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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향기-창작시나리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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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향기-창작시나리오.

jun.DK 2020. 11. 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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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향기-창작시나리오.

 

 

창작시나리오

 

www.youtube.com

#0 플로로그/ 학교 운동장.

 

뿌연 화면 속으로 들어오는 꼬마들.

꼬마들은 원을 만들어놓고 누군가를 놀리고 있다.

카메라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원안으로 꼬마 한 쌍이 들어온다.

어린 가영과 어린 흑인혼혈 동주다.

원을 만든 꼬마들은 손가락으로 어린 가영과 어린 흑인혼혈 동주를 가리키며 놀리고 있다.

뿌연 화면 속으로 나풀거리면 들어오는 민들레 홀씨가 서서히 화면 천체에 휘날린다.

어디선가 낯익은 동요의 리듬소리와 함께, 어린아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누구누구는 누구누구와 커어서 결혼한데요. 결혼한데요.“

 

어린 가영은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

그런 어린 가영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 안고 있는 어린 흑인혼혈 동주.

dissolve

 

 

가영이는 흑인 혼혈 동주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흑인 혼혈 동주는 가영이를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가영이와 흑인 혼혈 동주는 커서 결혼한데요, 결혼한데요.“

 

노래와 함께 민들레꽃잎이 뿌연 화면 속으로 나풀거리며 일렁이는 가운데 타이틀백이 떠오른다.

민들레 향기

(꽃말: 내 사랑 당신에게로)

 

https://youtu.be/iOk3isc5aDg

 

#1 꽃 도매상 앞 도로.

 

고급세단이 꽃집도매상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멈춘다.

고급세단 문이 열리면 30세 민석이 내린다.

키는 180cm정도이며, 핸섬하게 잘 생겼다.

부티가 좔좔 흘러내린다. 그렇다고 명품 따위는 아니다.

민석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O.L(오버랩)되며

 

#2 길가.

 

27세 동준, 175cm정도이며, 흑인 혼혈이다. 옷차림은 깨끗하고 단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빈티가 난다. 자신감이 없는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3 어느 꽃 도매상 안.

 

민석은 터프하게 붉은 장미가 들어있는 양동이를 들고 30대 중반 꽃집아줌마 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민석 :(씨크하게) 전부다 포장해서 제가 보내는 곳으로 배달하여주세요.

꽃집 : 오늘은 오백 송이가 훨씬 넘을 텐데요.

민석 :(시크하게) 상관없습니다.

꽃집 : (궁금하다는 눈으로 민석을 올려다보며) 오늘로 나흘째인데 붉은 장미를 이렇게 구입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민석 :(황금색 카드 꺼내 내밀며, 시크하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붉은 장미를 선물하지 않습니까?

 

 

꽃집 :(시크하게 대답하는 민석에게 살짝 당황스럽다며)그렇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붉은 장미를 선물하죠. 그렇지만 나흘 동안 장미를 이렇게 많이 선물하시는 분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이라서요.

민석 :(시크하게 농담하듯) 제겐 사랑의 질투 화신인 사랑의 악마가 붙어있는 모양이죠.

 

꽃집 :(카드단말기에 신용카드를 긁고 황금카드를 넘기며, 부럽다는 시선으로) 정말 낭만적이시네요. 혹시, 시인이세요.

 

민석 :(황금카드를 받아 챙기고 메모카드 한 장을 꽃집아줌마에게 건네며) 카드도 같이 꽃과 함께 보내주세요.

 

#4 O.L 어느 꽃 집.

 

흑인 혼혈 동주는 꽃이 가득 꽂혀있는 양동이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꺼내든다.

 

#5 F. I. 액세서리 디자인 사무실. 저녁

 

책상 아래 500송이가 넘어 보이는 커다란 장미꽃다발이 놓여 있고, 27가영은 사인명세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 목례하고 몸을 돌려 사무실을 빠져나가며 고개를 슬쩍슬쩍 가영을 훔쳐보다가 그만 책상에 몸이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런 모습에 25미자와 27희숙 어이가 없다며 코웃음 치며 가영에게 다가온다.

 

희숙 :(질투하듯) 꼬래 저 놈도 남자라고, 예쁜 것은 알아가지고 너를 훔쳐보면 간다야.

미자 :(고개를 저으며) 하여간... 남자란 동물들은 모두가 짐승이라니까요.

 

두 여자, 가영을 훔쳐보고 있는 퀵에게 질투를 느끼듯 불만스러운 말투다.

 

가영 :무슨 말이 그러니?

희숙 :(뽀로통해서는) 네가 예뻐서 좋겠다는 뜻이야.

가영 :예쁘면 뭐하니? 내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희숙 :(멋쩍다며) 하여간 너란 얘는 알다가도 모르겠어.

6.00

 

미자 :(바닥에 놓인 장미폭탄을 보며) 언니, 오늘은 꽃이 오백 송이가 넘겠는데요.

희숙 :한 송이면 어떻고, 오백 송이면 어떠하겠니? 보나마나 이 꽃을 그대로 쓰레기통 행인데.

가영 :그렇게 부러우면 희숙이 네가 갖고 가던지?

희숙 :(어이가 없다며, 가영을 쳐다보며) 누가 부럽데. 장미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게 자원낭비라는 거지. 이 장미를 키우느라고 하우스에서 땀을 흘린 농부들도 생각해야지.

 

미자, 장미다발을 살피다가 장미 사이로 카드 한 장을 발견한다. 과거 초등학교 소풍 가서 보물찾기에서 보물찾기 쪽지를 발견하듯 미자는 들뜬 얼굴이다.

 

미자 :언니, 언니 오늘은 카드가 있어요. 카드가!

 

가영, 미자에게서 카드를 받아든다. 가영, 카드를 꺼내 조심스럽게 카드를 펼치자. 카드 안엔 메모는 단지 love time이란 글자만 적혀있다. 잠시 글자만 클로즈업되며, O. L

 

#6 길가. 저녁

 

흑인 혼혈 동주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 가영에게 해바라기 한 송이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업이 되어 스텝이 가볍다. 얼굴엔 미소까지 맴돈다.

 

동주na(내레이션) : 사랑에 있어 선물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인지도 선물을 받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웃는다.

 

발걸음은 하늘을 날 듯 춤을 추듯 스텝까지 밟고 있다.

 

동주na(내레이션) : 행복은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앞에서 환하게 웃어줄 때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는 법이다.

 

행복한 얼굴위로 O. L되며

 

#7 액세서리 디자인 사무실.. 저녁

 

메모지엔 보내는 이의 성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미자와 희숙은 아쉬움과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한숨만 짧게 내쉰다.

가영은 아무런 감정도 없다.

 

희숙 :정말 누구일까?

미자 :그러게요. 정말 궁금해지네요.

희숙 :내일도 올까?

미자 :올 가능성이 높겠죠.

희숙 :아무래도 그러겠지.

미자 :마음을 조이게 하는 수법이 진짜 고수네요.

가영 :(순수하다) 고수라니? 뭐가?

희숙 :이처럼 선물공세 그것도 이름도 없이 이유도 없이 일단 선물을 보내게 되면 어떤 사람이든 궁금증이 증폭된다는 거야.

미자 :좋게 말하면 사랑의 기술자구요. 빗대어 말하면 바람둥이에요.

희숙 :역시 우리 미자는 말이 통해.

미자 :궁금증은 유발하는 방법은 기본 기술이잖아요.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어느 순간에 앞으로 짠하고 나타나는 수법이잖아요. 그런데 이번 사람은 스케일이 크다는 점이죠. 단지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해 이처럼 매번 몇 백 송이씩 보내지는 안잖아요. 잘해봐야 장미다발 정도지. 이건 필히 언니를 꼬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니의 마음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거예요.

희숙 :그래도 이런 수법은 어느 정도 외모도 뒤따라줘야 하잖아. 이렇게 가진 상상하게 만들어놓고 짠하고 나타났는데. 자신의 상상보다 못하면 정말 실망이 크잖아.

미자 :그건 단지 이론적인 생각이죠. 그 사람이 자신의 이상형과 동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비호감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자신을 공주로 만들어준 공 때문에 마법에 빠진 것처럼 끌리게 마련이에요.

희숙 :하긴 그래. 이렇게 암암리 준비하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겠어. 그런 정성을 생각하면 몇 번은 기본 매너로 만나줘야 하는 게 인간의 도리기는 해. (가영을 보며 미소) 그러다가 푹 빠져버릴 수도 있고.

 

희숙과 미자는 호쾌하게 웃는다.

 

가영 :너희들 얘기는 이 사람이 내게 데이트 신청하면 그 데이트를 받아 들어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희숙 :너도 한 남자에게만 모든 열정을 쏟아 붙지 말고, 이 사람 저 사람 좀 폭넓게 만나봐야 해. 그래야 운명의 코드를 찾을 수가 있는 거야. 바보처럼 지금 네가 만나고 있는 동주가 너의 운명의 코드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네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어. 그래야 나중에 늙어서 후회하지 않아.

가영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봐.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주파를 던진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짓이 아닐까 해?

희숙 :(비아냥대듯) 넌 정말 조선시대 아씨란 별명이 딱이다 누가 너에게 그런 별명을 붙어줬는지 정말 딱 어울린다. .

미자 :언니,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인생은 짧고 우리가 즐겨야 할 시간도 그만큼 더 짧아요. 그런데 언니처럼 한 곳만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현시대에선 바보라고 손가락질까지 받아요.

가영 :(굳건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 난 바보라도 좋아. 그게 옳은 것이면.

 

두 사람은 바른 생활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를 고수하는 가영에게 졌다며 고개를 도리질 친다.

 

#8 가영 사무실 빌딩 앞.

 

동주는 가영이 해바라기 한 송이를 받고 좋아할 것을 상상되자 얼굴엔 미소가 감돈다. 행복감에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휙휙 불기까지 한다. 빌딩 입구로 퇴근하는 사람들 틈사이로 그녀들이 드러난다. 동주는 자신이 들고 있는 해바라기를 뒤로 숨기고 가영이 쪽으로 다가간다.

 

희숙 :(장난스럽게) 너희들 초등학교 때부터 사귀었으니까. 벌써 몇 년째니? 정말 진절머리 날 때도 지났을 텐데. 너희들만 보면 사랑의 미스터리란 것을 절실히 느낀단 말이야. 내게도 너희들 같은 감정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놈의 사랑이 뭔지...

동주 :(빙그레 웃으며) 가영아, 희숙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데.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가영 :맥주 한 잔하러 가자는 걸 내가 싫다고 거절했거든. 그래서 심통이 나서 히스테리 부리는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동주 :그래 그럼, 내가 맥주 한 잔 살 테니. 근처 호프집으로 가자.

희숙 :됐어. 오늘 너희들 재회한지 천오백일 째라면서. 그런 뜻 깊은 날 방해해서야 되겠니. 그러니까 우리 먼저 사라질 테니까. 너희들끼리 즐거운 데이트해.

동주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이며) 데이트는 무슨?

미자 :그래요. 언니, 오늘은 오복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희숙의 팔짱을 끼며) 저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희숙에게) 언니, 우리 오랜만에 클럽이나 갈까요.

희숙 :그럴까?

 

그녀들이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간다.

동주는 그녀들이 사라지자 뒤에 숨겨놓았던 해바라기 한 송이를 꺼내 가영에게 내민다.

 

동주 :미안해. 자기와 재회한지 오늘로 천오백일째인데. 겨우, 이런 해바라기 한 송이라서.

가영 :(환하게 웃으며) 아냐, 내게 장미 오백송이보다 이 해바라기 한 송이가 더 좋아. 해바라기 꽃말이 당시만을 영원히 바라봅니다잖아.

동주 :가영아, 고마워.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가영 :(동주의 옆구리를 툭 치며, 장난치듯) 그러니까? 잘해야 해.

동주 :(진지하다.) 물론!!

가영 :(동주의 팔짱을 끼며) 우리도 가자.

 

그들은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 나간.

카메라 팬하면 가영과 동주를 어디선가 숨어서 보고 있는 민석이 드러난다.

 

#9 옥탑.

 

작은 옥탑 방 주위로 작은 화분들이 가득 있고, 화분엔 민들레들이 가득 피어있. 화분들 사이로 평상이 놓여 있고, 평상위로 일회용 가스렌즈가 있다. 일회용 가스렌즈 위로 삼겹살이 지글지글 구워지고 두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동주 :오늘 같은 특별한 날 근사한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겨우 이런 곳에서 삼겹살이라서.. 미안해..

가영 :여기가 어디가 어때서 그래. 이처럼 아름답고 근사한 실외 레스토랑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여기가 최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보다 백배는 더 끝내주고, 음식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나눠먹을 때 콩 한 쪽도 최고의 음식이 되는 거야. 만약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과 억지로 같이 식사를 한다고 가정해봐. 아무리 진수성찬 보양식일지라도 목에 걸리고 소화가 되지도 않아. 그렇지만 이렇게 사랑하는 자기와의 식사는 진수성찬 보양식보다 열배 아니 백배는 더 맛있는 진수성찬이며, 보약이야.

동주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까 정말 고마워.

가영 :내가 오히려 자기에게 고맙지. 자기 때문에 이런 실외 레스토랑에서 이런 맛있는 음식을 섭취할 수 있으니까.

동주 :내가 좀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올 여름 휴가 때 못간 제주도 여행은 내년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가영 :제주도 여행을 가지 못해도 좋으니까. 돈 벌겠다고 몸이나 혹사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이 정도의 행복이면 충분히 만족하니까.

동주 :그래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제주도를 한 번 구경 못했다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가영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우리만 떳떳하면 되는 거지.

동주 :(소침해져서) 미안해.. 나 같은 못난 사람을 만나서..

가영 :자기가 어디가 어때서 그래? 자기는 남들보다 인자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니고 있잖아. 난 그거면 충분해.

동주 :........

가영 :생각해봐, 집안에 돈을 가득 쌓아두고 성격이 개떡 같은 사람들과 사느니. 가난하지만 마음이 넉넉한 자기 같은 사람과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거야.

동주 :(미안해서) 그래도...

가영 :그래서 자기는 지금 현재가 싫어?

동주 :예전엔 그랬어. 죽을 만큼 싫었어. 가난이 그런데 자기와 재회한 뒤부터 삶의 재미가 생겼고, 또 삶의 의욕과 목표가 생겼어. 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나날로 기억되고 있어. 그렇지만 가난은 싫어. (정말 가난이 싫은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진절머리 나도록..

가영 :(진지하게) 내겐 부모님이 계시고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편안한 삶을 살아왔어. 그래도 나는 가난을 두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자기가 내 곁에만 있어주면.

동주 :내가 얘기한 것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얘기였어. 현재는 자기가 있는데 내가 뭐가 두렵고 무섭겠어. 가영이 너는 내게 최고의 여신인데. 그런 여신이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는데. (한 템포 쉬고) 미안하고 고마워.

가영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라고 그러던데.

동주 :그럼 뭐라고 해야 하는데.

가영 :미안하면 사랑한다. 고마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킬 수가 있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우리도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사랑한다는 말로 순환해서 쓰는 게 어떨까?

동주 :그래도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표현을 해야 옳은 거잖아.

가영 :그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 국어식 문장 일뿐이야. 사랑에선 국어식 문장은 오히려 사랑의 표현에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야. , 화가 나면 화를 내게 된다면 서로 배려가 그만큼 사라지게 돼. 생각을 해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성질이 급해. 누군가가 자신에게 화를 내게 된다면 자신의 잘못을 생각지도 않고 일단 같이 화를 내게 되잖아. 그러면서 싸움이 시작되고 싸움이 격해지게 되는 거야. 그러나 사랑한다는 말로 순환해서 쓰게 되면 서로의 신뢰가 더욱 깊어지게 돼. 신뢰가 깊어질수록 서로 싸울 일이 자연히 사라지게 되는 거구.

동주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말을 듣다 보면 뭔가 모르게 설득 당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가영 :내 말이 틀리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야.

동주 :그건 그래. 자기 말은 틀린 적이 없기는 해.

가영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할까?

 

가영, 빙그레 웃으며 소주잔을 들어올린다.

 

동주 :잠깐만 자기 안주를 만들어야지. 안주 없이 소주를 마시면 속 버려.

 

두 사람은 잘 익은 고기를 골라 삼추와 깻잎에다가 쌈을 싼다.

 

가영 :우리 안주들을 만들었으니까. 이제 건배할까?

동주 :, 그래.

 

두 사람, 소주잔을 들어 건배하고 자신들이 들고 있는 쌈을 서로 입안으로 담아준다.

 

동주 :가영아,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냐?

가영 :(씽긋) 자기가 내 곁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민들레향기-창작시나리오.

 

 

#10 옥탑 방 안.

 

두 사람, 두 평 남짓한 작은 방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작은 가구들이며 책상까지 놓여 있어 실제로 그들이 누워있는 공간은 한 평도 체되지 않는 공간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공간이 더할 나이 없이 편안하다.

두 사람, 비좁은 방안에 밀착시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천장위로 제주도 관광지도가 도배되어 있다.

 

동주 :(혼잣소리) 제주도 해변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사면의 바다... 그리고 한라산에서 흘러나온 화산암들로 이루어진 절벽들이 죽인다고 하던데..

가영 :곽지 해수욕장과 삼양 해수욕장은 화산암 모래로 이루어졌어.

동주 :화산암 모래라니? 화산암 모래는 어떤 색깔이야?

가영 :검은색.

동주 :그럼 검은 모래사장이네.

가영 :, 검은 모래가 바닷물에 잠겨 햇볕에 반짝거릴 때면 정말 예뻐. 흑진주처럼.

동주 :검은 모래라고 하니까. 어떤 모래인지 정말 궁금해지네.

가영 :도민들의 말로는 검은 모래로 찜질하면 신경통이 낳는다고 하더라. 그리고 해안도로 따라서 가다보면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절벽바위들이 한 폭의 그림보다 더 아름다워.

 

동주, 가영의 설명을 들으면 짧은 탄식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동주 :(천장에 붙어있는 지도를 보며) 정말 저곳으로 떠나보고 싶다.

가영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갈까? 비행기 표는 내가 구할게.

동주 :아니 됐어.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꿈을 키워야지. 그게 내가 사는 이유이니까.

가영 :.....

동주 :미안해.. 나 같은 무능력한 놈을 만나서 제대로 된 여행도 한 번 떠나지도 못하고.

가영 :우리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가면 되잖아. 그런 이유에서 올 겨울에 결혼해버릴까?

동주 :(당황) 그게 아직은...

가영 :(환하게 웃으며) 농담이야. 농담..

동주 :정말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괜찮겠어.

가영 :우리들 나이가 한둘 살 먹은 어린앤가? .

동주 :그래도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잖아.

가영 :왜 내가 자기 곁에 있으니까 불편하기라도 한 거야.

동주 :아니.. 그게 아니지만, 자기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그러지. 그래도 좋게 생각하시지도 않으신데 이렇게 외박까지 하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가영 :정말 이상하게도 오늘은 단한 시간도 자기하고 떨어지기가 싫어.

동주 :미안해..

가영 :, .. 그 미안하다는 소리. 자기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얘기가 안 돼.

동주 :(넋두리) 하루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자기하고 결혼해서 알콩달콩 애들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다.

가영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여기다가 살림 차리면 어떨까?

동주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현실적으로 방이 너무 비좁잖아.

가영 :방이 좀 비좁으면 어때?

동주 :이제 금방 적금 타면 넓지는 않겠지만 작은 투 룸 정도는 구할 수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줘.

가영 :(동주 쪽으로 돌아누우며 )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생각하지 마. 내겐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며 가장 큰 집이니까?

 

동주, 가영 쪽으로 돌아눕자 코앞에 자신들의 얼굴이 바짝 밀착 되어버린다.

동주, 살며시 가영을 끌어당기자 가영은 동주의 품속으로 들어가 안긴다.

 

동주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가영 :나도 사랑해.

 

동주, 말없이 가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dissolve

화면이 바뀌며,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곤히 잠들어있다. 두 사람의 얼굴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이다. 자명종시계는 359분을 가리키고 이내 400분이되기가 무섭게 자명종시계는 두 사람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듯 우렁차게 울어댄다. 동주, 자명종 시계소리에 눈을 뜨고 자명종시계의 시샘을 멈추게 하곤 자신의 품안에 고이 잠들어있는 가영을 내려다본다. 가영, 달콤한 사랑의 행위에 지쳐서인지 달콤한 얼굴로 잠들어있다. 동주, 조심스럽게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곤 곤히 잠들어있는 가영의 이마에다가 뽀뽀한다. 가영, 잠결에 따뜻한 입맞춤에 감촉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11 길가몽타주. 새벽

 

동주, 집에서 나와 소형 오토바이를 끌고 앞으로 나간다.

 

cut- to

우유판매소, 우유 상자를 뒤에 실고 있는 동주.

 

cut-to

신문취급업소 소장이 신문 양을 체크하며.

 

소장 :이봐, 유군, 어제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동주 :(환하게 미소) ....

소장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웃으니까 보기가 좋군 그래.

동주 :(자신이 배달할 양의 신문을 오토바이 앞 바구니에 실어놓고 오토바이 시동을 걸며) 수고하세요.

소장 :(다른 신문배달원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며) 그래 운전 조심하고.

동주 :.

소장 :(동주의 오토바이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단 말이야.

 

cut-to

동주, 집집마다 우유와 신문 배달하고 있다.

어둑했던 골목 저편으로 서서히 날이 밝아진다.

 

cut- to

동주, 마트로 들어가 아침식사 준비할 식재료를 구입한다.

 

cut- to

식재료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동주의 얼굴에선 여전히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도 휘휘 불며 오토바이를 옥탑 방이 있는 건물 밑에 세우고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오른다.

 

#12 옥탑 방, 물 부엌. 아침

 

동주, 옥탑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방문을 열고 가영이 일어났는지부터 확인한다. 가영은 어제의 사랑행위에 피곤하였는지 여전히 꿈나라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동주, 옥탑 방과 붙어있는 작은 물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식사를 분주하게 준비한다.

일회용 가스렌즈에선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전기밥솥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dissolve

화면이 바뀌며, 밥상엔 음식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차려진다. 생선구이. 두부김치. 김치찌개. 김 등등.. 남자가 차린 밥상치곤 아기자기하게 잘 차려진 밥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13 옥탑방 안. 아침

 

가영, 막 일어났는지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고 있다.

 

동주 :잘 잤어.

가영 :지금 몇 시니?

동주 :일곱 시 반

가영 :미안, 내가 늦잠을 자버렸네.

 

가영, 옷을 모두 주워 입곤 동주가 차려온 밥상을 보곤 미안하듯 미소.

 

가영 :오늘은 내가 일찍 일어나서 밥을 차리려고 했는데.

동주 :아냐, 자기는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돼.

가영 :그래도 자기는 새벽에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까지 하느라고 피곤할 텐데.

동주 :이렇게라도 내가 자기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뻐.

가영 :이제 그만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 했으면 좋겠어. 자기 몸도 생각해야지. 자기가 무슨 무쇠로 만든 로봇도 아니고.

동주 :걱정 마,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관리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새벽녘에 움직여주는 게 운동도 되어서 일석이조야.

가영 :그래도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우유배달하고 신문배달하고 밤 열 시까지 샌드위치 만들어야 하잖아. 그럼 도대체 몇 시간을 쉬는 거야. (걱정스럽다. 시무룩해진 표정) 그러다가 골병이라도 들면 어쩌려고.

동주 :적금 끝나면 새벽일은 그만 둘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가영 :(새끼손가락 내밀며) 약속.

동주 :(가영의 새끼손가락을 걸며) 됐지. 이제 그만 밥먹자.

 

가영, 수저로 밥을 뜨자.

동주, 반찬을 수저위로 올려놓는다.

 

가영e(효과음) :이렇게 소소한 게 우리들의 삶의 행복이 아닐까합니다.

L. O

 

#14 사무실 안. 아침

 

희숙 (가영에게 다가서며) 아침 모닝커피 어때?

가영 (환하게 웃으며) 좋이.

희숙 (미자에게) 미자야, 모닝커피 하러 가자.

 

미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15 휴게실 안. 아침

 

가영은 휴게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미자와 희숙에게 건넨다.

그녀들은 커피를 뽑고 원탁으로 다가가 앉는다.

가영은 자신의 커피를 뽑고 커피 향을 맡으며

 

가영 :오늘따라 커피 향이 좋네.

희숙 :(가영을 보며)자기 어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얼굴색이 좋아 보이네.

가영 :(수줍게 웃으며) 내 얼굴에 티가 나?

희숙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데? 좋은 일일수록 같이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잖아.

 

가영은 대답대신 수줍게 배시시 웃는다.

 

미자 :(가영의 옷차림을 유심히 살피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런데.. 언니?

희숙 :, ?

미자 :희숙이 언니 말고, 가영이 언니.

가영 :, ?

미자 :아니. 언니, 옷차림이 어제 옷차림과 똑같아서요.

희숙 :(가영의 옷차림을 찬찬히 살피더니 확실하다며)정말. 자기 어제 옷차림 그대로네.

가영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희숙 :(짓궂게) 어제 연애한 거구나?

가영 :(쑥스럽다며 커피를 마시며) 연애는 무슨?

 

#16 샌드위치 가게.

 

세 평 남짓한 작은 공간,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는 동주, 행복해 보인다.

 

#17 사무실 안.

 

가영, 디자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긴 머리를 머리 끈으로 동여매고 팔엔 연필심이 묻지 않도록 만들어진 작업용 팔소매 토시를 끼워놓고, 사비연필로 쓱쓱 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은 프레임만 잡혀있는 스케치지만 한눈에도 세련미가 넘쳐 보인다. 동서양의 신비로운 배합시켜놓은 듯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희숙, 언제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였는지 가영의 곁으로 다가와 팔짱을 낀 채로 가영의 디자인을 훔쳐보고 있다.

 

희숙 :(약간 비아냥거리듯) 역시 가영이 너의 디자인은 뭔가 모르게 신라시대의 그런 고풍이 숨겨져 있단 말이야.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프랑스 루이1세 때의 풍유했던 그런 디자인을 느낄 수도 있어. 동양의 부드러운 곡선과 서양의 아름다운의 배합이라고 할까. 너 같은 고리타분한 사랑을 고집하는 얘가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할 수가 있는지 정말 십대 미스터리 중에 하나야.

가영 :(슬쩍 돌아보며) ? 그렇게 촌스러워.

희숙 :(가영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 누가 촌스럽데.

가영 :그런데 신라시대는 뭐고, 또 루이2세도 아닌 루이1세는 또 뭐니? 그건 촌스럽다는 얘기잖아.

희숙 :그처럼 원시대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낸다는 거야.

가영 :그게 촌스럽다는 거잖아?

희숙 :아니.. 신비롭다고 해야 옳지. 루이2세도 루이1세가 있어야 하는 거고, 조선시대도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가 밑바탕으로 깔려 있는 거잖아.

가영 :그럼 좋다는 거니?

희숙 :? 디자인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건데. 내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지. 내 생각은 단지 색다르면서 깊이가 느껴진다는 거야.

미자 :(다가오며) 언니 점심시간인데 오늘 뭘 먹을까요.

가영 :(책상위에 있는 핸드폰 챙겨들며) 어쩌지? 나 점심 같이 못하겠는데.

 

#18 샌드위치 가게.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사기위해 줄을 서있다.

동주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그 옆에서 보조하는 가영.

점심시간에 자신의 일을 도우려온 가영에게 미안하다.

 

동주 :자기 일도 힘들 텐데. 점심시간엔 그냥 쉬지 않고.

가영 :자기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나 혼자만 어떻게 편히 쉴 수가 있겠어.

동주 :(멀쑥하다) 고생은 뭘?

가영 :오늘은 손님이 좀 많네.

 

동주, 손놀림이 좀 더 빨라진다.

두 사람의 얼굴엔 사랑스러운 미소가 가득 맴돈다.

 

#19 사무실, 저녁

 

사무실 안은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 분주한 틈에서도 가영은 디자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희숙 :(가영에게 다가와 서며) 오늘은 늦는데.

가영 :, 뭐가?

희숙 :장미폭탄.

가영 :(무뚝뚝하게) 이젠 정신 차린 모양이지.

 

장미폭탄을 들고 사무실 입구로 들어오는 퀵서비스

 

가영 :(디자인 스케치 옆에 있는 핸드폰 시계를 보며) 올 거였으면 최소 오 분전까지는 도착했을 거야. 그런데 지금 퇴근 시간이 일 분이나 지났어.

희숙 :과연 그럴까?

 

희숙, 고개로 사무실 입구 편을 가리키자, 가영, 엉덩이를 살짝 들어 입구를 살핀다. 퀵서비스가 장미폭탄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들어온다. 사무실 직원들은 퀵서비스가 장미폭탄을 들고 들어오자 무덤덤하게 한번 슬쩍 쳐다보곤 책상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미자는 장미폭탄이 도착하자 디자인하던 것을 끝내고 으레 장미폭탄이 도착할 곳인 가영에게 다가온다.

 

희숙 :(퀵에게) 오늘은 많이 늦으셨네요.

:.. . 오늘따라 배달이 많이 밀려서요.

미자 :(생뚱맞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니요.

희숙 :얘는 지금 퇴근시간이 지났는데.

미자 :아이 정말, 저는 꽃 배달이 퇴근시간 이십분에서 십분 전후로 와서 아직도 시간이 남았는지 알았는데.

희숙 :근데 정말 꽃 배달을 보내는 분이 누군지 모르세요.

:, 저희들은 배달만해서요. 궁금하시면 한번 꽃집으로 연락해보시던지요.

 

#20 승강기 앞. 저녁

 

미자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몸이나 풀려가요.

희숙 :그럼 그럴까?

가영 :나는 빼줘.

희숙 :? 또 새침때기처럼..

가영 :난 그런 곳이 체질상 맞지도 않구..

미자 :가끔 여자들끼리 뭉쳐줘야 줘.

 

희숙, 미자에게 찡긋 윙크를 보내자, 연행하듯 가영의 팔짱을 꽉 낀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들어간다.

 

#21 길가 .

 

택시 다가와 멈추고 그녀들은 택시에 올라탄다.

 

기사 :(룸미러로 그녀들을 흘끗 쳐다보며) 어디로 모실까요.

희숙 :강남 서머나이트로 가주세요.

 

택시기사60,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택시는 스르르 미끄러져 나간다. 택시기사는 힐끗힐끗 룸미러로 들어오는 미녀삼총사의 미모를 감상하듯 흐뭇한 미소.

희숙, 택시기사의 반사적 행동을 눈치를 체고 미자에게 귓속말한다.

 

희숙 :남자란 나이를 먹든 안 먹든 이쁜 것을 알아가지고 계속 곁눈질로 우리들을 보고 있다. .

미자 :언니, 우리들 미모가 그만큼 된다는 증거잖아요. 저는 괜찮은데요.

 

가영은 그녀들의 대화에 관심이 없는지 창 밖 길가만 멍하니 내다보고 있다.

 

#22 강남 클럽 앞.

 

택시는 강남 서머나이트 앞에서 멈춘다. 안쪽에 탄 가영, 핸드백을 열고 택시비를 계산한다. 택시요금 계는 구천삼백 원이 찍혀있다.

 

기사 :구천 원만 주세요. 아가씨들이 예뻐서 삼백 원은 팁으로 안 받을 테니까.

 

가영, 기분이 찹찹하던 차인대 거기다가 팁이란 말에 기분이 확 상하듯 만 원을 택시기사에게 건네며.

 

가영 :아저씨, 나머지는 아저씨 팁이나 하세요.

 

택시기사, 그런 가영의 말에 화가나 택시 문을 벌컥 열고 택시에서 내린다.

 

기사 :저기 아가씨 지금 뭐라고 그랬어!

가영 :뭐가요?

기사 :나를 어떻게 보고 칠백 원을 팁이라고 주고 내리는 거야.

가영 :아저씨 먼저 삼백 원을 팁이라면서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쳐줬는데 잘못이라도 있나요.

 

두 사람은 순한 양처럼 언제나 술에 물 타듯 유유부담한 성격인 가영이 무식하게 생긴 택시기사에게 따지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기사 :정말 이 아가씨가 생긴 것 닮지 않게 너무 깔치하군.

가영 :아저씨 성희롱으로 고소하지 않는 건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기사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내가 언제 성희롱을 했다고, 그래.

가영 :팁이란 단어가 성희롱에 접촉 된다는 사실을 모르세요.

 

택시기사, 성희롱이란 말에 약간 주눅이 들어 주춤 그래도 택시기사는 자신이 남자라며 더욱 큰소리를 친다.

 

기사 :그래 팁이란 단어가 어때서? 얘기를 해봐!

가영 :정말 팁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세요.

기사 :그래 모른다. 내가 가방 끈이 워낙에 짧아서..

가영 :팁이란 남의 일을 도와주거나 봉사해서 받는 것이란 것은 잘 알고 계시죠.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팁을 준다는 것은 그 남자에게 봉사를 하였다는 뜻이 되거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술집잡부들에게 팁을 주는 경향이 높아요. 그렇듯 아저씨께서는 우리들에게 삼백 원 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우리들이 술집잡부란 말이란 말인가요. 아니면 저희들이 아저씨에게 어떤 봉사라도 했나요.

기사 :(험악한 인상을 무기 삼듯 더욱 거칠게 인상을 찡그리며) 겨우 삼백 원인데!

정숙 :돈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모르세요. 제삼자가 팁이란 말을 듣고 오해요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 또 그렇게 되면 아저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도 있는 거구요.

 

가영, 택시기사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은 채 똑 부러지게 차분하게 조목조목 나열하자 택시기사는 대꾸할 말을 잃어버리고 화를 낸다.

 

기사 :에이 젠장! 요새는 툭하면 성희롱이라니, 어디 마음대로 농담 한마디 할 수가 있겠어.

가영 :아저씨, 그런 농담 자체가 성희롱의 근본이란 것을 모르세요.

 

마지막 카운터 편치를 날리자 택시기사는 씩씩거리며 바닥에 침까지 퉤 뱉곤 택시 안으로 들어가며 구시렁댄다.

 

기사 :에이, 오늘 재수가 옴 붙었군. 일찍 파하고 들어가서 마누라 엉덩이나 만져줘야겠군!

 

택시기사는 차문을 거칠게 닫고 출발한다.

 

#23 클럽.

 

미자와 희숙은 맥주를 마시며 음악의 리듬을 맞추어 흥겹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희숙 :오늘 여기 물이 영 안 좋네.

미자 :언니, 저기 저 남자들 어때요?

가영 :우리들끼리 조용히 놀다가 가자.

희숙 :명언에도 있잖아 로마로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클럽에 오면 클럽 법을 따르라는.

가영 :우리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희숙 :애인은 애인이고 좀 더 낫은 사람을 찾아야지. 인생은 짧은데 한 남자에게 목을 맨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혹시 아니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 지금 내가 사귀고 있는 그 사람보다 훨씬 조건이 더 좋은 남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가영 :그렇게 살면 그 사람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남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며 윙크까지 보낸다.

미자, 남자들을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휙 돌려 도도하게 무시한다.

 

희숙 :우리는 쿨하게 살기로 약속했어. 자신들보다 더 낫은 파트너가 생기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떠나주기로.

가영 :과연 그렇게 쉽게 쿨하게 떠날 수 있기는 한 거야.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인데.

희숙 :요새 사랑은 중고생들이나 하는 거야. 우리처럼 이십 대 중후반은 사랑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해야지.

가영 :본능도 어떻게 보면 사랑이잖아.

희숙 :이런 곳에서 요조숙녀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숭이라며 뒤에서 씹는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니.

가영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삐쭉이며)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미자 :언니, 가영이 언니가 하루 이틀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우리끼리 만이라도 나가요.

가영 :미자야, 너는 애인도 잘생겼고 거기다가 능력도 좋은데. 왜 그러니?

미자 :언니, 아무리 달콤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너무 자주 먹으면 질려요. 그래서 가끔씩 색다른 아이스크림도 먹어줘야 해요. 그래야 좀 더 관계가 원망해지거든요.

가영 :그러다가 애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미자 :? 요새 신세대라면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쉽지만 헤어져야죠.

희숙 :그러라고 간통죄도 폐지된 거잖아요.

가영 :아무리 시대가 급속하게 자기중심주의로 변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아니지 않을까?

미자 :언니는 전생을 믿죠?

가영 :...

미자 :우리들은 전생 따위는 믿지 않거든요.

가영 :.......

미자 :전생을 믿게 된다면 다음 생에도 현재보다 더 낫은 삶을 살고자 현재를 포기하면서 살게 돼요. 그 대표적인 것이 자살테러예요.

희숙 :그래 종교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얘기하지만 사실 죽어보지 않은 상태에선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무도 몰라. 그처럼 종교지도자들도 죽어보지 않았다는 거야. 그렇듯 천국과 지옥은 종교적 산물일 뿐이야. 그래서 현재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꾸미고 가장 행복해야 해. 현재가 진실이니까.

 

#24 스테이지.

 

그녀들은 섹시하면서도 여자들만의 곡선을 살린 유연한 허리 돌리기 그녀들의 유혹의 춤사위는 도발 섹시다. 가영은 소극적으로 춤을 춘다. 스테이지에 있던 남자들은 슬금슬금 옆으로 피해 그녀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며 박수로 흥을 돋는다. 필이 꽂혔던 남자 셋은 어느새 그녀들 곁으로 다가와 거추장스럽게 춤을 추며 추파를 던진다. 그녀들은 도도하게 그런 남자들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보내지도 않는다. 가영은 도저히 남자들이 끈적거리는 모습이 부담스러워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25 샌드위치가게. 같은 시각

 

동주, 가게 안에만 있는 게 답답해졌는지 가게 밖으로 나가 길가를 살핀다. 길가엔 간간히 지나가는 한두 사람 외엔 그 어디서도 가영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동주,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일 번 단축버튼을 누른다. 신호음만 몇 번 울리다가 들려오는 소리는 저희 고개님의 전원이 꺼진 상태입니다. 잠시 후 음성메시지로 연결되오니...’

순간 동주, 머리가 깨질듯 아파온다. 깨질 듯한 두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싼다.

 

 

 

 

#26 클럽. 새벽

 

웨이터, 희숙에게 귓속말을 하고, 희숙은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슬쩍 고개를 돌리자 남자 셋은 술병을 슬쩍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다.

 

희숙 :저 남생이들이 우리하고 합석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미자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듯) 뜨악하지만 뭐.. 오늘 물도 구리고.

희숙 :그럼 합석하는 걸로 한다.

가영 :(희숙을 보며) 합석은 안 된다고 그랬잖아.

희숙 :왜 그래? 그냥 몇 시간 빡세게 놀자는 것뿐인데.

미자 :그래요. 언니, 단 몇 시간을 즐기다가 가는 거예요. 그 이상도 없어요.

가영 :그래도 나는 싫어.

 

희숙, 가영의 말에 무시한 채 웨이터에게 ok 한다. 웨이터는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고 그녀들 곁에서 떨어져 나간다.

 

dissolve

화면이 바뀌면, 남자 셋과 합석.

브루스곡이 흘러나오자. 1은 느끼한 미소를 보내며 가영에게.

 

1 :음악도 좋은데 한 곡 추실까요?

가영 :아뇨, 전 됐어요.

1 :(실실 쪼개며) 그렇게 튕기시지 마시고 한 곡 땡기시죠.

가영 :글쎄 저는 싫다니까요.

1 :(신경질적으로) 그럼 우리들과 왜 합석을 하신 거죠.

가영 :죄송해요. 전 처음부터 이런 자리가 싫다고 그랬어요.

1 :이 아가씨가 정말 왜 이러시나 순진한척 선수들끼리..

가영 :(1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듯) , 선수라뇨?

1 :(어이가 없다며 코웃음 치) 튕기는 것도 한두 번이 매력이지. 너무 튕기면 그건 추태라고..

 

1, 자신의 말이 도통 통하지 않자 강제적으로 팔을 잡고 끌어낸다.

 

가영 :(남자의 막무가내 행동에 정색하며) 정말 왜 이러시는 거예요?

1 :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 튕기고 즐겁게 놀자고, 당신 때문에 같이 온 친구들까지 기분을 망쳐서야 되겠어.

 

희숙, 싸가지 없는 남1을 보다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옆에 앉아있던 남2가 그런 희숙의 팔을 잡아끌어 당긴다. 희숙은 다시 푹석 자리에 앉으며 남2를 무섭게 노려본다.

 

희숙 :(불같이 화를 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매너 없이..

2 :(실실 쪼개며) 매너 좋이. 놀기로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매너가 아니겠어?

희숙 :끝까지 책임을 지다니? 무슨 이런 개뼈다귀 씹는 소리를 짓거리는 거야. (무섭게 일어나며) 미자야. 이런 매너 없는 놈팡이들과 같이 숨 쉬고 있다는 게 불쾌해진다. 우리 그만 일어나자.

 

가영, 여전히 남1에게 팔목이 잡혀있다.

 

가영 :(애원하듯) 저 애인이 있는 사람이에요.

1 :(실실 쪼개며) 어이쿠, 서방님도 아니고 겨우 애인 가지고, 왜 이렇게 비싸게 구시나.

가영 :지금 정말 너무 하신다고 생각 들지 않으세요.

1 :뭐 그냥 오늘 하루 빡세게 놀자는 건데. 뭐가 너무하다구.

 

가영, 1에게 잡혀있는 팔목을 빼내기 위해 좌우로 움직여보지만 손목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미자와 희숙은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따라 남2,3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 앞을 가로 막아 선다.

 

2 :왜들 이러시나 우리들에게 술값만 뒤집어씌우고 그냥 가버리시겠다. 그럼 정말 섭섭하지.

희숙 :(아니꼽다) 좀팽이들 여기 술값 얼마야! 술값은 우리가 낼 테니까! 좀팽이들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2 :이런, 이런 술값만 계산하시면 우리들이 섭섭하지. 우리들의 정신적 피해보상도 해줘야지.

희숙 :(목엔 심줄을 세우며) 그래, 이 좀팽이들아! 얼마면 됐겠어! 얼마면 꺼지겠어!

2 :(노골적으로 희숙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우리는 돈보다 너희들과 같이 이 밤이 지새도록 즐기고 싶은데. 어쩌지.

희숙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남2의 뺨을 날리며) 미친 새끼! 감히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디를 감싸!

2 :이런 쌍년이!

 

2, 씩씩거리며 희숙의 뺨을 날리려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민석, 2의 팔목을 낚아챈다. 동화로 표현한다면 백마 탄 기사나 왕자님 정도로 멋진 타이밍이다. 민석은 모자를 눈 아래까지 깊숙이 눌러써서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다.

 

민석 :형씨들 숙녀 분들이 싫다구하지 않습니까.

 

민석의 목소리는 냉담한 어투다 그러나 그 냉담한 어투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2 :(꼴아보며) 이런 시부랄! 네가 뭔데 끼어들고 지랄이야!

민석 :사나이라면 사나이답게 기본 매너를 지켜주시겠습니까.

2 :(목까지 좌우로 움직이며 위협감을 조성) 이 새끼 말투가 왜 이래. 약을 잘못 쳐드셨나. 우리들이 누군 줄이나 알고 감히 까불고 지랄이야!

3 :(낄낄거리며) 여자들 앞에서 폼 좀 잡고 싶은 모양이지. 저렇게 폼 잡다가 많이들 뒤지지.

민석 :(그들의 엄포에도 일체 틀어짐 없는 냉담한 어투다) 당신들의 현재 모습들로 보아 사나이가 아닌 듯하군.

2 :(원화에게 주먹을 날리며) 이 개새끼가 지금 죽으려고 시부랄 대고 지랄이야.

 

민석, 날아오는 주먹을 살짝 피하며 수도로 남2의 목을 내려치며 무릎으로 배를 내려찍자 남2는 앞으로 꼬꾸라진다. 2는 민석에게 발차기를 한다. 민석은 여유롭게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축으로 남은 발을 걸어 넘겨버린다.

 

민석 :(남자들을 내려보며) 좋은 말할 때 그냥 조용히 즐기시다가 가시죠.

 

1, 가영의 팔을 놓으며 민석에게 위압감을 조성하듯 거들먹거리며 다가온다.

 

1 :이 새끼 어릴 때 조금 체육관을 다닌 모양인데. 실전은 체육관에서 배운 것과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1,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들어 민석에 머리를 향해 내려친다. 민석은 발등돌려차기로 병을 차버린다. 병은 민석의 발등이 닿기가 무섭게 산산조각난다. 그리고 연이어 공중 뒤돌려 차기로 1의 턱을 날려버린다. 하나의 무협영화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27 샌드위치가게. 각은 시각

 

주머니에서 일반 두통약을 꺼내 두 알을 입안에 털어놓고 테이블에 있는 물통을 들어 마신다. 동주는 경우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고, 엄지로 관절놀이부분을 꾹 누르고 고개를 떨군다. 두통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지 오만상이 된.

dissolve

 

#28 클럽(나이트) 입구.

 

민석은 깊숙이 눌러쓴 모자 밑으로 미소가 번진다.

희숙은 자신의 핸드백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민석 앞으로 내밀며.

 

희숙 :정말 고맙습니다.

 

민석, 희숙의 말을 무시하고 가영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자 가영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난다.

 

희숙 :(가드 치며) 왜 그러세요.

가영 :(수줍게)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민석 :감사는 무슨 우리들 사이에.

 

가영은 민석을 뚫어져야 쳐다본다. 그러나 모자를 눈 밑까지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좀처럼 알아보기가 힘들다.

 

민석 :(동생에게 얘기하듯 부드럽게) 그나저나 우리 가영이는 어디 다친 곳이 없니?

가영 :죄송한데 혹시 민석 오빠에요.

민석 :(모자를 벗으며 환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어떻게 알았지.

 

민석, 가영에게 다가가 살며시 포옹하려고 하자 가영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친다.

 

가영 :죄송해요. 적응이 안돼서.. 그나저나 혹시 오빠가 제게 매일같이 장미다발을 보낸 거예요.

민석 :, 무사히 귀국기념으로.

 

옆에서 부러운 눈초리로 듣고 있는 두 사람.

 

가영 :저는 또 누가 장난치는 줄 알고 꽃들을 모두 쓰레기통에다가 버렸는데 죄송해요. 오빠가 보낸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거든요.

민석 :괜찮아 꽃은 단지 사랑을 위한 소모품이니까?

 

dissolve

 

tip: 원화 키 180cm, 근육질 잘빠진 몸매에다가 탄탄한 스펙, 금수저인 반면 동주, 미군아버지와 한국어머니 백인 혹은 흑인 흔열이다. 스펙도 꽝이며, 생김새 못생겼다. 이 둘은 비교자체가 안 된다. 스펙과 금수저인 가영이 부모도 없고 가난한 동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조합이다. 그러나 가끔 영혼이 맞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은 조건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을 머리로 계산하게 된다. 그렇게 현재 이혼율이 높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런 조건을 우선시하는 거짓된 사랑이라고 믿는 자들에게 이 작품을 선물하는 바이다.

 

 

#29 샌드위치 가게 앞. 새벽녘

 

가영의 사무실이 있는 방향으로 쳐다보고 있는 동주. 긴 생머리 여자가 걸어온다. 키도 가영과 비슷해 보이는 여자다. 그러나 거리감이 있어서인지 그녀가 가영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동주, 지레짐작으로 가영일거라고 생각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여자는 가영이 아니다. 생판 모르는 여자다. 여자는 갑작스레 자신 앞으로 동주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자 놀란 얼굴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여자는 곁눈질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동주를 피해 앞으로 빠르게 도망치듯 걸어간다.

 

동주 :(실망) 아니었구나. 크크크...

 

여자, 동주가 혼자 중얼거리며 크크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힐끗 돌아본다. 동주도 몸을 돌려 자신의 가게 편으로 향한다. 여자, 자신에게 해고지라도 하기 위해 자신을 뒤쫓아 오는 거라고 착각하였는지 비명을 내지른다.

 

여자 :까악!

 

동주는 비명을 내지르며 빠르게 뛰어나가는 여자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자는 동주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도망치다가 그만 자신의 다리가 엇갈려 넘어진다. 동주는 본능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여자에게 다가가자.

여자는 동주를 흉악범으로 착각하고 동주에게 벗어나기 위해 뒤로 기어가며 훌쩍인다.

 

여자 :(흐느끼며) 아저씨.. 아저씨.. 저 불쌍한 여자예요. 그러니까 절 그냥 보내주세요. 돈도 없어요.

동주 :(어이없다) ...

여자 :(핸드백을 동주에게 넘기며) 이거 다 드릴 테니까 제발 살려만 주세요.

동주 :(어이없다) 이건 뭡니까?

여자 :제가 가진 것을 전부다 드릴 테니까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 제발요.. 아저씨. 그리고 저 다음 달에 결혼해야 해요. 그러니까...

동주 :저는 단지 아가씨가 넘어져서 도와드릴까 해서 다가온 것입니다. 아가씨에게 금품을 갈취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여자 :흉악범이 아니세요?

동주 :(언짢다) ! 제가요?

여자 :.. 아뇨..

 

여자,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공경을 도와줄 사람이라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동주 :저는 흉악범이 아니니 안심 하셔도 됩니다.

여자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런데 왜 제 뒤를 졸졸 따라 오신 거예요.

동주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게를 가리키며) 저기 저 앞에 불이 들어온 가게가 보이시죠.

여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며) ..

동주 :저곳이 제가 일하는 가게거든요.

여자 :죄송해요. 요새 워낙에 흉악범죄가 판을 치다보니 그만..

 

여자는 그제야 경계심을 풀며 흉악범으로 오인한 동주에게 미안한지 고개를 숙인다.

 

동주 :괜찮습니다. 한두 번 당하는 일도 아닌데요. 그나저나 아가씨는 괜찮으세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넘어질 때 스타킹 줄이 나간 것 외엔 이상 없다. 여자는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가던 길로 똑깍똑깍 걸어간다. 동주도 고개만 절레절레 저으며 가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dissolve

 

#30 가영 집 앞.

 

가영과 민석, 집 대문 앞에 서 있다. 가영은 클럽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힘들어 보인다. 어깨가 축 늘어져 얼굴엔 핏기마저 없어 보인다.

 

가영 :오빠, 오늘 정말 고마워요. 다음엔 제가 점심을 살게요.

민석 :, 그래.

 

가영은 자신의 핸드백에서 대문 키를 찾아보지만 대문 키를 찾지 못하고 핸드백 안을 뒤진다.

 

민석 :왜 키가 없어?

가영 :아뇨, 어디에 있을 거예요.

 

가영, 자리에 주저앉으며 자신의 핸드백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들을 부어놓는다. 핸드백에서 나오는 내용물들은 작은 손거울. 기초 화장품. 비상용 스타킹. 손지갑. 스마트폰. 생리대. . 물티슈. 일회용화장지, 손수건 등등 잡동사니들이 쏟아진다. 핸드백은 작달막하게 보이는데 이렇게 많은 잡동사니가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잡동사니 사이로 대문 키는 보이지 않는다.

 

가영 ;(중얼거리듯) 열쇠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지..

원화 :내가 집에 전화 걸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할까?

가영 :(모든 게 귀찮다며 고개만 도리질) 아뇨.. 아뇨, 됐어요.

원화 :그럼 이대로 길가에서 밤이라도 지샐 생각이야?

 

가영은 클럽에서 생긴 일로 피곤하고 몸이 지쳐왔는지 얼굴엔 의욕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영 :오빠, 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돼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원화 :어떻게 이 길가에 너 혼자 놔두고 돌아갈 수가 있겠어.

 

가영, 스마트폰이 들어본다. 스마트폰에 전원이 껴져 있다. 스마트폰에 전원을 놓자 부재중 전화가 열다섯 개가 찍혔다. 부재중인 전화번호는 집이 열 개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동주에게서 걸려온 것이다. 가영, 잠시 동주를 자신의 기억에서 잊고 있었다. 혹시 자신을 기다리며 아직도 가게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밀려들어온다. 스마트폰 시계는 15분을 가리키고, 가영은 동주에게 전화를 건다. 수신음이 몇 번 울리기가 무섭게 핸드폰을 받는다.

 

동주e : (다급) 지금 어디야.

가영 :.. 집이야. 그런데 자기는 어디야.

동주e :(평심으로 돌아와) 나도 집이야.

dissolve

 

#31 가영 사무실 앞. 같은 시각

 

동주, 가영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에서 쓸쓸하게 되돌아선다.

 

가영e :난 또 아직도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서.

동주 :왜 가게라도 들렸다가 간 거야.

가영e :아니.. 그냥 자기가 보고 싶어서.

동주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가영e :아니 없었어.

동주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가영e :지금 자기 집으로 갈까?

동주 :아냐, 너무 늦었어. 그냥 오늘은 편히 집에서 쉬고 내일 보자.

가영e :그래도 너무 보고 싶은데.

동주 :정말 무슨 일이 없는 거지.

가영e :.

 

동주는 두통이 찾아온다. 깨질 듯한 두통 동주는 두통에 그만 바닥에 주저앉으며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스마트폰 전원버튼을 누른다.

dissolve

 

#32 가영 집 앞. 같은 시각

 

가영은 핸드백에서 나온 내용물들을 담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여 전화를 걸고 있다. 민석은 옆에서 가영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민석 :(전화를 끊자, 어린 아이에게 얘기하듯) 누구에게 전화를 한 거니?

 

가영, 대답하기가 귀찮다며 얼굴을 자신의 무릎사이로 파묻어버린다.

 

민석 :혹시 그때 그 친구?

가영 :......

민석 :계속 이렇게 여기에 있을 거야?

가영 :조금만 이렇게 있다가 들어갈 테니까. 제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니까 오빠 먼저 들어가세요.

 

민석은 가영의 곁으로 주저앉아 바닥에 어지럽게 놓인 잡동사니들을 주워 핸드백 안으로 담다가 일회용화장지 틈사이로 열쇠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민석 :가영아, 이거 문 키 아냐?

 

가영은 그제야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본다. 민석의 손엔 열쇠가 들려져 있는 것을 보고서야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가영은 열쇠를 받아들고 일어나 대문에 열쇠를 꽂아놓는다.

 

민석 :내일 휴일인대 뭐할 거니?

 

가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다가 멈칫 뒤돌아본다.

 

민석 :아니, 내일 약속이 없으면 야구 경기나 같이 구경할까 해서.

가영 :전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잖아요.

민석 :그럼 영화라도 볼까?

 

가영은 민석이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미안하다.

 

민석 :볼만한 영화 몇 편이 있던데.

가영 :그냥 집에서 독서나 하면서 하루 푹 쉬고 싶어요.

민석 :내일 일기예보를 확인했는데 쾌청한 하루가 될 거라고 하던데.

가영 :오빠, 미안해요. 저 피곤해서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요.

민석 :그래 그럼 아쉽지만 내가 참아야지.

가영 :죄송해요. 웬만하면 같이 영화라도 한편 보고 싶지만 너무 피곤해서.

 

민석, 끝내 자신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한 게 아쉬웠지만 표정은 밝게 보이려고 웃음을 짓는다.

 

민석 :뭐 미안할 거까지는 없어. 사람이 피곤할 때는 쉬어야지. 그게 최고의 보약일 테니까.

가영 :오빠,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민석 :.. 그래 들어가서 편히 쉬어.

 

가영,민석에게 다시 목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민석은 한참동안 문을 바라보고 있다.

 

#33 가영 집 대문 안쪽. 새벽

 

잠시 지친 몸을 대문에 몸을 기댄다.

 

가영 : (한 줄기의 눈물) 오빠미안해요.

 

#34 가영 집 대문 밖. 새벽

 

민석은 힘없이 씁쓸하게 돌아선다.

 

 

 

 

 

 

#35 가영 집 안. 새벽

 

도둑고양이처럼 까치발을 들고 현관문 안으로 들어오는 가영. 손에는 자신의 신발까지 들려져 있다. 현관을 통과하고 이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거실, 소파 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냉랭하게 감정 없는 목소리로) 여기가 하숙집이니?

가영 :(이층으로 올라가다가 멈칫하고) 죄송해요.

엄마 :올라가서 얘기 하자. 아빠 주무신다.

 

엄마는 소파에서 일어나 가영 서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인다.

 

#36 가영 방. 새벽

 

가영은 옷을 갈아입고 엄마는 화장대 의자에 앉아 가영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가영 :이젠 저도 성인이에요. 제 일에 이래라저래라 할 시기는 지났어요.

엄마 :그래, 말 많은 딸년이 외박이나 하고 들어오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구.

가영 :저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나이라구요.

엄마 :(반항적인 딸의 모습에 멈칫하며) 그 놈은 안 된다구 했다.

가영 :동주가 어디가 어때서요?

엄마 :부모도 없고 그렇다고 변변한 직업도 없잖아, 거기다가 혼혈이잖아. 불같은 너희 아빠라도 알아봐.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가영 :(힘겹게)저만 사랑해주면 되는 거잖아요. 엄마가 제 편이 되어주시면 안 되는 거예요.

엄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하구. 아빠가 알기 전에 정리해.

 

가영이 아무런 대답도하지 않자.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37 가영 집 거실. 아침

 

가영의 아빠와 민석은 다정다감하게 소파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엄마 : (과일을 포크로 찍어 민석에게 넘기며) 이 년 만에 보는데도 하나 변하게 없네.

민석 :그러시는 어머님이야 말로 정말로 그대로십니다.

엄마 :(늙지 않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떻게 그대로겠어. 사람이 나이를 먹게 되면 아무래도 하루하루가 다른데.

민석 :아닙니다. 정말 이 년 전 그대로이신데요.

아빠 :(장기 두며) 그나저나 우리 가영이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건가?

엄마 :요 며칠 야근해서 피곤한가 봐요.

아빠 :민석군이 찾아왔는데 그만 일어나서 내려오라고 하지 않고.

민석 :(장기를 두며) 아버님, 저는 괜찮습니다. 이렇게 아버님과 천천히 장기 두면서 좀 더 기다려도...

아빠 :(민석의 말을 끊듯) 자네, 장기에 정신을 두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아빠는 마를 움직여 장군을 부른다. 민석은 궁을 옮겨보지만 연이어 차가 들어와 장군을 부르자. 민석은 살짝 난감한 기색으로 맴돈다.

 

아빠 :(장기를 이기고도 개운하지 않다) 끝난 것 같군.

민석 :역시 제 실력은 아버님의 상대가 되지 못하겠습니다.

아빠 :허허.. 자네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자네가 지금 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네가 진 걸세. 자네가 포로 장군을 먼저 불렸다면 네가 졌을 수도 있었네.

민석 :과찬이십니다.

아빠 :자네 지금 장기보다 우리 가영에게 마음이 있지 않는가? 그래서 장기의 움직임에 관심이 없었던 걸세. 안 그런가?

민석 :죄송합니다.

아빠 :(너털웃음) 허허... 오히려 내가 자네 마음도 모르고 장기를 이렇게 세판 씩이나 두게 해서 미안하지.

 

아빠는 엄마를 보며 아직도 가영을 깨우러 가지 않았느냐는 눈초리를 보내자 엄마는 마지못해 소파에서 일어난다.

 

민석 :아버님,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아빠 :허허.. 우리들 보자고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게 아니잖은가? 자네가 그렇게 술에 물 타듯 물에 술 타듯 후물후물 거리니까 아직도 진도가 나가지 못하는 걸세. 남자는 박력 있게 밀어붙일 때엔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어야지. 그래야 진정한 사내라고 할 수가 있는 걸세.

민석 :잘 알겠습니다. 아버님.

아빠 :막말로 자네가 보쌈해가도 나는 상관없네.

 

아빠는 호쾌하게 웃는다.

민석도 따라 웃는다.

 

#38 가영 방 밖, . 아침

 

엄마는 가영의 방에 노크한다. 그러나 안에서는 인기척조차 없자 엄마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침대에는 머리 위까지 이불을 끌어올려놓고 누워있는 가영.

 

엄마 :(어제와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다.)가영아,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침대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엄마는 침대에 엉덩이를 붙어 앉으며 좀 더 다정한 목소리로

 

엄마 :이제 그만 일어나렴. 밑에 민석군이 찾아왔단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엄마는 이불을 걷어 젖힌. 이불 속은 가영이 대신하여 큰 고릴라 인형만이 침대를 지키고 있다. 엄마는 가영이가 사라진 것에 난감한 표정으로 변한다.

 

#39 샌드위치 가게. 아침

 

동주는 샌드위치 재료인 야채며 과일들을 손질하고 있다.

 

동주 :쉬는 날인데 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가영 :(웃으며) 어제 퇴근 후에 자기 얼굴 못 본 걸 오늘 다 보려고.

동주 :(미안하다) 쉬는 날은 그냥 집에서 편히 쉬지 않고서는..

가영 :나는 자기와 이렇게 같이 있는 게 쉬는 거잖아.

 

동주는 손질한 과일과 야채들을 들고 일어나는데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가영은 코피 흘러내리는 모습에 놀라며.

 

가영 :자기야 자기 코에서 코피가 나..

 

동주는 종종 있었던 일인 듯 태연하게 테이블에 있는 티슈 몇 장을 뽑더니 코피를 쓰윽 닦아낸다.

 

동주 :(계면쩍다는 듯이) 코피 같은 것을 흘리지도 않았었는데.. 왜 이러지.

 

동주는 콧등을 눌려 지혈하자 코피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금 주르륵 흘러내린다.

 

가영 :(안절부절) 자기야 코피가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동주 :(멋쩍다며)겨우 코피 조금 흘렀을 뿐인데. ?

가영 :(호들갑을 떨 듯 오버)지금 그게 조금이야 조금이 아니잖아. 계속 쏟아지잖아.

 

동주, 의자에 앉고 목을 뒤로 제쳐 뒷목을 툭툭 치며.

 

동주 :이렇게 하면 코피가 금방 멎을 거야.

가영 :그러게 새벽에 신문 우유배달 그만두라고 그랬잖아. .

동주 :이제 보름 후면 적금 붓는 것들이 모두 끝나. 그럼 그때 그만두지 말라구해도 그만들 생각이야.

가영 :돈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기의 몸이 더 중요한 거잖아. 생각을 해봐,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몸이 아프면 소용이 없는 거잖아. 그처럼 건강 다음에 돈이 필요한 거야. 그리고 나도 월급 받는 것 구십 퍼센트를 적금 붓고 있으니까.

동주 :(뒷목을 두들이던 것을 멈추고 가영을 쳐다보며)그래도 나는 남자잖아. 우리들이 살집은 내 스스로 벌어서 구해야지.

가영 : 남자 여자 떠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러니까 누가 집을 구하든 상관없는 거잖아.

동주 :(난감하듯) 그래도..

가영 :(난감해하는 동주를 의식하듯 말을 돌린다) 오늘은 장사하지 말고, 어디 소풍이라도 갔으면 좋겠다.

동주 :(티슈를 돌돌 말아 콧구멍을 틀어막으며) 그럼 그럴까. 우리 데이트다운 데이트한지도 꽤댔고. 어디 가까운 곳에 소풍이라도 갈까?

가영 :(들떠) 그럼 내가 금방 샌드위치 도시락을 만들게.

동주 :자기가 만들 수 있겠어.

가영 :그럼 옆에서 보조한 게 몇 년인데.

 

가영은 기분이 들떠 손놀림도 기술자 못지않게 빠르게 움직인다.

 

#40 가게 밖.

 

그들은 도시락을 챙겨들고 가게에서 나온다.

동주는 셔터를 내리고 임시휴업이란 팻말을 붙어놓는다.

길가 편으로 민석의 차가 보인다.

 

#41 차안.

 

민석은 두 사람이 다정하게 팔짱까지 끼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

 

민석 :(중얼댄다)내가 저따위 녀석보다 못난 게 뭐지. 뭐냐고.. 젠장!

 

민석은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차 핸들을 마구 내려친다.

핸들을 내려치다가 그만 경적을 울려버린다. 빵앙~

 

#42 길가.

 

두 사람, 택시를 잡는데 경적 음이 울리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차안 민석은 재빠르게 고개를 숙인다.

 

동주 :아는 사람이야.

가영 :글쎄..

기사 :(신경질적으로) 이봐요. 안 탈 거면 문 닫아요!

동주 :죄송합니다. 이제 탈겁니다. 가영아.

 

가영, 고개만 갸웃거리며 택시 안으로 들어간다.

 

#43 한강둔치 소공원.

 

잔디밭에 자리 잡고 도시락을 먹고 있는 두 사람.

강가론 작은 유람선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길가론 자전거 탄 여인들도 보인다.

 

가영 :정말 좋다.

동주 :가영아.

가영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만 살짝 돌아보며) ?

동주 :미안해. 제주도 여행도 못 가면 이런 야외라도 자주 나와야 하는데. 자기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가영 :아냐, 난 이거면 충분해.

 

주변에 소풍을 나온 단란한 가족들도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주변에서 공을 가지고 놀고 있고, 부모는 책을 읽기도,

달랑하게 대화를 나누기도하는 평화로운 오후 한나절 풍경이다.

 

#44 가영 집 앞.

 

동주와 가영이 걸어온다.

 

가영 :오늘 정말 즐거웠어. 고마워.

동주 :고맙기는 내가 미안하지. 제주도 여행도 못 가는. 이렇게라도 가끔 데이트해야 하는데.

가영 :헤어지기가 너무 싫다.

 

두 사람은 집 앞에 다가오자 살짝 포옹한다.

 

#45 사무실 휴게실.

 

가영과 희숙은 원탁에 앉아 미자가 뽑아주는 커피를 받아 마시고 있다.

 

미자 :언니, 그때 나이트에서 만났던 그 오빠 정말 멋있던데. 그 오빠 애인이 있어요.

가영 :없는데.

미자 :언니, 정말 그 멋진 오빠 애인이 없어요.

가영 :근데 왜 그걸 묻는 거니?

미자 :아니, 그 멋진 오빠 제게 소개시켜주시면 안될까 해서요. 완전히 제 이상형이더라구요..

희숙 :(농담처럼) 얘는 그런 킹을 이 언니도 있는데.

가영 :너희들은 애인들이 있잖아. 그런데 무슨 소리들이니?

희숙 :그런 킹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차버리겠네.

미자 :저도요. 언니.

가영 :얘들이 정말 미쳤어.

희숙 :인생은 짧아 그 짧은 인생을 달콤하게 살다가 가기 위해서는 양심이란 족쇄 따위는 차고 살면 안 되지.

미자 :그 오빠가 매일같이 언니에게 꽃을 보냈던 그분이 맞죠?

가영 :(무덤덤하게)내게는 동주가 있어.

미자 :(가영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며 고개를 갸우뚱) 언니, 열도 없는데. 그런 킹을..

희숙 :그래 동주 걔 뭐 볼게 있다고 그러니? 그냥 그 멋진 킹하고 사귀어버려. 그럼 가영이 네 인생은 꽃피는 봄날이라고, 바보처럼 조선시대의 여인네들 흉내 내지 말구.

가영 :(무섭게 노려보며)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 들지 아니.

미자 :가영이 언니가 둔한 거죠.

가영 :나는 다른 얘기들은 다 참을 수가 있어. 그런데 내 사랑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어. 아무리 너희들이라도.

미자 :언니, 지금 우리가 하는 얘기가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희숙 :그래 오죽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너에게 얘기하겠니. 이건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충고잖아.

가영 :충고는 고마운데 내 앞에서 동주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희숙 :(비꼬듯) 열녀 났다 열녀 났어.

 

#46 샌드위치 가게.

 

샐러드를 만들고 일어나다가 빈혈을 일으키며 휘청거린다. 동주는 의자를 붙잡고 넘어지는 것은 겨우 피한다.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머리는 깨질듯 아파온다. 동주는 두통약을 꺼내고 입안에 털어놓고 머리를 뒤로 제쳐놓는다.

 

동주 :(오만상을 찌푸리며) , 머리야. 젠장.

 

#47 사무실 안. 저녁

 

그녀들은 자신들의 일에 몰두해 있다.

퀵서비스가 장미폭탄과 작은 종이 가방 하나를 들고 가영 쪽으로 다가가자 희숙과 미자는 일어나 가영에게 다가간다.

 

희숙 :이번엔 선물까지 보내왔네?

미자 :그러게요. 언니.

희숙 :킹이 보낸 선물이면 장난이 아니겠다. (들떠서)가영아 빨리 선물을 개봉해봐.

가영 :개봉할게 뭐가 있겠니. 그냥 돌려줘야지.

 

가영은 시큰둥하게 선물상자를 책상 위에다가 올려놓고 퀵 명세서에 사인할 때 희숙은 책상에 놓인 선물상자를 냅다 들고 도망친다. 그러자 미자도 희숙을 따라 뛴다.

가영은 그런 희숙에게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48 휴게실. 저녁

 

희숙은 선물상자 겉 포장지를 뜯어낸다.

 

미자 :언니, 가영이 언니 선물인대 이렇게 막 뜯어봐도 괜찮을까요?

희숙 :가영이하고 우리가 남인가?

 

겉 포장지를 뜯자 고급스러운 명품 목걸이 케이스가 나온다.

케이스를 조심스럽게 열자 5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영 :(선물상자를 뺏으며) 희숙이 너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이건 너무 도가 지나치잖아!

 

희숙은 가영의 핀잔에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가영 :왜 그런 얼굴로 보는 거야.

희숙 :킹 뭐 하시는 분이기에 이런 명품 다이아목걸이를 선물로 보내는 거니?

가영 :그걸 너희들이 알아서 뭐하려고.

희숙 :이런 명품 다이아목걸이 선물할 정도면 보통 재력가는 아닌 듯해서.

가영 :00백화점 이사야.

희숙 :가영아, 정말 그 사람한테 애인이 없는 거니?

가영 :(짜증) 도대체 몇 번을 묻는 거야.

희숙 :아니.. 가영이 네가 관심이 없으면 내게 소개 시켜주면 안 될까 해서 그러지.

 

가영은 스마트폰을 꺼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민석e :, 가영이구나.

가영 :오늘 시간 좀 내주셨으면 해서요.

민석e :나야 우리 가영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시간을 만들어야지.

가영 :그럼 제가 백화점으로 갈게요?

민석e :, 그럼 우리 백화점 레스토랑으로 올래.

가영 :. 그럼 일곱 시까지 갈게요.

민석e :, 일곱 시 알았어.

 

희숙은 스마트폰 통화를 엿듣고 있다가 전화를 끊자.

 

희숙 :(아쉽다는 듯이)정말 이 목걸이를 돌려주려고.

가영 :내 물건도 아닌데 돌려줘야지.

미자 :언니, 너무 아깝잖아요. 우리 같은 경우엔 평생가도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목걸인데.

가영 :아까울 게 뭐가 있니? 내 물건이 아닌데.

 

두 사람은 가영을 보며 정말 아쉽다는 표정이다.

 

#49 레스토랑. 저녁

 

가영은 입구로 들어와 민석을 찾아 주위를 살핀다. 창가 편으로 자리 잡고 있는 민석을 발견하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민석은 가영을 마중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인다. 가영은 민석과 달리 얼굴이 어둡다. 민석은 가영이 다가오자 의자를 뒤로 빼주고 가영이 앉자 의자를 다시 담아주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민석 :(부드럽게) 우리 이렇게 단 둘이 식사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지.

가영 :(핸드백에서 목걸이케이스를 꺼내 민석 앞으로 내려놓으며) 오빠, 정말 왜 이러시는 거예요.

민석 :? 목걸이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다른 목걸이로 구해줄까? 난 이런 스타일이 너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유럽에 있는 친구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구한 건데.

가영 :전 이런 선물보다 순수한 사랑이 담긴 꽃 한 송이가 더 좋아요.

민석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선물을 싫다며 꽃 한 송이가 더 좋다는 말은 너무 간 거 아닐까? (농담하듯 웃으며)여신도 아름다운 다이야에 변심한다는 말도 있구 말이야.

가영 :오빠, 요번에도 얘기를 했잖아요. 제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민석 :그게 뭐가 중요하지. 사랑은 움직이는 것인데.

 

가영은 입을 열려는데 와인을 들고 매니저가 다가오는 바람에 입을 열지 못하고 눈치를 살핀다. 매니저는 와인을 두 사람 잔에 따라주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고, 뒤로 물러나자. 바이올린 연주자가 다가와 연주한다.

 

가영 :오빠, 정말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제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랬잖아요.

민석 :우리들은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이야. 그러니까 제발 정신 차리고 현실을 봐.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이 부드러우면서도 애달프다.

 

가영 :오빠, 혹시 여자가 필요하세요. 그럼 제가 소개 시켜드릴게요.

민석 :얼굴만 예쁜 그런 단순한 여자를 원하였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어. 나는 그런 여자들이 아닌 너를 원할 뿐이야. 단지 너를.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자 이번에 마술사가 풍선 하나를 들고 나타난다. 가영과 민석의 분위기는 냉랭해졌지만 마술사는 그런 분위기를 알 리가 없다. 마술사는 최선을 다하여 꽃을 만들어 가영에게 꽃을 받치고, 마술 몇 가지 더 선보이더니 라스트 하이라이트 마술인 풍선을 가영에게 넘긴다. 가영, 풍선을 잡지 않자. 마술사는 마임으로 풍선을 잡으라고 제스처하자. 가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풍선을 잡는다. 이번에 민석에게 송곳을 건넨다. 마술사는 마임으로 가영이 잡고 있는 풍선을 송곳으로 터트리라고 하자. 민석은 자신의 계획이 어긋나자 송곳을 들고 풍선만 바라본다. 마술사는 빨리 터트리라는 제스처를 하자. 민석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풍선을 터트린다. 풍선이 펑 터지면서 색종이가루 사이로 목걸이세트인 다이아몬드 반지가 가영이 잡고 있는 줄에 매달려 있다. 풍선이 터지기가 무섭게 팡파르가 울려 펴지며 연이어 들려오는 안내 방송.

 

방송 :오늘은 창가 편에 계신 이사님께서 아리따운 숙녀 분께 프러포즈하는 의미로 지금까지 드신 음식 값을 전부 지불하셨습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이 터진다.

점원 아가씨는 빨간 장미다발을 민석에게 건넨다.

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민석 :(꽃다발을 들고 무릎을 꿇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의 사랑을 받아주시오. 저는 당신을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받칠 것을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가영은 혹을 때려왔다가 혹을 달게 된 표정으로 민석을 말없이 내려다본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받아줘! 받아줘! 프러포즈를 받아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촬영하는 사람들.

 

가영 :(난감) 오빠, 왜 제가 좋으신 거예요.

민석 :그건 나도 모르겠어. 단지 내 영혼의 코드가 너의 영혼을 원하고 있다는 거야.

 

사람들은 여전히 이구동성으로 받아라. 프러포즈를 받아줘라.”

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람들은 꽃을 받기 위해 일어나는 줄 알고 하고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가영 :오빠, 정말 죄송해요.

 

가영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장미 꽃다발 위에다가 살포시 내려놓는다.

 

가영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장난치시지 마세요. 부탁드릴게요. 오빠.

 

사람들은 그런 가영의 도도함에 휘파람과 함께 심하게 야유를 보낸다.

가영은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비아냥거림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오른다.

 

민석 :(울부짖듯) 난 장난 같은 것 치지 않아.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내 운명의 코드가 너만을 원하고 있어. 내 영혼이 너를 원하고 있다고.. (목소리가 작아지며) 그런데 어떻게 내가 너에게 장난 따위를 칠 수가 있겠어.

 

가영은 멈칫한다. 그러나 민석에게 돌아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매정하게 보이는 가영에게 계속해서 야유를 보낸다.

 

사람들 :“~~ 남자가 정말 아깝다. ~~ 외모만 짱이면 뭐하나 마음씨는 꽝인데. ~~ 외모 믿고 너무 설치는 거 아니냐.”

민석 :(사람들에게) 여러분들께서 잘 못 알고 계십니다. 저 숙녀분이 야유를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입니다. 한 박자 쉬고 들어가야 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너무 쉽게 꺾인다면 그 꽃은 매력이 없는 법입니다. 그처럼 매력이 있는 꽃일수록 가시가 있든지, 절벽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여기 있는 여러분들께 맹세하는 바입니다. 저 아리따운 숙녀 분을 제 운명의 코드로 맞이하겠노라고.

 

가영은 출입구로 나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슬쩍 어깨너머로 민석을 쳐다본다.

사람들은 그런 원화에게 박수갈채와 환호성.

 

남자들 :~ 진짜, 정말 사내 중에 사내다.

여자들 :오빠~ 정말 멋져요. 오늘부터 오빠 팬 할래요.

 

휘파람소리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사이로 민석은 스르르 무너지며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가영 :오빠, 정말 미안해요.

 

가영은 민석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듯 굵은 눈물이 주르륵 뺨으로 흘러내린다.

 

#50 길가 몽타주. 저녁/

 

가영은 고뇌에 빠져 정신없이 앞으로 걷다보니 자신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미처 감지하지 못한다. 그때마다 반대편 사람이 피하며 하나같이 인상을 굵으며 한마디씩.

 

행인1 :이봐! 아가씨 눈을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dissolve

행인2 :이봐요. 당신 때문에 우리 애가 넘어질 뻔 했잖아요.

 

dissolve

행인3 :이 아가씨 정신을 집에다가 놓고 다니는 거야. 영 재수가 없으려니 별 이상한 여자를 다 만나는군.

 

가영은 멍한 얼굴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도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사람들이 보이지가 않는다. 하늘은 꾸물꾸물 거리더니 이내 빗방울이 한 방울씩 뚝뚝 떨어져 내린다. 가영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기약 없이 앞으로 걸어간다.

 

[사랑은 미치게 만들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oxEgZHytZ6TdZHK4hJepW6os2Xy1zRRV

 

창작시나리오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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