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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향기4-저자 하늘나비

jun.DK 2019. 6. 8. 11:49

#47 샌드위치 가게 앞.

 

가영은 샌드위치 가게 앞을 멍하니 지나친다.

동주는 가게에서 그런 가영을 발견하고 가게에서 뛰어나와 우산을 가영에게 받쳐 든.

 

동주 :가영아, 비 오는데 우산도 없이 이렇게 돌아다니다간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가영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걱정스럽다는 듯)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가영의 눈에서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별이 안 되는 물기가 가득 젖어있다.

 

동주 :지금 우는 거야?

가영 :(눈가를 쓰윽 닦아내며) 울기는 누가 울었다고 빗물이 눈에 들어가서 그런 거야.

동주 :정말 별일 없는 거야.

가영 :우리 남대문시장이나 가자.

동주 :(생뚱맞다는 듯이)남대문시장?

가영 :싫어.

동주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할 말이 있다)

가영 :그럼 빨리 가자.

동주 :그래 가영이 네가 원한다면 가야지 저승 끝까지라도.

 

#48 시장 안.

 

가영과 동주, 천천히 아이쇼핑을 즐긴다.

가영은 옷 가게 앞에서 멈춘다.

 

가영 :(뜬금없이) 자기 옷이 많이 젖었네.

동주 :.. 조금.

가영 :여기서 옷이나 갈아입고 갈까?

동주 :(생뚱맞다) 옷을 갈아입고 가다니?

 

가영은 동주의 팔을 끌고 옷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동주는 뻘쭉해하며 따라 들어간다.

 

 

#49 옷가게.

 

가영은 옷들을 고르고 동주에게 가져다댄다.

 

가영 :이 옷 입어봐.

동주 :난 괜찮아.

가영 :자기 가을 옷이 몇 벌 없잖아.

동주 :.. 나야 가게하고 집만 다니는데.

가영 :그래도 애인이 디자이너인대. 애인 옷도 코디해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겠어. 그리고 자기가 매일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자기를 얕보는 거잖아. 사람은 옷이 날개고 옷을 잘 입으면 사람들이 쉽게 얕보지 못해.

동주 :누가 자기에게 뭐라고 해.

정숙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예쁘게 입고 다니면 좋잖아.

 

가영은 옷 서너 벌을 들고 동주의 품에 안기고 탈의실 안으로 밀어놓는다.

동주는 할 수 없다는 듯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 동주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가영 :(도리질하며) 다른 것도 입어봐.

동주 :난 그냥 대충 편안한 옷들이 좋은데.

 

가영이 무섭게 노려보자

동주는 어쩔 수 없이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가영은 동주가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옷을 몇 벌 더 골라온다.

동주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동주 :가영아 이렇게 많이 사게.

가영 :그냥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잖아.

동주 :자기도 옷이 많이 젖었는데.

가영 :?

동주 :아니,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해서.

가영 :그럼 자기가 내게 올릴만한 옷 한 벌만 골라줘.

동주 :(의외라며) 자기는 이런 옷을 입지 않잖아.

가영 :이런 옷이라니?

동주 :(수줍게)시장 통 브랜드가 없는 옷.

가영 :(서운 섭섭하다)내가 그렇게 골이 없는 여자로 봤어. 명품이나 찾는 그런 된장녀로 본 거야.

동주 :(살짝 당황 난감해진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가영 :자기가 골라주는데 시장 통이면 어떻고 명품이 아니면 어때? 자기가 골라줬다는데 명품보다 훨씬 뜻 깊고 아름다운 거잖아.

동주 :아니, 내가 옷을 볼 줄이나 알아야지.

가영 :그냥 자기가 골라줘. 난 자기가 골라준 옷을 입고 싶어. 그러니까.

 

동주 처음으로 가영의 옷을 고른다는 설레며 차근차근 옷을 뒤적인다. 그리고 한 벌 골라온다. 역시나 가영과 밸런스가 맞지 않은 그런 옷을 찾아온다. 아줌마들의 꽃무늬스타일.... 가영은 그런 아줌마 스타일의 옷임에도 괜찮다며 환하게 웃는다. 가영은 동주가 골라온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아름답게 한 바퀴 턴한다.

 

가영 :어때 예뻐?

 

가영은 너무나도 예쁜데 반해 자신이 골라온 옷은 너무나도 촌스러운 꽃무늬 패션이라서인지 동주 대답하지 못한다.

 

동주 :(자신감 없이)역시 난 옷을 고르는 능력이 부족한가봐. 자기가 직접 골라. ...

가영 :그냥 나 이걸로 할래.

 

처음으로 동주가 직접 골라준 옷이라서인지 가영은 행복하다.

 

동주 :정말 그 옷은 안 올려. 어디 시골 아줌마들이나 입는 옷 같아.

가영 :그래도 자기가 처음으로 골라준 옷이잖아. 그러면 된 거 아냐.

동주 :자기와 옷이 언밸런스해서 정말 보기가 안 좋아.

가영 :좀 언밸런스해보이면 어때서. 난 이 옷을 자기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거야.

 

가게여주인은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한마디 한다.

 

여주인 :사실, 그 옷은 아줌마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아가씨가 입으니까 괜찮아 보이네요. 옷이 날개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가씨가 입으니까? 옷이 날개가 아니라 옷이 어떤 사람이 입느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네요. 혹시 아가씨 모델이세요.

 

장사수환처럼 보이지만 아줌마는 진심이었다. 그처럼 가영은 완벽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가영 :아뇨.

여주인 :근데 모델보다 더 완벽한 몸매를 갖고 있네요.

가영 :(칭찬에 쑥스러워) 제 몸매는 곁과 속이 달라요.

여주인 :제가 이곳에서 옷만 판지 이십오 년째데 웬만한 몸매는 대충 볼 수가 있거든요.

동주 :(가게 여주인이 좋다는 말에) 정말 이 옷이 괜찮아 보이세요.

여주인 :아뇨, 제가 괜찮다는 것은 이런 아줌마 옷을 아가씨가 소화시킨다는 자체가 모델들도 힘들다는 거죠. 제가 예쁜 아가씨에게 권하고 싶은 옷은 이런 스타일이에요.

 

여주인이 직접 추천한 옷은 동주가 골라온 옷에 비해 훨씬 럭셔리하고 세련미가 넘친다.

 

동주 :그래 가영아 사장님이 권해주는 옷으로 하자. (애교스럽게) ?

가영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카드를 꺼내어 여주인에게 내민다) 계산해주세요.

여주인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가씨 정말 그 옷을 구입하시려고요.

가영 :(당당하고 시크하게).

 

여주인은 가영의 행동에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동주는 여주인이 추천했던 옷을 들고 온다.

 

동주 :가영아 이 옷으로 하자. 정말 내가 생각해도 그 옷은 아냐.

가영 :(단호하게)그냥 이 옷으로 할래.

 

가영은 카드단말기에 사인을 하려고 하자 동주는 급하게 자신의 지갑을 꺼낸다.

 

동주 :가영아 내가 계산할게.

가영 :내가 자기 옷 좀 사주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까 내가 계산하도록 놔둬.

동주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남자가 돼서 애인 옷도 사주지도 못하는데 거꾸로 옷을 얻어 입으면.

가영 :자기는 적금 붓는 것도 빠듯하잖아. 다음에 적금 끝나면 그때 자기가 계산하면 되잖아.

 

동주는 가영이 가끔 한 번 고집을 피우면 절대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동주는 어쩔 수 없다며 지갑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담는다.

 

#50 액세서리 가게 밖, /

 

두 사람은 옷가게에서 나와 시장 통을 돌아다니고 있다. 가영은 액세서리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어 선다. 동주는 가영이가 액세서리가게 앞에서 멈추고 액세서리에 시선을 빼앗기자 의아하듯 입을 연다.

 

동주 :왜 액세서리 사고 싶어.

가영 :, 자기가 목걸이 하나만 사줘.

동주 :자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사줘야지.

 

두 사람은 액세서리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가영은 목걸이 하나를 선택한다.

 

가영 :나 이걸로 할래.

동주 :(기분이 업된다. 가영이가 자신에게 선물을 사달라고 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들은 그렇다. 사랑하는 자에게 선물하는 순간 행복을 느끼게 한다) 다른 것도 사고 싶으면 사.

가영 :아냐, 난 이거 하나면 충분해.

 

가영, 자신의 집에 엄마와 아빠가 구입해준 명품 액세서리들이 있었다. 그런 값비싼 액세서리들이 있었지만 가영은 동주에게서 금낮은 액세서리를 받고 싶었다. 민석의 적극적인 대시에 마음이 잠시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주에게서 마음의 증표를 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51 조용한 술집 바.

 

민석은 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늘씬하고 쭈쭈 빵.. 세련된 여자가 민석을 지켜보다가 일어나 다가온다.

 

여자 :혼자 오셨나 봐요.

 

민석은 고뇌에 빠진 얼굴로 술을 마실 뿐 여자에게 어떤 시선도 주지 않는다.

 

여자 :저기요.

민석 :(여자를 힐끗 보더니. 시크하게) 죄송합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군요.

 

여자는 자신에게 시선조차 제대로 주지도 않은 채 거절하자. 기분이 상하듯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변한다.

 

#52 사무실. 아침

 

가영은 시장 통에서 구입한 목걸이와 동주가 골라준 촌스러운 옷차림으로 출근하자 두 사람은 쇼킹한 모습에 놀란다.

 

희숙 :자기야, 지금 그걸 패션이라고 입고 나온 거니?

가영 :왜 이상해?

희숙 :디자인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옷을 입고 다니면 욕해. 아니 네 실력을 의심할 거다. 옷을 그 따위로 입는 사람이 어떻게 디자인을 하겠느냐며.

미자 :그래요 언니. 옷을 갈아입고 오세요. 팀장님이라도 보시면 촌스럽다고 꾸지람 듣겠어요.

가영 :난 괜찮은데.

희숙 :자기, 그 옷 동주가 사준 거지?

가영 :어떻게 그걸 알 수가 있어.

희숙 :뻔하지 그렇게 촌스럽다 못해 아줌마들도 잘 입지 않을 만한 옷을 네가 사겠어. 아니면 너희 엄마처럼 패션 감각이 도드라지게 뛰어난 분께서 사시겠어. 또 다른 사람이 그런 촌티가 팍팍 나는 옷을 샀다면, 자기는 그런 옷을 입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데 동주가 사줬기 때문에 그 옷을 입은 거잖아. 안 그래?

미자 :언니, 그 목걸이는 또 뭐예요.

가영 :? 이 목걸이도 이상해.

미자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싸구려 티가 나요.

가영 :난 모르겠는데 디자인도 예쁘고 심플한 게.

희숙 :자기, 어제 목걸이 돌려주러 갔다가 사고라도 당하기라도 한 거니?

미자 :그러고 보니 언니, 어제 목걸이를 돌려주러 간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 목걸이를 돌려준 거예요.

가영 :.

미자 :전 정말 언니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런 목걸이를 돌려주고 그런 금낮은 목걸이를 하고 다닐 수가 있는지.

가영 :그래도 이건 사랑하는 사람이 사준 목걸이란 점에서 가격대를 먹일 수가 없는 거 잖아. 마음의 가격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희숙은 할 말이 없다며 고개만 도리질 치고, 반면 미자는 너무 아쉽다는 표정이다.

 

미자 :언니, 정말 그 다이아목걸이 안 아까우세요.

희숙 :자기야, 안 아까우면 그게 사람이니? 신이지.

미자 :하긴 그래요.

가영 :하기는 무슨.. 그런 욕심을 갖게 되면 끝도 없이 그 욕망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애당초 내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일도 없는 거야.

희숙 :자기야, 그렇지만 손에 들어왔잖아. 그런데 그게 자기 말처럼 쉽게 버릴 수가 있겠어. 쉽게 버리는 사람이 더 이상한거지. (미자를 보며) 안 그러니. 자기야.

미자 :그래요. 언니.

가영 :난 정말 모르겠어. 그 사람이 사주면 모든 게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져.

희숙 :(비아냥) 확실히 자기 눈에 콩깍지가 끼었다니까?

미자 :언니, 정말 그 사람을 선택하고 일이십 년 후에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거예요.

가영 :(굳건하게 자신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후회라니? 난 절대로 후회 따위는 하지 않을 자신 있어.

희숙 :(답답하듯) 아니, 그게 아니라, 나이 먹고 사랑이 식어버린 후에 그 사람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지금 현재가 아니고.

가영 :그 사람은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야.

 

희숙은 가영이 도통 말이 통하지 않자. 자신들이 졌다며 고개를 살짝 젓는다.

 

#53 샌드위치 가게 앞.

 

가영, 자신의 촌스러운 패션을 자랑하고 싶어 빠른 걸음으로 샌드위치 가게 앞으로 걸어온다. 가게 문은 셔터가 내려져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다.

 

가영 : (고개 갸웃거리며) 왜 문이 닫혀 있는 거지?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전화를 건다.

 

#54 옥탑방 안.

 

dissolve 화면이 바뀌며,

동주, 땀을 뻘뻘 흘리며 입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10년이 넘어 색이 바랜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동주는 힘겹게 몸을 돌려 핸드폰을 들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발신자표시를 확인한다. ‘나의 사람 반쪽가영란 글자를 확인하고 힘겹게 전화를 받는다.

 

가영e :자기 지금 어디야.

동주 :볼일이 있어서 잠깐 어디 왔어.

가영e :그러니까 거기가 어딘데?

동주 :.. 그러니까 잠깐 어디 왔어.

가영e :그래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냐고.

동주 :왜 그래?

가영e :(자신이 흥분하는 것을 느끼곤 한 템포 쉬고) 아니 자기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그러지.

동주 :...... 친구 아버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고 해서 촌으로 내려왔어.

가영e :근데 자기 목소리가 왜 그래?

동주 :내 목소리가 왜?

가영e :아니 자기 목소리가 많이 아픈 사람처럼 힘이 없어 보여..

동주 :산골마을이라서 그럴 거야.

가영e :정말 아픈 거 아니지.

동주 :그렇다니까?

가영e :... , 어제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몸살감기라도 앓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동주 :내 몸은 무쇠로 만들어진 로봇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했잖아.

가영e :세상에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동주 :그처럼 건강하다는 뜻이지.

가영e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언제 올라올 거야.

동주 :그건 잘 모르겠어. 올라가면 곧바로 연락할게.

가영e :몸조심하고 빨리 올라와 보고 싶으니까.

동주 :, 나도 보고 싶어. 그리고 사랑해..

가영e :나도 사랑해.

 

#55 샌드위치 가게 앞.

 

가영은 씁쓸하게 뒤돌아서서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간다.

 

 

 

 

불길한 예감은 왜 일치하는 걸까?

 

 

#56 옥탑 방. 저녁

 

동주는 다이얼을 누르는 자체도 힘들어 보인다. 동주는 핸드폰 다이얼을 힘겨워하며 누르고는 통화번트를 누르자 신호음이 몇 번 울리더니 이내 민수가 전화를 받는다.

 

동주 :(힘겹게, 간간히 신음소리까지) 민수야... 가영이한테,... 아무런 얘기도...하지말구... 집으로.....

 

동주는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힘없이 숨만 가쁘게 내쉰다.

 

민수e :어디 아픈 거야.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왜 그래.. 인마..

 

동주는 눈망울만 껌뻑이며 핸드폰을 응시할 뿐 핸드폰을 들 힘조차 없다.

핸드폰에서 다급한 음성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민수e :여보세요. 동주야 왜 그래 인마. ! 좀 대답해봐. 동주야.

 

민수가 동주를 부르는 소리가 에코처럼 들려오는 가운데

동주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긴다.

F.O.

 

#57 건물 밑. 저녁

 

F.I.

동주는 들것에 실어 내려온다.

119 대원들은 들것을 구급차에 옮긴다.

그 옆으로 보호자로 따라붙은 민수도 구급차 위로 올라탄다.

 

#57 응급차 안. 저녁

 

동주는 산소마스크까지 착용해 있다.

 

동주 :(산소마스크를 힘겹게 때내며) 가영이한테는.. 절대로.. 비밀이야..

민수 :넌 그저 가영이가 걱정할까봐 그게 걱정이지. 자기 몸이 어떻게 되든 말든.

동주 :미안해.. 그래도 가영이가.. 걱정하는 것은.. 내가 참을 수가 없어.

민수 :하여간 너란 놈은.

 

동주는 다시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을 감는다.

 

#58 달동네 골목 입구. 저녁

 

택시가 달동네 골목 앞으로 다가오더니 멈추고, 가영이 내린다.

 

#59 옥탑 아래. 저녁

 

119 구급차는 옥탑건물에서 빠져나오고 있을 때, 가영 옥탄건물 편으로 오른다. 후진하는 119 구급차와 마주치는 순간 가영은 불길한 감을 느낀다, 멈춰 서서 119 구급차를 멍하니 바라본다. 불길한 예감이 가영의 몸을 휘감는다. 가영은 핸드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동주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멘트는 저의 고객님의 전원이 꺼진 상태입니다...’ 가영은 119 구급차가 골목에서 나왔고, 또 동주의 핸드폰 전원이 껴져 있자. 불길한 감은 가영의 온몸을 휘감는다. 가영은 옥탑방향으로 뛴다.

 

[우리들 삶에 있어 이상하게도 불길한 감은 유독 정확하게 맞는다. 왜일까? 점도 불길할 때 좀 더 정확하다. 왜일까? 그것은 인간의 생각, 즉 생각이 자신의 몸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 우리들은 불길한 감, 이야기를 들을 때 무의식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이 현실이 변하는 가란 물음을 던봐야 한다. , 생각은 전자파장 덩어리와 같다. 우리가 느끼고 보고 모든 것이 전자파덩어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 우리 생각 불길한 생각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파장 개인인이 생각하는 뇌파장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다. 그렇듯 우리 영혼도 파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현재 행복해지고 싶다면 긍정적인 생각을 자주해야 한다. 그래야 뇌파장이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며, 주변 파장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그 영향으로 자신의 주변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되며,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지금 가영의 뇌파장은 부정적으로 가득하였다.]

 

#60 옥탑방 안. 저녁

 

가영은 옥탑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힌다.

방안은 이불만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고, 동주는 간 곳이 없다.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가영 :나 가영인대. 혹시 우리 동주 너하고 같이 있는 거니?

민수e :아니.

가영 :그럼 동주한테서 연락이 없었니.

 

#61 응급차안. 같은 시각

 

민수 :(기절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동주를 보며), 연락 없었는데.

 

#62 옥탑방 안.

 

가영은 옥탑방안으로 들어가 방을 청소한다.

청소를 끝내고 옥탑 평상으로 가서 앉아 전화를 연결해보지만 연결이 안 된다는 음성만 들려온다. 가영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잠시 , 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63 길가.

 

가영은 중얼거리며 걸어간다. 사람들은 그런 가영을 힐끗힐끗 쳐다본다.

 

가영 :목소리가 많이 아픈 사람 같았는데.. 내가 걱정할까봐 그랬던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고서야 방문도 잠그지 않은 채로 집을 비울 사람이 아닌데..

 

가영은 횡단보도 신호등 불이 빨간 불인대도 횡단보도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달리던 차는 급브레이크를 파열음을 내며 멈춘다. 차와 가영의 사이는 불가 3센티. 운전기사는 사고라도 난 줄 알고 식겁하여 고개를 핸들에 틀어박은 채로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운전기사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려 앞을 본다. 가영은 눈이 반쯤 풀린 상태로 멍한 표정으로 차를 바라보고 서 있다. 운전기사는 차문을 거칠게 열고 씩씩거리며 가영에게 달려 나온다.

 

운전기사 :이봐, 아가씨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죽으려면 다른 곳에서 죽어. 이런 찻길에서 죽어서 다른 사람 인생까지 같이 종치게 하지 말고 말이야!

가영 :(멍한 얼굴로 멀뚱거릴 뿐) ......

 

가영은 그제야 신호등을 쳐다본다. 신호등은 빨간불이다.

운전기가는 자신의 자동차로 되돌아가더니 가영을 피해 앞으로 나간다.

가영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차들은 그런 가영을 피해 간다.

F.O

 

#64 응급실. 같은 시각

 

F.I.

동주는 응급실 구석 편에 산소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잠이 들어있다.

 

#65 사무실. 아침

 

가영은 어깨가 축 쳐져있다.

가영은 잠을 자지 못했는지 눈은 충혈이 되어 사무실로 들어온다.

 

희숙 :(다가오며)자기야, 왜 그래. 어디 아픈 사람처럼.

 

가영은 대답할 힘조차 없다.

 

가영 : (힘없이) 미안, 나중에 얘기하자.

 

가영은 자신의 자리로 가더니 디자인 준비를 한다.

희숙은 그런 가영이 걱정스럽다는 눈초리로(dissolve) 한참동안 쳐다본다.

 

#66 시간 시퀀스. 낮밤

 

1. , 가영은 셔터까지 굳게 닫힌 샌드위치 가게 앞에 멍하니 서 있다.(dissolve)

2. , 가영은 옥탑 평상에 무릎에 머리를 파묻은 채 반응이 없다.(dissolve)

3. , 가영은 셔터까지 굳게 닫힌 샌드위치 가게 앞에 멍하니 서 있다.(dissolve)

4. , 가영은 옥탑 평상에 무릎에 머리를 파묻은 채 반응이 없다.(dissolve)

5. , 가영은 셔터까지 굳게 닫힌 샌드위치 가게 앞에 멍하니 서 있다.(dissolve)

-옷과 구두가 바뀌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준다.-

 

[우리 인간들은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미칠 듯 고통스러운 법이다. 여기에 동주 목소리는 아파보였다. 그러므로 가영은 미칠 것만 같다. 그렇듯 여러분들도 기본 적으로 연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연애에서 사랑의 기술 중에 하나기도 하다. 가끔 잠수를 타게 될 때 사랑하는 쪽은 애간장을 녹이는 고통을 주게 된다. 그렇게 상대가 자신에게 집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집착은 사랑의 표현의 일종이다. 그러나 그 집착이 커지면 데이트 폭력, 혹은 감금 등 의심병이 생기며, 범죄자가 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연애의 기술도 상대방에 따라서 해야 한다.]

 

#66 옥탑.

 

가영은 평상에 무릎을 감싸고 잠이 들듯 움직임이 없다.

전화벨이 울려서야 고개를 들고 스마트폰을 받는다.

 

가영 :(힘없이), 알았어요. 지금 들어갈게요. (날카롭게)글쎄 알았다니까요.

 

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피더니 힘없이 옥탑을 내려간다.

 

F.O

 

#68 병실. 이른 아침

 

F. I

동주는 눈을 뜨고 주위를 살핀다.

보호자 간의침대에 민수가 잠들어있다.

 

동주 :민수야,

민수 :(눈을 비비며) ,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이제야 일어났네.

동주 :이제야 일어나다니... 나 얼마나 잠든 거야.

민수 :오늘까지 삼일 동안 잠들어 있었어.

동주 :(놀라며) 무슨 소리야. 삼일동안 잠을 잤다니?

 

#69 가영 방.

 

가영,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노크소리가 들려오고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 :(손등으로 가영 이마위에 가져다 놓으며) 이젠 좀 괜찮니?

가영 :.

엄마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아닐 테고, 도대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가영 : 별일 없어요.

엄마 :(걱정스럽다며) 그렇게 일이 힘들면 그만두고 시집가는 건 어떨까?

가영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엄마 :민석군이 병문안 왔단다.

가영 :(이불을 뒤집어쓰며) 저 잔다고 해주세요.

 

#70 거실.

 

거실엔 아빠와 민석은 부자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영은 엄마의 손에 이끌러 내려온다.

민석은 가영이 이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소파에 있는 꽃다발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석 :(꽃다발을 넘기며) 아프다고 들었는데, 괜찮니?

가영 :(꽃다발 받으며) 네 괜찮아요.

민석 :가까이에서 보니까 정말 얼굴이 많이 야위었네.

가영 :괜찮아요.

 

엄마는 민석의 적극적인 모습에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71 부엌.

 

그들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맛있게 먹고 있다.

가영은 입맛이 없어 젓가락을 깔짝인다.

 

아빠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나 보구나. (엄마에게) 아줌마에게 전복죽이라도 쓰라고 하지.

가영 :아뇨, 전 됐어요. 괜찮아요. 그냥 몇 수저 뜰게요.

아빠 :(다정한 눈초리로 민석에게) 일단 약혼식이라도 해야지 자네 아버님과 얘기가 끝났는데.

가영 :저 속이 거부해서 먼저 일어날게요.

 

가영은 약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지가 않다는 듯 수저를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빠 :(수저를 내려놓으며) 입맛이 없어도 잠시 앉아야지 손님이 있는데. 매너가 아니잖아.

가영 :저 오빠하고 결혼할 마음이 없어요.

 

가영은 식탁에서 빠져나가자.

 

아빠 :저녀석이.

엄마 :며칠 동안 새벽까지 일하느라고 신경이 곤두서서 그래요.

아빠 :(무섭게 엄마를 보며) 그러니까. 일 그만두게 하라고 했잖아.

 

#72 방안.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민석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가영은 민석을 보자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쓰고 누워버린다.

 

민석 :(침대로 다가와 부드럽게)내가 아버님께 말씀 잘 들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너의 몸을 원하는 게 아니라 너의 마음을 원하는 거니까. 네가 싫다면 절대로 약혼식 따위는 하지 않을 게 그러니까. 마음 풀어.

 

가영은 그제야 이불 사이로 배꼼이 얼굴을 들어내 민석을 쳐다본다.

 

가영 :오빠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저를 놔두고 저보다 나은 여자를 찾아보세요.

민석 :이 세상에서 너보다 나은 여자는 본 적이 없어.

가영 :미안해요. 저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민석 :너는 내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안 해도 돼. 너는 그 자리에 그대로 그곳에 가만히 있으면 내가 너의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갈 테니까.

가영 :(애처롭다) 오빠는 제게 화가 나시지도 않으세요. 레스토랑 일도 있는데. 저라면 화가 나서 저 같은 여자를 두 번 다시는 상종도 하지 않을 텐데.

민석 :그래 가영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거야. 너도 잘 알잖아? 내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 그런데 너에게만큼은 내 자존심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아.

가영 :정말 바보처럼 왜 그러세요.

민석 :그래 난 가영이 네 앞에서 바보야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니까.

가영 :지금 말장난하는 거예요. 유치하게..

민석 :그럼 이거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왜 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거지?

가영 :이유요?

민석 :, 이유?

가영 :(잠시 생각하다가) 영혼의 코드가 맞는 것 같아요.

민석 :영혼의 코드?

가영 :그 사람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져요. 또 그 사람도 제가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그러고요.

민석 :운명이란 건가?

가영 :, 우리들은 운명이에요.

민석 :운명은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하더군. 그처럼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네가 만들어낸 단순한 착각일 뿐인지도 몰라.

가영 :사랑에는 착각이 존재하지 않아요.

민석 :과연, 그럴까?

가영 :무슨 뜻이에요?

민석 :사랑에 눈이 멀다. 사랑에 콩깍지 끼다. 이 말들은 모두가 사랑의 착각을 비유하는 말이지. 사랑을 하면 잠시 자신의 이성을 잃고 사리분별력이 잃어버린다는 뜻이야. 사랑에서 운명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는 거야. 단지 잠시 동안 꿈을 꾸듯 착시현상에 빠지게 된다는 거야. 그런 착시현상이 보존되는 기간은 연애기간 동안이라고도 해. 결혼을 하면 그런 착각에서 눈을 뜨게 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자신의 파트너를 다시 보이게 되면서 후회하게 되는 거야. 그래서 결혼하고 한 달도 못가서 이혼하는 커플이 많은 이유야.

가영 (꼬투리라도 잡듯) 그럼 오빠는 지금 저를 좋아하시는 것은 그런 착시현상이란 얘기잖아요. 남자들의 본능인 정복욕이란 뜻이잖아요.

민석 :(강하게 부정한다)아냐, 아니야. 내가 가영이 너를 사랑하는 것은 필연이야.

 

민석의 강한 눈동자 위로 F.O.

 

[사랑은 이기적인 것이다. 왜냐구... 자신의 사랑은 불륜이라도 로맨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남의 불륜에서 오히려 인간쓰레기라고 욕을 한다. 이게 우리들 인간의 본성 중에 하나인지도 모른다. 자기적인 사상... 그렇듯 민석 역시 그렇다. 자신의 사랑은 필연 운명이라고 하면서 상대방의 사랑은 착각, 착시현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선 약간의 이기적이 모습도 필요하다. 사랑의 이기적인 모습에서 상대는 자신을 사랑받는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73 병원.

F.I.

동주는 퇴원하기 위해 환자복을 벗어 던져놓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민수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그런 동주를 보고 저지한다.

 

민수 :지금 뭐하는 거야.

동주 :오늘로써 닷새째야.

민수 :의사선생님이 며칠 더 입원해야 한다고 그랬잖아.

동주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그리고 이곳은 이등석 병실이잖아. 이런 곳에 입원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던데.

민수 :그깟 입원비 문제라면 내가 책임진다고 그랬잖아. 그러니까 의사선생님이 퇴원하라고 하면 그때 하자.

동주 :오늘도 가게 문이 닫혀있으면 가영이가 정말 걱정할 거야.

민수 :(졌다며 고개를 저으며)그저 가영이, 가영이 넌 죽어서도 가영이 잊지 못해서 저승으로 떠나지도 못할 거다 아마도.

 

F.O.

[우리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인간의 90%이상은 하나 외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욱해서 살인을 저지르거나 폭행을 일삼는 것이다. 그렇듯 사랑에 빠졌을 때도 같다. 단순하다.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의 아픔을 먼저생각하고 자신의 배고픔보다 상대의 배고픔을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 우리 인류 현재 인간들 90%는 사랑의 감정은 길어봐야 3년이다. 3년이 지나면 사랑이기보다 정이다. 그만큼 아직도 우리들의 뇌 진화가 덜 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사랑을 많이 할수록 바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공부보다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74 휴게실.

F.I.

가영의 얼굴은 많이 야위고 어둡다.

가영은 멍하니 자신의 손에 들려져 있는 종이컵만 만지작거리며 종이컵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희숙 :(그런 가영이 안타깝다)자기야, 아직도 동주 연락이 안돼서 그래.

미자 :연락이 끊기지 며칠 짼데요?

가영 :오늘로써 닷새째.

희숙 :아무런 연락도 없이 닷새 동안 잠수를 탔다면 그건 십중팔구는 바람난 거야.

가영 :(대응할 힘이 없다) 희숙아, 너도 잘 알잖아..

희숙 :남자들은 다 똑같아 한 여자에게 영원한 사랑을 명세하지만 그건 말뿐이고 뒤로는 아무도 몰래 호박씨 깐다니까.

 

가영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하고 무시해버린다.

 

미자 :언니, 전화 안 받아요.

가영 :괜찮아.

희숙 :누구 전환데?

가영 :민석이오빠..

미자 :민석이오빠라면 그때 그분을 애기하시는 거죠?

 

희숙은 미자에게 누구라는 눈초리로 묻는다.

 

미자 :왜 있잖아요? 클럽에서 우리들을 도와줬던 그 멋진 킹 오빠요.

 

가영은 전화벨소리가 귀찮다는 듯 전원을 꺼버린다.

 

희숙 :정말 가영이 너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거니? 아니면 배부른 거니?

미자 :(맞장구치듯)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해요.

 

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멈칫 미자를 보며 또 뭐가? 하는 표정이다.

 

미자 :그렇잖아요. 가영이 언니는 예쁘고 몸매도 타고났는데. 거기다가 멋진 오빠까지 목을 매고 있잖아요. 그것뿐이면 말도 하지 않죠. 집안도 빵빵하고..

 

가영은 대답할 값어치도 없다는 듯 그대로 휴게실을 빠져나간다.

 

미자 :정말 가영이 언니는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희숙 :(혀를 쯧쯧 차며) 저게 자신이 만들어낸 팔자인대 어쩌겠어.

미자 :하긴 그래요. 자기 팔자는 자신이 만드는 거예요.

 

F.O.

[사랑에서 시작에서 집착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