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하늘나비의 소소한 창작이야기1-수학이야기-

민들레향기-마지막 여행. 본문

구슬픈 사랑이야기(love time)

민들레향기-마지막 여행.

jun.DK 2019. 6. 12. 22:41

#81 병실. 새벽

 

동주는 2인실 병실에 잠들어있다.

안정을 찾았는지 얼굴이 평안해 보인다.

시간이 흐르며,

동주는 눈을 뜨고, 잠시 주변을 둘려보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82 병원화장실. 새벽

 

동주는 좌변기에 소변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이내 구토까지 느껴오자. 동주는 좌변기를 부여잡고 머리를 좌변기 안에 틀어박아놓는다. 동주는 속에 있는 음식물들을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해보지만 입안에서는 쓴 물만 나온다. 헛구역질하다가 멈추고 화장실 벽을 등받이 삼아 몸을 기댄다. 눈망울만 멀뚱멀뚱 거리다가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 단축키인 일 번을 누르지만 신호음이 가기 전에 다시 핸드폰 폴더를 덮는다.

 

동주 :(애절하다. 웅얼댄다)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은데. 정말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다. 아니 숨소리만이라도 듣고 싶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핸드폰이 울린다.

동주는 핸드폰 발신자표시를 확인한다. ‘나의 사랑 반쪽 가영

동주는 핸드폰을 잠시 보다가 핸드폰 폴더를 올리고 귀에 가져다댄다.

 

#82 교차, 병원화장실/가영 방. 새벽

 

이중분할화면.

가영은 침대에 베개로 등받이하고 앉아있고,

동주는 화장실벽에 등을 기대고 두통이 가시지 않았는지 눈은 게슴츠레 뜨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 마음을 빼앗기게 될 때 순종하게 된다. 말다툼, 싸움이 일어나는 현상은 마음이 완전히 주지 않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다. 그렇듯 서로 진정한 사랑을 한다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랑을 느낄 때 어떤 경우에도 작은 다툼도 벌어질 수가 없다. 열렬히 사랑하고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사랑의 감정이 식어버리게 될 때, 작은 것에서도 말다툼이 끊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조건을 보고 결혼을 했을 경우엔 어떻겠는가? 현재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방법은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좀 더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자비롭게 포옹할 때 비로써 가정이 천국으로 변하게 된다.)

 

가영 :(힘이 없다. 나지막하게) 낮에 자기가 얘기했던 그 얘긴 무슨 뜻이야..

동주 :.....

가영 :아니, 내가 자기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야.

동주 :......

가영 :여보세요. 자기, 지금 내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거야.

동주 :.. 듣고 있어.

가영 :내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모르겠어. 그러니까 내가 자기한테 무슨 잘못을 했는지 얘기해줘. 그럼 내가 고칠게..

동주 :잘못한 게 없어.

가영 :그런데 오늘 낮에 왜 그런 거야. 자기는 나하고 헤어져서 살 수 있어. 나는 자기와 헤어져서 단 하루도 살수가 없는데.

동주 :미안해..

가영 :미안하다고만 하지 말고 속 시원하게 얘기해줘. 무슨 이유인지.

동주 :우리 운명의 순리대로 따르자.

가영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순리대로 따르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동주 : .....

 

가영은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창가 밖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영 :(떠있는 별들을 보며) 자기 지금 밤하늘 볼 수 있어.

동주 :..

가영 :그럼 지금 창밖을 봐봐.

동주 :?

가영 :오늘 밤하늘이 너무 맑아서 별들이 훤하게 보여.

 

동주는 힘겹게 일어나 화장실 벽으로 난 작은 쪽문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동주 :, 보고 있어.

 

순간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가 뚝 떨어진다.

 

가영 :자기야 별똥별 떨어지는 거 봤어.

동주 :, 봤어.

가영 :자기는 무슨 소원을 빌었어.

동주 :나야 뭐.. 자기 건강을 빌었어. 그런 자기는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가영 :나는 우리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도록 해주라고 빌었어.

동주 :사랑이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가영 :그럼 자기는 사랑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동주 :나도 한때 그렇게 믿었어. 그런데 운명의 갈림길에서 과연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겨..

가영 :자기 술 마셨어. 목소리가 좀 그러네...

동주 :(두통에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 조금.

가영 :우리 화해하는 거지.

동주 ......

가영 :왜 대답을 하지 않는 거야. 아직도 내게 화가 안 풀린 거야.

동주 :가영아.. 나는 자기한테 화난 적이 없어.

가영 :그럼 우리 내일 야외로 소풍가지 않을래. 내가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할게.

동주 :내일....

가영 :, 안 돼.

동주 :아니, 내일은 평일인데..

가영 :월차를 내면 돼.

동주 :(머리가 아파왔는지 주르륵 주저앉는다)...

가영 :? 싫어.

동주 :... 아니.

가영 :그럼 내일 아침 10시까지 가게로 갈게.

동주 :.

가영 :(얼굴이 환해지며) 그럼 내일 보자. (달콤하게 속삭이듯)사랑해~

 

동주, 핸드폰 폴더를 닫아버린다.

 

이중화면이 사라지며 가영의 방.

가영은 사랑해란 답변이 없자 뻘쭉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밖에 떠있는 별을 올려다본다.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가 먹구름 속으로 서서히 숨어버리고 있다.

 

#83 가영 집 부엌/새벽

 

아기자기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들을 도시락에 담고 있다.

살짝 가영에서 벗어나면 아줌마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84 의사 진료실. 이른 아침

 

담당의 :(침울한 표정으로) 뇌 전체에 전의 된 상태입니다. 현재 의학으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동주 : .... 그럼 제게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거죠.

담당의 :... 1개월 정도.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5개월입니다.

민수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녀석은 정말...

 

민수는 안타까움에 누시울이 붉어진다.

담당의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는 듯 고개만 살짝 아래로 떨군다.

F.O.

 

#85 샌드위치 가게 앞. 아침

F.I.

가게 문은 셔터엔 자물쇠로 꽁꽁 잠겨있다.

가영은 왜 가게 문이 닫힌 거지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는데.

동주는 가영의 앞으로 걸어온다.

 

가영 :(동주에게 다가가며) 이제야 오는 거야?

 

F.O.

 

#86 몽타주, 아침

F.I.

고속 터미널

표를 끊고 있는 두 사람.

cut to

 

고속버스 안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버스.

cut to

 

고속도로

버스 유리창너머로 들어오는 밭과 논, 산과 들이 휙휙 지나간다.

 

#87 시외버스 안.

 

시외버스는 어느 한적한 외딴 산골마을이 있는 정류장에 멈추어있다. 허름한 정류장표지판엔 ‘BASE SPOT’란 글자가 커다란 게 적혀있다. BASE SPOT 밑으로 작은 글씨로 마을 이름인 선천(仙天)이란 이름이 적혀있다. 표지판을 따라 밑으로 시선이 내려가자 나무로 만들어진 긴 의자가 놓여있고, 그 의자 뒤론 커다란 아카시아나무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그 아카시아나무 밑으로 나이가 지긋하게 먹은 할머니 한 분이 짐 보따리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짐 보따리 사이로 삐죽삐죽 나온 것들은 참기름 병. 각종채소류들을 조금씩 들어있는 비닐봉지들을 보아 딸이나 아들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듯하다. 할머니는 버스가 오지 않자 목만 빼놓고 반대편을 보고 또 보고 서있다.

 

가영 :(스마트폰을 보더니) 이곳에서 내리자. 이곳에 유명한 데이트 코스가 있다고 해.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린다.

 

#88 낙엽가로수 숲길.

 

낙엽가로수 숲길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듯 정갈하게 잘 다듬어진 길이다. 가을 산이라서인지 추운 기운마저 감돈다. 낙엽수에서 낙엽들이 나풀나풀 떨어져 군데군데 수북하게 쌓여있다. 가영은 예쁜 낙엽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동주는 수북하게 쌓여져 있는 낙엽을 한껏 품속에 안고 가영에게 다가가 낙엽을 뿌린다. 가영의 머리위로 낙엽이 스르르 떨어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가영은 낙엽 사이에서 예쁜 낙엽을 찾다 말고, 동주의 장난에 맞장구라도 치듯 자신도 낙엽을 한껏 품에 안고 동주에게 내뿌린다. 두 사람들은 잠시 동안 동심으로 돌아가 낙엽놀이를 즐긴다. 두 사람은 어린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해 보인다. 웃음소리도 너무나도 경쾌하다. 낙엽을 갖고 서로 던지다가 지쳤는지 두 사람은 그대로 길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린다. 가을 하늘 너무나도 푸르다.

 

가영 :, 좋다 정말 좋다. 자연에 나오니까 정말 살 것 같다.

동주 :....

가영 :(일어나 동주 편으로 돌아앉으며) 자기야, 낙엽에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하트모양 큰 바위 밑에다가 묻어놓고 일 년 동안 낙엽에 이름 석 자가 남으며 삼생(三生)동안 사랑하는 연인이 될 수가 있다는 전설이 있어.

동주 :그런 거 다 미신이야.

가영 :그래도 낭만적이지 않아.

동주 ;...

가영 :(주변에서 낙엽을 하나를 줍고) 우리도 하자. 그리고 일 년 후에 다시 와서 확인해보자. (애교) .

동주 :(일 년 후란 말에 침울해진다.)일 년 후에 썩지 않는 나뭇잎이 어디 있어.

가영 :그래서 어떤 연인들은 낙엽에다가 방부제처리해서 묻는다고도 하더라.

동주 :(주위를 돌아보며)하트 바위도 없잖아.

가영 :어제 인터넷에서 확인했는데, (안쪽으로 가리키며) 좀 더 안 쪽에 들어가면 작은 하트 바위가 있다고 해.

 

가영은 동주에게 스마트 폰으로 바위 사진을 보여준다.

동주는 이게 마지막 여행이란 것을 알기에 가영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준다.

 

동주 :(낙엽을 받아들며) 어떻게 하면 돼.

가영 :(신나서) 일단 상대방이름을 적고 하트 반쪽이 나눠 그리면 돼.

 

동주는 낙엽에다가 상대방 이름을 적고 하트 반을 그려 가영에게 넘기자 가영은 동주 이름과 나머지 하트 반을 그려놓는다.

 

김가영박동주

 

두 사람은 일어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하트모양의 바위가 나온다.

두 사람은 하트 바위 밑에 낙엽을 묻는다.

가영은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동주는 진지한 가영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온다.

눈물이 핑하자 팔소매로 빠르게 눈시울을 닦아낸다.

 

#89 작은 동산/

 

민들레가 한가득 피어있는 그런 꽃밭 동산, 동산위엔 몽환적인 이미지인 고목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밑에서 도시락을 먹는 두 사람 카메라 뒤로 빠르게 빠지면 한 폭에 그림이 된다.

몽환적인 이미지 dissolve

 

(1)몽환적인이미지(고목 벚꽃?), 벚꽃고목 아래서 점심을 먹는 두 사람 위로 왕 벚꽃 잎들이 하늘하늘 천천히 일렁이며 떨어진다. 카메라 천천히 뒤로 빠지면 그들을 한 폭의 그림을 잡는다. 최대한 몽환적인 이미지. 벚꽃 잎은 마치 눈처럼 보인다.-여기서 몽환적인 이미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벚꽃이 봄에 피는 것인지만, 그들의 슬픈 이별을 알리는 복선으로 사용함.

2)고목에선 붉게 물든 낙엽하나가 나풀나풀 그들 머리위로 떨어져 내린다.

슬픈 사랑이미지.)

 

 

#90 버스 정류장. 노울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가 있던 그 버스정류장 앞에 두 사람은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붉은 노을은 산기슭너머로 느릿느릿 넘어가고 있다. 가을 산은 붉은 노을로 더욱 붉게 물든다. 두 사람은 아카시아나무 밑에 놓인 오래된 긴 나무의자에 앉아있다. 아카시아 꽃잎은 바람의 살랑살랑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아카시아나무가 바람에 살랑이며 춤을 추면서 은은한 아카시아향기를 내뿜는다. 가영은 매혹적인 아카시아향기에 심취되어 눈을 슬그머니 감는다.

 

가영 :으음.. 향기가 너무 좋다. , 천국에 온 것 같아.

동주 :이거 아카시아향인데. ? 기억나지 않아. 우리 초등학교 보조 운동장에도 아카시아 고목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자기와 같이 도시락도 나눠먹었었는데.

가영 :, 그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아카시아향기는 기억이 없어. 인공적인 향수와 자동차 매연에 길들어져서 그런지. 이 아카시아향기가 그동안 찌듯 콧구멍을 시원하게 뻥 뚫려주는 기분이 들어.

 

가영은 아카시아향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짐짓 깊게 심호흡을 한다.

동주는 그런 가영의 순수한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으며 속삭인다.

 

동주 :사랑해...

가영 :(눈을 슬그머니 뜨며) ? 뭐라고 했어.

동주 :(배시시 웃으며)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가영 :정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동주 :. ?

가영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닌데. 내 귀에 똑똑히 들려왔는데.

동주 :(짐짓)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

가영 :아니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 같았어. (심취하며) ‘사랑해라는 소리였어. 그것도 내 심장을 사르르 녹여버리듯 너무나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동주 :그럼 혹시 우리들 등 뒤에 있는 이 아카시아가 자기에게 반해서 얘기한 게 아닐까?

가영 :말도 안 돼. 어떻게 아카시아가 얘기를 할 수가 있다고.

동주 :자연들도 자신들만의 얘기를 주고받는다고 하잖아. 그게 사람들이 감지할 수 없는 음파라서 사람들이 듣지 못한다고, 그래서 바람이 살며시 불 때면 가끔씩 자연의 소리가 들을 수도 있다고 하잖아. 자기가 들은 것도 그런 걸 거야. 바람을 빌려서 아카시아가 자기에게 고백한 걸 거야.

가영 :(빤히 쳐다보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동주 :그럼 그렇지 않으면 나무의사들이 청진기를 들고 나무에다가 청진기를 대보겠어. 청진기로 나무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잖아.

가영 :(아카시아나무를 신비롭게 바라보며) 그럼 정말 이 아카시아가 내게 얘기했던 걸까?

동주 :그럼 자기는 보통사람들과 다르잖아.

가영 :보통사람과 다르다니?

동주 :자기는 천사잖아.

 

산기슭에 걸려있던 붉은 노을이 어느새 산속으로 숨어버린다.

쌀쌀했던 날씨는 어두워지면서 추위를 느낀다.

동주는 자신의 점퍼를 벗어 가영에게 덮어준다.

가영은 고맙다는 표시로 싱긋 웃는다.

 

가영 :자기도 추울 텐데. 우리같이 덮자.

동주 :아냐, 난 괜찮아.

 

동주는 찬바람이 쌩 불어오자 추위를 느끼며 몸을 파르르 떨며 살짝 움츠린다.

 

가영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덮자.

 

가영은 동주와 최대한 밀착하고 점퍼를 같이 덮고는 동주의 옆구리를 꼭 껴안는다.

버스는 그런 두 사람을 질투라도 하듯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와 그들 앞에 멈춘다.

두 사람은 시외버스 위로 오른다.

 

#91 시외버스 안.

 

뒤늦게 읍내로 나가시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만이 버스 안에서 졸고 있다. 두 사람은 버스 맨 뒷좌석으로 걸어가 앉고 창가 밖을 내다본다. 어둠만이 짙게 내려앉아버린 밖은 깜깜하다. 이내 버스는 덜커덩 출발한다. 온통 세상이 어둠이 삼켜버린 세상으로 버스는 내달린다.

 

#92 고속버스 안.

 

고속버스 안은 사람들이 만원이다.

가영은 피곤하였는지 동주의 어깨를 베게삼아 기대어 잠에 빠져있다.

동주는 그런 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눈초리로 가영을 내려다본다. 순간 동주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머리통은 깨질 듯 아파온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마약류 진통제를 꺼내 입속에 털어놓고 삼킨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일회용 휴지로 코피를 닦아내고 휴지를 돌돌 말아 콧구멍을 틀어막는다. 얼굴은 머리가 깨질 고통으로 종잇장처럼 구겨진다. 손수건을 입에 물고 머리가 깨지는 고통을 끝끝내 신음소리 없이 이겨낸다. 가영은 행복한 얼굴로 고이 잠들어 있다.

 

#93 서울 톨게이트 앞.

 

버스는 잠시 멈추어선 곳은 서울 진입 톨게이트 앞이다. 어느새 동주도 고통에서 벗어났는지 얼굴이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다. 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 카메라 그들에게서 빠져나오며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잡는다. 긴 암전 (동주 목소리가 O.L. 오버랩)

 

동주 :나는 사람들이 이기주의자라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나는 그녀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로 하여금 그녀가 아파하고 고통 받는 모습은 내가 죽어도 보기 싫다... 신은 존재한다면 너무나도 냉혹한 조물주이다. 죽음이란 것을 만들어 놓은 조물주들...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계속~~

 

tip

톨게이트는 이별의 종착역으로 표현했다. 보통 여기서 끝을 낸다. 그러면서 독자, 관객에게 스스로 마지막 이별과 고통을 스스로 상상하게... 이것은 어떻게 보면 과거 작법이 아닐까한다. 시나리오는 소설과 달리 모든 것을 콜콜하게 독자, 관객에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절절한 이별은 죽음이 아닐까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까지 끌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장수와 씬을 조절하면서.. 역시 마지막 엔딩 부분이 다가올수록 어렵네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