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작은 약속 -누아르
#17 한강 상류 / 낮
승화는 오픈카에서 내려 한강 쪽을 보고 있다.
어디선가 똥차 배기통이 터져 소음을 내며 오픈카 쪽으로 다가와 멈춘다.
똥차에서 내리는 딱끼(40) 얍삽하게 생겼다.
실실거리며 승화 옆으로 다가온다.
딱끼 : (간사스럽게 헤헤거리며) 아이고, 형님 제가 늦었습니다. 빨리 오려구 하는데.. 그게 그만 노모가 아파서... 병원에 모셔드리고 오는 바람에 그만...
승화 : (한강에서 돌아서며 딱끼를 마주본다. 무뚝뚝하게) 그래, 찾았어.
딱끼 : 그게 그러니까... 그게...
승화 : (실망스럽지만 목소리는 냉정하다) 못 찾은 모양이군.
딱끼 : 제주도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봤지만 그게... 그만 동명이인이라서...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승화 : 불독이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서 믿었는데. 다른 곳에다가 의뢰해야겠군.
딱끼 : (얄밉게 실실 쪼개며) 아이고 무슨 섭섭하신 말씀을.
승화 날카롭게 딱끼를 노려보자. 딱끼는 승화의 기에 늘리듯 실실 쪼개던 웃음기는 사라진다.
딱끼 :(진지한 얼굴로) 지금에 와서 다른 곳에 맡기면 저처럼 헛다리짚고 그렇게 일 년 이상 허송세월을 보낼 겁니다. 그러니까 저를 조그만 더 믿고 맡겨주십시오. 그럼 목숨을 걸고 삼 개월 아니 한달 안에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승화 : 목숨을 걸고.
딱끼 : (허풍, 과장) 물론입니다.
승화 : 그럼 믿어보지.
딱끼 : 그건 그렇고 착수금을 좀 더 주셨으면 합니다. 전국을 다 돌아다니다 보니 그만 착수금이 떨어져서요.
승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딱끼에게 건넨다.
딱끼, 봉투를 받더니 이내 봉투를 확인하고 만족스럽다며 쓰윽 미소를 짓는다.
#18 백화점 / 낮
영애, 명품관에서 명품들을 싹쓸이하듯 구매하고 있다.
뒤로 짐꾼처럼 경호원 둘의 손에 쇼핑백이 가득 들려져있다.
#19 산동네 오르막 길. 밤
승화, 과일바구니를 들고 산동네로 오르고 있다.
#20 엄마 집/밤
색이 바래 녹이 핀 철 대문 앞에서 멈춘다.
엄마55, 부엌에서 나오다가 대문 앞에 승화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엄마 : 거기 누구유.
승화 : ……
엄마 : (문 앞으로 다가서며) 누군데 남의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거유.
승화, 고개를 들자 엄마와 시선이 마주친다.
엄마, 승화를 보고 기쁨과 놀란 얼굴로 변한다.
엄마 : 승화구나. 승화, 맞지. 왔으면 들어오지 않곤.
승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엄마, 승화의 손을 덥석 잡으며 눈물을 흘린다.
승화, 그런 엄마에게서 손을 슬쩍 뺀다.
승화 : (감정이 없는 목소리) 얼굴 왜 그렇게 된 거죠?
엄마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어있다.
엄마 : (얼굴을 가리며) 넘어져서 그래.
승화 : 혹시 그 사람이 그런 건 아니구요.
엄마 : (고개를 저으며) 아니란다. 그 사람은 이젠 이곳에서 살지도 않아. 정말이야. .... 가끔 오기는 하지만...
승화 : (남에게 얘기하듯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말투다) 그럼 이혼을 해서 편안하게 혼자 사시던지.
엄마 : 그게... 그 사람이 절대 이혼은 안 된다고 해서...
승화 : (대화하는 자체가 싫다는 듯) 영애한테서 연락이 없었습니까?
엄마 : 미안하구나.
승화 : 혹시 영애가 이곳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죠.
엄마 :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난 뒤에 너를 찾겠다면 집을 나간 뒤에 연락이 두절 되었어.
승화 : 확실한 겁니까?
엄마 : 무슨 소리니?
승화 : 그 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간 게 아닌 가해서요.
엄마 : (시선을 피하며) 아니란다.
승화 : 아니라면 다행이네요. 그리고 영애가 돌아오면 제게 꼭 연락 주시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엄마, 대답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승화, 과일바구니를 평상위에 내려놓고 돌아서려고 하자
엄마, 승화의 팔목을 붙잡는다.
엄마 : 밥은 어떻게 잘 챙겨 먹고 다니니. (흐느끼며) 어미가 돼서 따뜻한 밥한 끼도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하고.
승화 : 밥을 먹고자 이곳을 찾은 게 아니니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마 : (과일바구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며) 이건 또 뭐니?
승화 : 자그마한 가게라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엄마 : 내가 무슨 염치로 이런 돈을 받을 수가 있겠니. 그냥 갖고 가렴.
승화 :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게 아니라 영애가 엄마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했었거든요. 그래서 드리는 거니 그냥 받아두세요.
엄마 : (북받쳐오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울먹이며) 내가 죄인이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느리겠다고 재가를 해서는 너희들에게만 못할 짓을 했구나.
승화 : (어떤 작은 감정도 없이) 지나간 일은 잊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잘사세요.(하고, 문으로 돌아선다.)
엄마 : (북받쳐와 흐느끼며) 어미가 돼서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해주지도 못하다니. (팔소매로 눈물을 쓰윽 닦아내며) 밥이라도 먹고 가렴. 이 엄마가 금방 밥을 차리마. (하고, 엄마는 부엌 쪽으로 돌아선다.)
승화, 대꾸도 없이 철문을 열고 대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엄마, 대문은 밖으로 나가는 승화의 뒷모습에 힘없이 풀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21 고급 빌라 앞/ 밤
새 아빠57, 젊은 여자와 포옹하고 빌라 입구(정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다.
#22 고급빌라 안/ 밤
카메라 거실 안을 쓰윽 훑고 지나간다.
장식장에서 카메라 잠시 멈춘다.
장식장으로 각종 상장과 상패가 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상장.
‘성실 청명 상’이란 글자가 박힌 상장에서 멈춘다.
사진, 경찰정복복장으로 상장을 받는 새 아빠,
상장을 건네는 경찰청장.
카메라 소파로 이동하면
새 아빠, 젊은 여자 위로 올라가 애무하고 있다.
#23 고급빌라 맞은편 옥상/밤
승화, 저격용 총에 달린 망원경으로 새 아빠와 젊은 여자의 정사장면이 들어온다.
망원경좌표에 새 아빠 머리통이 들어온다.
승화, 방아쇠를 당긴다. 틱!
승화na :지금 당장 저 악마의 이마에 총아를 쑤셔 박아놓고 싶다. 그러나...
#24 승화 집 지하실/밤
승화, 아기를 안은 성모마리아석고상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승화 : 저의 사악한 죄를 사면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저의 여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의 죄는 지옥에서 충분히 죗값을 치르겠나이다. 그러하오니 제발 제 여동생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제발... 성스러운 성모마리아와 주여.
기도를 올리더니 웃통을 벗고 성모마리아석고상 앞엔 자갈과 채찍이 놓여있다. 자갈을 입에 물더니 채찍을 들고 자신의 등을 향해 강하게 내려친다.
사운드 채찍소리와 함께 F. L.
#25 F. I. 고급 아파트 영애 집 거실/ 낮
불독, 거만하게 영애를 보고 있다.
불독 : (돈 봉투를 영애 앞으로 툭 던지며) 수고했어. 마리아.
영애 : 이젠 더 이상 의장님하고 그 짓거리 할 수 없어요.
불독 : 회장님은 우리에게 큰 고객이야.
영애 : 그냥 섹스만 하면 되지... 왜 사람을 묶어 놓고 개지랄을 떠는 거냐구요.
불독 : 의장님이 자기만 찾는데 어떡하라구.
영애 : 자기 마누라가 바람나서 도망친 걸 왜 내게 화풀이하느냐 말이에요.
불독 : 그래도 의장님 덕에 이렇게 호화스럽게 경제를 느릴 수가 있는 거잖아.
영애 : 이젠 정말 의장님만 보며 구역질이 난다구요.
불독 : 우린 의장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영애 : 그럼 차라리 죽어 버리면 됐겠네요?
불독 : 말이라도 그렇게 끔찍하게 하지마.
영애 :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불독 : 내가 한번 얘기는 해보겠지만 기대는 하지마.
영애 : 그리고 내가 부탁드린 일은 어떻게 됐어요?
불독 : 응, 오빠 말이지?
영애 : 네.
불독 : (고개를 저으며) 그게 아직이야. 그러지 말고 기분 전환할 겸 침체된 경제를 위해서 쇼핑이라도 하는 게 어때. 돈은 넉넉히 담았으니까.
영애 : 사장님 다음 달이며 계약이 끝나는 걸 알고 계시죠.
불독 : (고개만 끄덕거린다)
영애 : 다음 달이면 제게도 자유가 찾아오는 거군요.
볼독 : 그래, 계약이 끝나면 무얼 할 생각이지?
영애 : 오빠를 찾아볼 생각이에요.
볼독 : 십오 년 동안 어떤 연락도 없었다면 죽은 게 아닐까...
영애 : 전 알 수가 있어요. 우리 오빠는 강한 사람이거든요. 어떻게든 잘 살고 있을 거예요. 전 믿어요.
#26 실내 스크린 경마장. 낮
스크린으로 말 달리는 화면이 들어온다.
사람들 환호성...
그들 틈사이로 들어오는 새 아빠, 마권을 들고 환호성을 내지른다.
새 아빠 : 달려! 좀 더 빨리 달려 새꺄!
뒤편으로 새 아빠를 지켜보고 있는 승화.
승화, 얼굴이 일그러지며 O. L
인서트 과거 회상
새 아빠, 승화(15)를 짓밟고 있다.
그런 새 아빠(40)를 껴안으며 애원하고 있는 영애10.
영애 : 새 아빠...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제발요... 엉엉..
#27 경찰서 앞/ 낮
승화, 경찰서로 들어가는 새 아빠를 멀리서 보고 있다.
승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웅얼거린다.
승화na : 나는 아직도 저자가 무섭고 두렵다.
#28 지하실/ 낮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우장한 성당합창이 들려온다.
벽으로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고 1.5m 성모마리아석고상 앞에서 굵은 밧줄을 들고 자신의 몸에 채찍질 하고 있는 승화.
채찍이 등에 닿을 때마다 살갗이 찢어져 나간다. 성모마리아석고상과 승화의 기익한 행동이 묘한 분위기가 어울린다.
승화na :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악마에게 철퇴를 내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고 나약함에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