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자의 이야기2-죽음과 삶의 교차.
그렇게 그녀는 심한 우울증에 지옥을 느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이 집 안에는 자신 혼자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 새벽녘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고통,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이 감각, 정말 지옥이 있다면 현재가 아닐까 했다. 아싸리, 죽어버리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들어왔다.
그녀는 외로움에 더 이상 자신 혼자뿐인 방구석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허물을 벗어던졌던 옷가지들을 하나씩 주워 다시 입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어두운 방안에서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외로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한 순간 감정을 먹어버리는 악마의 벌레와 같았다.
그녀는 옷을 전부 주워 입고는 집 밖으로 나왔다. 밖은 그녀의 감정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달빛만이 초라하게 조용히 세상을 비춰 주고 있다. 그녀는 집 앞에 세워준 차로 향했다. 차 앞으로 낮은 방파제, 어둑한 바닷가 저 수평선으로 들어오는 작은 고깃배들의 불빛 운치마저 느껴지는 그런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운치를 느낄 수가 없었다. 외로운 고통, 혼자란 생각에 숨이 막혀올 뿐이었다. 그랬다. 사십이 넘어서 오십이 되어가고 있는 그녀에겐 그 무엇보다 혼자란 외로움이 고통스러웠다. 감정이란 그런 것이었다. 한순간 모든 것을 악마에게 지배당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들 역시 그녀 자신처럼 외로움 고독에 삼켜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운전석으로 향하고 차키를 운전서 문에다가 꼽고 돌린다. 고요한 파도소리와 함께 철컥하고 잠금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10년이 넘어가는 소형차 안으로 몸을 싣는다. 자동차 시동키 박스에 키를 꼽고 돌리자 운전석 편으로 작은 전자시계가 들어온다. 3시 10분이었다. 시간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 시간에 어디로 향해야할지 모르겠다. 20대라면 클럽으로 30대면 나이트라도 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땀을 한바가지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40후반인 그녀가 향할 곳은 없었다. 목적지가 사라진 그녀는 난감해진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어느 새 먹구름이 몰라와 달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는 다시 키를 돌리고 시동을 건다. 자동차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피시시 피시시 몇 번 힘없이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시동이 걸린다. 차는 이내 앞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차는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윗길로 접어든다. 그렇게 한라산 방향으로 차는 달린다.
가로등도 없는 길가, 새벽 밤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가득 끼여 있다. 금방이라도 세찬 소낙비가 하늘에서 와드득 떨어질 듯하다. 가끔 먹구름 움직임에 달이 슬그머니 나타나기도 하는 우중충한 날씨다. 산간 길로 접어들면서 적만 하다못해 귀신이라도 깜짝 등장할 듯 묘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부드러운 S자 커브로 이루어진 도로지만 제주도에 특유 돌담과 방풍나무로 밭 테두리를 덮고 있어. 가끔 커브 반대차선이 사라지곤 했다. 그런 이색적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그녀의 소형차. 소형차는 방풍나무로 길이 사라진 곳을 진입할 때 순간 대형트럭이 3D영상처럼 정면으로 확 달려들어 왔다. 그녀는 순간 반응적으로 급 핸들을 틀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죽는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나는 죽는 걸까?
정말 이대로 죽는 걸까....
정말 이대로 죽어버리면 이 허무한 감정이 사라질까?
이 무의미한 삶이 사라지는 걸까?
이렇게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자체가 이젠 정말 힘들고 지친다....
오히려 이게 신이 내려준 것이 아닐까.
이 더러운 사회에서 구원해주는 것이 아닐까.
잘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더러운 세상에 한 치의 미련도 없으니까.
근데....
무섭다. 젠장, 왜 이러지.
죽고 싶다는 감정을 매일같이 품으면서 왜 진작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눈물이 나오는 거지. 젠장.
살고 싶지 않은데... 정말 죽고 싶은데...
근데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지.
정말 천국과 지옥이 있는 걸까?
자살을 하면 지옥으로 간다고 하던데...
이건 사고니까. 지옥으로 가지는 않겠지.
근데 왜 이렇게 서글프지.
왜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오는 거지.
정말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살고 싶다.
아니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죽음이 무섭다.
근데 살고는 싶지는 않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자체가 흩어져 있었다. 어떤 결론이 없었다. 한마디로 오락가락 감정이 왔다 갔다 했다. 자살을 원하지만 자살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한다. 그리고 바로 죽음에 문턱에서 강하게 살고자 발버둥을 친다. 그 예로 물에 빠져 자살하는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허우적거리며, 목을 매는 경우는 발버둥을 친다. 그처럼 우리들은 자살을 하는 순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반응적으로 반항을 하게 된다. 이게 삶과 죽음의 교차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