜찮겠어.

가영 :우리들 나이가 한둘 살 먹은 어린앤가? .

동주 :그래도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잖아.

가영 :왜 내가 자기 곁에 있으니까 불편하기라도 한 거야.

동주 :아니.. 그게 아니지만, 자기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그러지. 그래도 좋게 생각하시지도 않으신데 이렇게 외박까지 하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가영 :정말 이상하게도 오늘은 단한 시간도 자기하고 떨어지기가 싫어.

동주 :미안해..

가영 :, .. 그 미안하다는 소리. 자기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얘기가 안 돼.

동주 :(넋두리) 하루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하고 결혼해서 알콩달콩 애들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다.

가영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여기다가 살림 차리면 어떨까?

동주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현실적으로 방이 너무 비좁잖아.

가영 :방이 좀 비좁으면 어때?

동주 :이제 금방 적금 타면 넓지는 않겠지만 작은 투 룸 정도는 구할 수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줘.

가영 :(동주 쪽으로 돌아누우며 )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생각하지 마. 내겐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며 가장 큰 집이니까?

 

동주, 가영 쪽으로 돌아눕자 코앞에 자신들의 얼굴이 바짝 밀착 되어버린다.

동주, 살며시 가영을 끌어당기자 가영은 동주의 품속으로 들어가 안긴다.

 

동주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가영 :나도 사랑해.

 

동주, 말없이 가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dissolve

화면이 바뀌며,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곤히 잠들어있다. 두 사람의 얼굴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이다. 자명종시계는 359분을 가리키고 이내 400분이되기가 무섭게 자명종시계는 두 사람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듯 우렁차게 울어댄다. 동주, 자명종 시계소리에 눈을 뜨고 자명종시계의 시샘을 멈추게 하곤 자신의 품안에 고이 잠들어있는 가영을 내려다본다. 가영, 달콤한 사랑의 행위에 지쳐서인지 달콤한 얼굴로 잠들어있다. 동주, 조심스럽게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곤 곤히 잠들어있는 가영의 이마에다가 뽀뽀한다. 가영, 잠결에 따뜻한 입맞춤에 감촉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11 길가몽타주. 새벽

 

동주, 집에서 나와 소형 오토바이를 끌고 앞으로 나간다.

 

cut- to

우유판매소, 우유 상자를 뒤에 실고 있는 동주.

 

cut-to

신문취급업소 소장이 신문 양을 체크하며.

 

소장 :이봐, 유군, 어제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동주 :(환하게 미소) ....

소장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웃으니까 보기가 좋군 그래.

동주 :(자신이 배달할 양의 신문을 오토바이 앞 바구니에 실어놓고 오토바이 시동을 걸며) 수고하세요.

소장 :(다른 신문배달원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며) 그래 운전 조심하고.

동주 :.

소장 :(동주의 오토바이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단 말이야.

 

cut-to

동주, 집집마다 우유와 신문 배달하고 있다.

어둑했던 골목 저편으로 서서히 날이 밝아진다.

 

cut- to

동주, 마트로 들어가 아침식사 준비할 식재료를 구입한다.

 

cut- to

식재료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동주의 얼굴에선 여전히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도 휘휘 불며 오토바이를 옥탑 방이 있는 건물 밑에 세우고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오른다.

 

#12 옥탑 방, 물 부엌. 아침

 

동주, 옥탑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방문을 열고 가영이 일어났는지부터 확인한다. 가영은 어제의 사랑행위에 피곤하였는지 여전히 꿈나라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동주, 옥탑 방과 붙어있는 작은 물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식사를 분주하게 준비한다.

일회용 가스렌즈에선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전기밥솥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dissolve

화면이 바뀌며, 밥상엔 음식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차려진다. 생선구이. 두부김치. 김치찌개. 김 등등.. 남자가 차린 밥상치곤 아기자기하게 잘 차려진 밥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13 옥탑방 안. 아침

 

가영, 막 일어났는지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고 있다.

 

동주 :잘 잤어.

가영 :지금 몇 시니?

동주 :일곱 시 반

가영 :미안, 내가 늦잠을 자버렸네.

 

가영, 옷을 모두 주워 입곤 동주가 차려온 밥상을 보곤 미안하듯 미소.

 

가영 :오늘은 내가 일찍 일어나서 밥을 차리려고 했는데.

동주 :아냐, 자기는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돼.

가영 :그래도 자기는 새벽에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까지 하느라고 피곤할 텐데.

동주 :이렇게라도 내가 자기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뻐.

가영 :이제 그만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 했으면 좋겠어. 자기 몸도 생각해야지. 자기가 무슨 무쇠로 만든 로봇도 아니고.

동주 :걱정 마,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관리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새벽녘에 움직여주는 게 운동도 되어서 일석이조야.

가영 :그래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하고 밤 열 시까지 샌드위치 만들어야 하잖아. 그럼 도대체 몇 시간을 쉬는 거야. (걱정스럽다. 시무룩해진 표정) 그러다가 골병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동주 :적금 끝나면 새벽일은 그만 둘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가영 :(새끼손가락 내밀며) 약속.

동주 :(가영의 새끼손가락을 걸며) 됐지. 이제 그만 밥먹자.

 

가영, 수저로 밥을 뜨자.

동주, 반찬을 수저위로 올려놓는다.

 

가영e(효과음) :이렇게 소소한 게 우리들의 삶의 행복이 아닐까합니다.

L. O

 

#14 사무실 안. 아침

 

희숙 (가영에게 다가서며) 아침 모닝커피 어때?

가영 (환하게 웃으며) 좋이.

희숙 (미자에게) 미자야, 모닝커피 하러 가자.

 

미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15 휴게실 안. 아침

 

가영은 휴게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미자와 희숙에게 건넨다.

그녀들은 커피를 뽑고 원탁으로 다가가 앉는다.

가영은 자신의 커피를 뽑고 커피 향을 맡으며

 

가영 :오늘따라 커피 향이 좋네.

희숙 :(가영을 보며)자기 어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얼굴색이 좋아 보이네.

가영 :(수줍게 웃으며) 내 얼굴에 티가 나?

희숙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데? 좋은 일일수록 같이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잖아.

 

가영은 대답대신 수줍게 배시시 웃는다.

 

미자 :(가영의 옷차림을 유심히 살피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런데.. 언니?

희숙 :, ?

미자 :희숙이 언니 말고, 가영이 언니.

가영 :, ?

미자 :아니. 언니, 옷차림이 어제 옷차림과 똑같아서요.

희숙 :(가영의 옷차림을 찬찬히 살피더니 확실하다며)정말. 자기 어제 옷차림 그대로네.

가영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희숙 :(짓궂게) 어제 연애한 거구나?

가영 :(쑥스럽다며 커피를 마시며) 연애는 무슨?

 

#16 샌드위치 가게.

 

세 평 남짓한 작은 공간,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는 동주, 행복해 보인다.

 

#17 사무실 안.

 

가영, 디자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긴 머리를 머리 끈으로 동여매고 팔엔 연필심이 묻지 않도록 만들어진 작업용 팔소매 토시를 끼워놓고, 사비연필로 쓱쓱 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은 프레임만 잡혀있는 스케치지만 한눈에도 세련미가 넘쳐 보인다. 동서양의 신비로운 배합시켜놓은 듯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희숙, 언제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였는지 가영의 곁으로 다가와 팔짱을 낀 채로 가영의 디자인을 훔쳐보고 있다.

 

희숙 :(약간 비아냥거리듯) 역시 가영이 너의 디자인은 뭔가 모르게 신라시대의 그런 고풍이 숨겨져 있단 말이야.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프랑스 루이1세 때의 풍유했던 그런 디자인을 느낄 수도 있어. 동양의 부드러운 곡선과 서양의 아름다운의 배합이라고 할까. 너 같은 고리타분한 사랑을 고집하는 얘가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할 수가 있는지 정말 십대 미스터리 중에 하나야.

가영 :(슬쩍 돌아보며) ? 그렇게 촌스러워.

희숙 :(가영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 누가 촌스럽데.

가영 :그런데 신라시대는 뭐고, 또 루이2세도 아닌 루이1세는 또 뭐니? 그건 촌스럽다는 얘기잖아.

희숙 :그처럼 원시대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낸다는 거야.

가영 :그게 촌스럽다는 거잖아?

희숙 :아니.. 신비롭다고 해야 옳지. 루이2세도 루이1세가 있어야 하는 거고, 조선시대도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가 밑바탕으로 깔려 있는 거잖아.

가영 :그럼 좋다는 거니?

희숙 :? 디자인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건데. 내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지. 내 생각은 단지 색다르면서 깊이가 느껴진다는 거야.

미자 :(다가오며) 언니 점심시간인데 오늘 뭘 먹을까요.

가영 :(책상위에 있는 핸드폰 챙겨들며) 어쩌지? 나 점심 같이 못하겠는데.

 

#18 샌드위치 가게.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사기위해 줄을 서있다.

동주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그 옆에서 보조하는 가영.

점심시간에 자신의 일을 도우려온 가영에게 미안하다.

 

동주 :자기 일도 힘들 텐데. 점심시간엔 그냥 쉬지 않고.

가영 :자기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나 혼자만 어떻게 편히 쉴 수가 있겠어.

동주 :(멀쑥하다) 고생은 뭘?

가영 :오늘은 손님이 좀 많네.

 

동주, 손놀림이 좀 더 빨라진다.

두 사람의 얼굴엔 사랑스러운 미소가 가득 맴돈다.

 

#19 사무실, 저녁

 

사무실 안은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분주한 틈에서도 가영은 디자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희숙 :(가영에게 다가와 서며) 오늘은 늦는데.

가영 :, 뭐가?

희숙 :장미폭탄.

가영 :(무뚝뚝하게) 이젠 정신 차린 모양이지.

 

장미폭탄을 들고 사무실 입구로 들어오는 퀵서비스

 

가영 :(디자인 스케치 옆에 있는 핸드폰 시계를 보며) 올 거였으면 최소 오 분전까지는 도착했을 거야. 그런데 지금 퇴근 시간이 일 분이나 지났어.

희숙 :과연 그럴까?

 

희숙, 고개로 사무실 입구 편을 가리키자, 가영, 엉덩이를 살짝 들어 입구를 살핀다. 퀵서비스가 장미폭탄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들어온다. 사무실 직원들은 퀵서비스가 장미폭탄을 들고 들어오자 무덤덤하게 한번 슬쩍 쳐다보곤 책상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미자는 장미폭탄이 도착하자 디자인하던 것을 끝내고 으레 장미폭탄이 도착할 곳인 가영에게 다가온다.

 

희숙 :(퀵에게) 오늘은 많이 늦으셨네요.

:.. . 오늘따라 배달이 많이 밀려서요.

미자 :(생뚱맞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니요.

희숙 :얘는 지금 퇴근시간이 지났는데.

미자 :아이 정말, 저는 꽃 배달이 퇴근시간 이십분에서 십분 전후로 와서 아직도 시간이 남았는지 알았는데.

희숙 :근데 정말 꽃 배달을 보내는 분이 누군지 모르세요.

:, 저희들은 배달만해서요. 궁금하시면 한번 꽃집으로 연락해보시던지요.

 

#20 승강기 앞. 저녁

 

미자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몸이나 풀려가요.

희숙 :그럼 그럴까?

가영 :나는 빼줘.

희숙 :? 또 새침때기처럼..

가영 :난 그런 곳이 체질상 맞지도 않구..

미자 :가끔 여자들끼리 뭉쳐줘야 줘.

 

희숙, 미자에게 찡긋 윙크를 보내자, 연행하듯 가영의 팔짱을 꽉 낀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들어간다.

 

#21 길가 .

 

택시 다가와 멈추고 그녀들은 택시에 올라탄다.

 

기사 :(룸미러로 그녀들을 흘끗 쳐다보며) 어디로 모실까요.

희숙 :강남 서머나이트로 가주세요.

 

택시기사60,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택시는 스르르 미끄러져 나간다. 택시기사는 힐끗힐끗 룸미러로 들어오는 미녀삼총사의 미모를 감상하듯 흐뭇한 미소.

희숙, 택시기사의 반사적 행동을 눈치를 체고 미자에게 귓속말한다.

 

희숙 :남자란 나이를 먹든 안 먹든 이쁜 것을 알아가지고 계속 곁눈질로 우리들을 보고 있다. .

미자 :언니, 우리들 미모가 그만큼 된다는 증거잖아요. 저는 괜찮은데요.

 

가영은 그녀들의 대화에 관심이 없는지 창 밖 길가만 멍하니 내다보고 있다.

 

#22 강남 클럽 앞.

 

택시는 강남 서머나이트 앞에서 멈춘다. 안쪽에 탄 가영, 핸드백을 열고 택시비를 계산한다. 택시요금 계는 구천삼백 원이 찍혀있다.

 

기사 :구천 원만 주세요. 아가씨들이 예뻐서 삼백 원은 팁으로 안 받을 테니까.

 

가영, 기분이 찹찹하던 차인대 거기다가 팁이란 말에 기분이 확 상하듯 만 원을 택시기사에게 건네며.

 

가영 :아저씨, 나머지는 아저씨 팁이나 하세요.

 

택시기사, 그런 가영의 말에 화가나 택시 문을 벌컥 열고 택시에서 내린다.

 

기사 :저기 아가씨 지금 뭐라고 그랬어!

가영 :뭐가요?

기사 :나를 어떻게 보고 칠백 원을 팁이라고 주고 내리는 거야.

가영 :아저씨 먼저 삼백 원을 팁이라면서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쳐줬는데 잘못이라도 있나요.

 

두 사람은 순한 양처럼 언제나 술에 물 타듯 유유부담한 성격인 가영이 무식하게 생긴 택시기사에게 따지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기사 :정말 이 아가씨가 생긴 것 닮지 않게 너무 깔치하군.

가영 :아저씨 성희롱으로 고소하지 않는 건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기사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내가 언제 성희롱을 했다고, 그래.

가영 :팁이란 단어가 성희롱에 접촉 된다는 사실을 모르세요.

 

택시기사, 성희롱이란 말에 약간 주눅이 들어 주춤 그래도 택시기사는 자신이 남자라며 더욱 큰소리를 친다.

 

기사 :그래 팁이란 단어가 어때서? 얘기를 해봐!

가영 :정말 팁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세요.

기사 :그래 모른다. 내가 가방 끈이 워낙에 짧아서..

가영 :팁이란 남의 일을 도와주거나 봉사해서 받는 것이란 것은 잘 알고 계시죠.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팁을 준다는 것은 그 남자에게 봉사를 하였다는 뜻이 되거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술집잡부들에게 팁을 주는 경향이 높아요. 그렇듯 아저씨께서는 우리들에게 삼백 원 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우리들이 술집잡부란 말이란 말인가요. 아니면 저희들이 아저씨에게 어떤 봉사라도 했나요.

기사 :(험악한 인상을 무기 삼듯 더욱 거칠게 인상을 찡그리며) 겨우 삼백 원인데!

정숙 :돈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모르세요. 제삼자가 팁이란 말을 듣고 오해요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 또 그렇게 되면 아저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도 있는 거구요.

 

가영, 택시기사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은 채 똑 부러지게 차분하게 조목조목 나열하자 택시기사는 대꾸할 말을 잃어버리고 화를 낸다.

 

기사 :에이 젠장! 요새는 툭하면 성희롱이라니, 어디 마음대로 농담 한마디 할 수가 있겠어.

가영 :아저씨, 그런 농담 자체가 성희롱의 근본이란 것을 모르세요.

 

마지막 카운터 편치를 날리자 택시기사는 씩씩거리며 바닥에 침까지 퉤 뱉곤 택시 안으로 들어가며 구시렁댄다.

 

기사 :에이, 오늘 재수가 옴 붙었군. 일찍 파하고 들어가서 마누라 엉덩이나 만져줘야겠군!

 

택시기사는 차문을 거칠게 닫고 출발한다.

 

#23 클럽.

 

미자와 희숙은 맥주를 마시며 음악의 리듬을 맞추어 흥겹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희숙 :오늘 여기 물이 영 안 좋네.

미자 :언니, 저기 저 남자들 어때요?

가영 :우리들끼리 조용히 놀다가 가자.

희숙 :명언에도 있잖아 로마로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클럽에 오면 클럽 법을 따르라는.

가영 :우리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희숙 :애인은 애인이고 좀 더 낫은 사람을 찾아야지. 인생은 짧은데 한 남자에게 목을 맨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혹시 아니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 지금 내가 사귀고 있는 그 사람보다 훨씬 조건이 더 좋은 남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가영 :그렇게 살면 그 사람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남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며 윙크까지 보낸다.

미자, 남자들을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휙 돌려 도도하게 무시한다.

 

희숙 :우리는 쿨하게 살기로 약속했어. 자신들보다 더 낫은 파트너가 생기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떠나주기로.

가영 :과연 그렇게 쉽게 쿨하게 떠날 수 있기는 한 거야.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인데.

희숙 :요새 사랑은 중고생들이나 하는 거야. 우리처럼 이십 대 중후반은 사랑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해야지.

가영 :본능도 어떻게 보면 사랑이잖아.

희숙 :이런 곳에서 요조숙녀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숭이라며 뒤에서 씹는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니.

가영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삐쭉이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미자 :언니, 가영이 언니가 하루 이틀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우리끼리 만이라도 나가요.

가영 :미자야, 너는 애인도 잘생겼고 거기다가 능력도 좋은데. 왜 그러니?

미자 :언니, 아무리 달콤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너무 자주 먹으면 질려요. 그래서 가끔씩 색다른 아이스크림도 먹어줘야 해요. 그래야 좀 더 관계가 원망해지거든요.

가영 :그러다가 애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미자 :? 요새 신세대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쉽지만 헤어져야죠.

희숙 :그러라고 간통죄도 폐지된 거잖아요.

가영 :아무리 시대가 급속하게 자기중심주의로 변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아니지 않을까?

미자 :언니는 전생을 믿죠?

가영 :...

미자 :우리들은 전생 따위는 믿지 않거든요.

가영 :.......

미자 :전생을 믿게 된다면 다음 생에도 현재보다 더 낫은 삶을 살고자 현재를 포기하면서 살게 돼요. 그 대표적인 것이 자살테러예요.

희숙 :그래 종교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얘기하지만 사실 죽어보지 않은 상태에선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무도 몰라. 그처럼 종교지도자들도 죽어보지 않았다는 거야. 그렇듯 천국과 지옥은 종교적 산물일 뿐이야. 그래서 현재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꾸미고 가장 행복해야 해. 현재가 진실이니까.

 

#24 스테이지.

 

그녀들은 섹시하면서도 여자들만의 곡선을 살린 유연한 허리 돌리기 그녀들의 유혹의 춤사위는 도발 섹시다. 가영은 소극적으로 춤을 춘다. 스테이지에 있던 남자들은 슬금슬금 옆으로 피해 그녀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며 박수로 흥을 돋는다. 필이 꽂혔던 남자 셋은 어느새 그녀들 곁으로 다가와 거추장스럽게 춤을 추며 추파를 던진다. 그녀들은 도도하게 그런 남자들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보내지도 않는다. 가영은 도저히 남자들이 끈적거리는 모습이 부담스러워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25 샌드위치가게. 같은 시각

 

동주, 가게 안에만 있는 게 답답해졌는지 가게 밖으로 나가 길가를 살핀다. 길가엔 간간히 지나가는 한두 사람 외엔 그 어디서도 가영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동주,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일 번 단축버튼을 누른다. 신호음만 몇 번 울리다가 들려오는 소리는 저희 고개님의 전원이 꺼진 상태입니다. 잠시 후 음성메시지로 연결되오니...’

순간 동주, 머리가 깨질듯 아파온다. 깨질 듯한 두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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